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K-IDEA가 자율규제 발표한 날, '수집형 뽑기'를 선보인 마비노기

빙고판 완성하면 추가 아이템 제공, 넥슨은 보너스 게임일 뿐이라는 입장

안정빈(한낮) 2015-04-30 18:58:58
30일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의 자율규제안을 공개했다. 같은 날 넥슨은 '컴플리트 가챠'(수집형 뽑기)의 형식을 빌린 빙고형 가챠를 선보였다.

그 게임은 바로 넥슨의 RPG <마비노기>. 이 게임은 닌자재능 업데이트를 기념하는 확률형 아이템인 '럭키 빙고 박스'를 출시했다. 럭키 빙고 박스는 오는 5월 21일까지 교역보상을 높여주는 '고급 보증서'와 함께 랜덤한 음양사 코스튬, 무기 등을 얻을 수 있다.​ 개당 가격은 1,200원.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확률형 아이템과 같다.

문제는 럭키 빙고 박스와 함께 선보인 보너스 빙고게임이다. 럭키 빙고 박스에서는 위의 아이템과 함께 랜덤한 숫자구슬이 등장한다. 이를 자신의 빙고판에 넣어 줄을 맞추면 '닌자 하기 의상', '하기 미니돌' 등의 희귀 코스튬과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모든 빙고판을 맞춘 유저에게는 닌자 업데이트의 메인 캐릭터를 본뜬 '너구리 닌자 안즈 가발'과 '여우 닌자 하기 가발' 중 하나가 제공된다. 확률과 획득 아이템의 수준은 매우 다르지만, 구조 상으로는 랜덤하게 제공되는 아이템을 모두 모아 희귀한 아이템을 받는 '컴플리트 가챠(수집형 뽑기 아이템)'와 비슷하다.

럭키 빙고 박스에 포함된 보너스 빙고판에 대한 설명

■ "명백한 컴플리트 가챠" VS "이것은 보너스 게임일 뿐"

<마비노기>는 닌자재능 업데이트와 더불어 닌자 캐릭터인 '하기와 안즈'의 가발을 레벨 업 보상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이 가발에는 '하기와 안즈' 캐릭터의 매력포인트인 '커다란 동물모양의 귀'가 빠져있다.

반면 럭키 빙고 박스에서 나오는 보상에는 조금씩 움직이는 동물 귀가 붙어있다. 결국 '온전한 가발을 얻기 위해서는 빙고를 맞추고 스페셜 상자를 열어야 하는' 셈이다. 코스튬의 가치가 높은 <마비노기>에서는 색상이나 액세서리 여부 등의 작은 차이로 크게는 수십 만 원의 큰 금액이 오간다. 모양만 작을 뿐, 귀가 움직이는 것과 달려있지 않은 코스튬의 차이는 크다.

여기에 럭키 빙고 박스의 빙고판 숫자는 1부터 25까지 정해져 있지만 중복된 숫자구슬도 나온다. 따라서 실제로는 몇 배 이상에 달하는 럭키 빙고 박스를 개봉해야 한다. 빙고를 맞출수록 필요한 숫자구슬이 줄어들고, 그만큼 꽝이 나올 확률도 늘어난다. 유저들 사이에서 럭키 빙고 박스가 '사상 최악의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럭키 빙고 박스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아이템들

넥슨은 럭키 빙고 박스에 수집 아이템을 넣은 것은 맞지만 단순히 박스를 열었을 때 1차로 얻는 아이템의 비중이 큰 만큼 기존의 컴플리트 가챠와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럭키 빙고 박스에서는 '움직이는 귀 가발'을 제외하면 다른 아이템은 박스에서 기본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준이다. 빙고판을 맞추는 것이 컴플리트 가챠가 아니라 말 그대로의 보너스 보상이라는 뜻이다.

넥슨 관계자는 " 이번 럭키 빙고 박스는 유저가 구매한 금액에 상응하는 기본 보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빙고 조합 이벤트는 추가로 주어지는 어디까지나 보너스 보상의 차원이다. 또한, 빙고 조합 이벤트에서 얻을 수 있는 보너스 보상과 유사한 수준의 가발 아이템을 빙고 박스의 기본 보상 또는 타 무료이벤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빙고판을 모두 맞추면 너구리나 여우 귀가 붙어있는 가발이 제공된다

■ "하필 이 시기에..." 자율규제안 발표 후, 3분만에 공개

럭키 빙고 박스가 K-IDEA의 자율규제안 발표 직후에 등장했다는 점도 논란이 된다. K-IDEA는 30일 오전 11시 청소년 이용가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고 건강한 게임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자율규제 확대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율규제안이 공개되고 3분 만에 K-IDEA의 부회장사인 넥슨은 가챠의 사행성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컴플리트 가챠'와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럭키 빙고 박스를 공개했다. 이번 자율규제안은 확률공개를 담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제 확대로 확률논란이 줄어드나 했더니 이제는 컴플리트 가챠의 기준부터 다시 논의해야 할 판이다. 어째서 이런 타이밍에 논란의 아이템을 내놔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비노기>는 2010년 국정감사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서 나오는 유물지도 조각들을 모아 NPC를 되살려내고, 다시 NPC가 남긴 5개의 상자 중에서 희귀한 아이템을 고르는 '컴플리트 가챠'의 일종으로 지적을 받았다.

이후 2012년 일본에서는 사행성을 문제로 소비자청의 경고에 나서며 '컴플리트 가챠'가 사라졌지만, 국내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나오는 아이템과 별도로 특정 아이템을 모으게 만들거나 보너스 보상으로 취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했다.

<마비노기>는 지난 28일 수리검을 활용하는 새로운 전투 방식인 닌자재능을 선보였다. 닌자재능 추가와 더불어 새로운 캐릭터 '하기와 안즈'의 만화를 공개하고, 전용 퀘스트와 이벤트 진행, 개발팀의 신규 소식지인 에린워커를 부활시키는 등 활발한 업데이트를 보여주고 있다.

  

<마비노기>의 닌자재능 업데이트 트레일러

  

닌자재능과 함께 공개된 만화. 주인공의 커다란 귀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