말보다 행동!
지난 4월 7일 디스이즈게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이 보도는 게임업계와 유저들에게 큰 이슈가 됐다. 법률적 규제와 자율 규제를 놓고 다양한 말들이 오갔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업계와 유저의 관심이 집중된 때, 중소 개발사 게임을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해 화제다.
■ 넥스트플로어, 레드사하라, 싱타의 빠른 대처
집중 조명 다음 날인 4월 8일, 넥스트플로어는 대표 게임 <드래곤 플라이트 for Kakao>의 유료 새끼용 뽑기 상품의 확률을 공지했다. 유료 뽑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전설종 새끼용은 게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아이템임과 동시에 유료 뽑기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사실상 <드래곤 플라이트 for Kakao>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의 확률을 공개한 셈이다.
바로 다음 날(9일), 레드사하라의 <불멸의 전사 for Kakao>도 게임의 공식 카페를 통해 뽑기 확률과 그간의 확률 변동 역사, 최근 9만여 건의 뽑기 로그의 통계 데이터까지 공개했다.
싱타의 <마법학교 루시드 이야기>는 아예 게임에 존재하던 유료 뽑기 모델 자체를 폐지한 사례다. <마법학교 루시드 이야기>는 지난 1일, 유료 뽑기 대신 ‘확정형 서번트 소환’ 시스템을 도입했다. 확정형 서번트 소환은 매일 정해진 SR이나 R+ 등급 캐릭터를 유료로 구매할 수 있는 모델이다. 아직 골드(게임머니) 뽑기는 남아있지만, 사실상 게임의 핵심 매출원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한 셈이다.
물론 이들의 움직임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첫 움직임은 아니다. 과거에도 <사커스피리츠>나 <러브라이브! School Idol Festival> 등의 게임이 유료 뽑기의 확률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근 3개 사례가 주목 받은 것은 확률형 아이템과 업계 자율규제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타난 실제 실행사례이기 때문이다.
■ 빠른 대처에 대한 유저의 반응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는 지난해 11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선언했지만 반 년이 다 되어가도록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 자율규제안 자체가 2008년 처음 이야기된 것을 감안하면 지지부진한 진행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확률형 콘텐츠 획득 확률 공개 법안’을 발의했다. 업계는 당혹했고 유저들은 환호했다.
이런 와중에 <마법학교 루시드 이야기>와 <드래곤 플라이트 for Kakao>가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의 그림자를 우려하며 자율규제를 시작하자 유저들은 박수를 보냈다. <불멸의 전사 for Kakao> 또한 유저들이 뽑기 확률 공개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들어줘 호평 받았다.
■ 신속한 대처가 가능했던 이유 - 개발사의 잇점
이들의 신속한 움직임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세 회사는 모두 타이틀 수가 적은 개발사다. 게임은 직접 서비스하고 있다. 퍼블리셔는 여러 개발사들과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의견 조율도 어렵고, 시간도 걸린다.
또한 세 회사는 K-IDEA 회원사가 아니다. 회원사라면 협회와 발걸음을 함께 해야 하므로 먼저 튀어나오기 힘들다. 세 회사는 이 조치를 통해 매출이 입을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덕분에 먼저 치고 나갈 수 있었다. 마케팅적 효과도 얻었다. 일부 유저들은 이들의 행동을 환영하며 다른 업체도 빨리 이들과 같은 움직임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업계에서도 이처럼 최근 확률형 아이템을 자율 규제하는 게임사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따라 자발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는 회사가 늘어날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중소 게임사를 중심으로 한 자율 규제가 늘어남아 따라, 대형 게임사들의 모임인 K-IDEA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K-IDEA는 지난해 업계 대표로 자율규제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K-IDEA 강신철 협회장은 이에 대해 지난 8일 간담회에서 “상반기 중 지난해 발표한 안보다 더 강한 자율규제안을 적용할 것이다. 현재 이에 대해 회원사들과 논의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