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들은 모를 수도 있는 ‘공포특급’이라는 공포서적이 과거 발매된 적이 있다. 90년대 발매된 서적으로 무섭다 하는 공포 스토리를 모아놓은 책이다. 요즘과 같은 영화, 애니메이션 등 시각적 매개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충분한 공포를 선사했다. 물론 요즘 이러한 방식으로 나왔다면 무섭지 않다는 의견이 많겠지만, 호러 텍스트 어드벤쳐로도 충분한 공포를 선사하는 게임이 곧 출시된다.
니혼이치 소프트웨어의 네 번째 ‘하야리가미’ 시리즈 <신 하야리가미>가 PS Vita로 30일 국내 출시된다. 게임은 도시에 도는 괴담을 소재로 한 오싹한 호러 어드벤쳐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철저한 공포를 체험하라’는 슬로건답게 시작부터 끝까지 오싹함의 연속이다.
<신 하야리가미>는 국내 출시 전 일본에서 8월 발매되며 시리즈 사상 최다 판매가 되는 등 한 차례 인기몰이를 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여세를 몰아 완벽 한글화를 하며 제대로 된 공포를 전달할 준비를 마쳤다.
<신 하야리가미>는 텍스트와 함께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 인물, 그리고 각종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내용을 전달한다. 텍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어드벤쳐 게임이기 때문에 유저의 상상력을 통해 보다 풍부한(?) 공포 경험을 할 수 있다. 게임 내 일러스트는 이를 충실히 보조하고 있으며, 상황의 흐름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각종 효과음도 40종 이상 포함된 점은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마치 음산한 노래를 들으며 읽는 무서운 그림책 같은 느낌이랄까?
유저는 ‘블라인드맨’과 그의 소행으로 보이는 살인 사건을 뒤쫓으면서 다양한 전개를 맞이할 수 있다. 양쪽 눈이 없는 한 남성의 시체의 발견과 함께 벌어지는 사건은 유저에게 목적성 부여와 함께 앞으로 펼쳐질 다양한 괴담을 예고한다.
보통 한 루트에 평균 6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신 하야리가미>는 플레이 방식에 따라 여러 이야기로 파생되기 때문에 유저의 플레이에 따라 게임 시간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물론 선택지에 정답은 없으며 <신 하야리가미>는 게임의 전개와 엔딩을 다양하게 두고 있다. 한 루트 당 7개를 고를 수 있는 커리지 포인트를 통해 필요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호죠 사키라는 여형사를 통해 범죄 현상을 풀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용의자들, 게임을 하면서 만나는 이들의 텍스트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유사 게임이 그랬듯 <신 하야리가미>도 백 로그 기능을 통해 그 동안 거쳐왔던 대사들을 복기할 수 있다. 덕분에 대사를 놓쳐서 핵심 키워드를 활용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유저의 추리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라이어즈 아트’와 ‘추리 로직’ 시스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라이어즈 아트’는 게임에서 가장 패턴이 빠른 시스템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주어지는 실시간 대화이기 때문이다. 주어지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의심 또는 신뢰를 사게 되는 시스템으로, 의심을 많이 사게 되면 배드 엔딩에 갈 확률이 높다.
‘라이어즈 아츠’처럼 유저를 재촉(?)하지 않지만 엔딩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추리 로직’ 시스템도 있다. 이는 대화를 통해 수집된 키워드로 각 인물들에 대해 ‘이 사람은 이런 관계 또는 이런 인물’이라고 가설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추리 로직’은 루트마다 설정할 수 있으며 게임 도중 좌측 아날로그 스틱으로 언제든지 불러오거나 수시로 수정할 수 있다.
루트가 종료할 때 유저가 유추한 로직과 결말이 일치할수록 우수에 가까운 판정이 나온다. 물론 불일치하면 불합격이 나오면서 배드 엔딩과 직결돼 루트 종료 시점에서는 그 동안 수집된 키워드를 통해 정확히 유추해보는 것이 좋다.
일부 조금 잔인하거나 임산부와 노약자에게 무리가 갈 수 있는 일러스트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신 하야리가미>는 꽤 괜찮게 ‘공포’라는 요소를 잘 살린 게임이라고 본다. FPS, 액션과 같은 장르에 비해 갑자기 유저를 놀라게 하는 점은 없지만 플레이 내내 추리와 긴장감, 적당한 공포감을 유지한 점은 또 다른 공포 게임의 재미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충실한 한글화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국내 출시와 함께 소설과 웹툰 등도 선보였으니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