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시장은 까다로운, 아니 어려운 시장이다. 카피캣만 만들면 뜬다는 이야기는 옛말이다. 이제는 성공한 첫 번째가 대부분을 가져가는 시장이 되어 버렸다. 이런 시장에서 수십 년간 패키지 게임을 만든 개발팀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4월 출시된 <도미네이션즈>는 <클래시 오브 클랜>류 시스템을 사용한 게임 중 비교적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게임이다. 게임의 주요 콘셉트는 <문명> + <클래시 오브 클랜>. 게임은 이러한 표어처럼 <클래시 오브 클랜>류 플레이에 문명 선택과 발전, 원더 등의 요소를 넣어 미국 매출 20위, 그리고 미국 전략게임 4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현재 <도미네이션즈> 위에 있는 전략게임은 ‘슈퍼셀 2형제’와 최근 케이트 업튼 광고로 화제가 된 <게임 오브 워> 뿐이다. 빅휴즈게임즈는 <도미네이션즈>를 어떻게 만들어 차별화에 성공했을까? 팀 트레인 대표의 강연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클래시 오브 클랜>은 <워크래프트2>일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일까?
팀 트레인 대표에게 2013년은 2013년 게임시장은 잔인한 해였다. 그가 만들었던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나 <프론티어빌>의 성공은 의미 없었다. 징가는 경영 악화로 그가 수년 간 머문 빅휴즈게임즈 볼티모어 스튜디오를 폐쇄했다.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그와 함께 했던 팀원 대부분 뿔뿔이 흩어졌다.
그는 여전히 역사를 소재로 한 전략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스튜디오를 떠나는 개발자 몇 명을 붙잡아 모바일게임 개발사를 차렸다. 목표는 간단했다. 그가 이전에 참여했던 <문명>이나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처럼 모바일에서도 역사 소재의 전략 게임을 만드는 것. 팀을 꾸린 그는 모바일게임 시장을 살펴봤다.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무렵이었다.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모바일에서 이 틀 이상으로 복잡한 전략게임은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클래시 오브 클랜>, 그리고 이후 등장한 수많은 <클래시 오브 클랜>류 게임으로 이 시스템을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팀 트레인은 고민을 시작했다. 과연 <클래시 오브 클랜>은 이 장르의 개척자일까, 아니면 장르의 정복자일까?
팀 트레인이 내린 결론은 <클래시 오브 클랜>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아니라 <워크래프트 2>와 같은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클래시 오브 클랜>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시장의 지배자, 장르의 지배자로 보였다면 그는 지금의 틀을 포기했을 것이다.
허나 그가 봤을 때 <클래시 오브 클랜>는 <워크래프트 2>처럼 장르의 기준을 제시한 게임이었다. 실제로 당장 슈퍼셀부터 <클래시 오브 클랜>과 유사한 시스템을 사용한 <붐비치>로 큰 성공을 거뒀다. 슈퍼셀 이외의 개발사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에게 <클래시 오브 클랜>이라는 틀은 시장에서 검증된 장르로 보였다. <도미네이션즈>의 장르가 확정되던 순간이었다.
■ ‘역사 스킨 게임’이 아니라 ‘진짜 역사 게임’을 만들어라
‘<문명> + <클래시 오브 클랜>’은 <도미네이션즈>의 콘셉트이자 주요 홍보 문구였다. 다행히 <도미네이션즈>가 출시될 때까지 ‘역사’ 소재의 모바일 전략 게임은 출시되지 않았다. 출시된 게임이 없으니 당연히 성공한 게임도 없었다.
그럼에도 개발자 모두 역사 소재 게임에 동의한 것은 모바일 시대에 역사만한 ‘IP’를 찾을 수 없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SF나 판타지와 달리, 역사는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다스 베이더를 모르는 사람은 있지만 나폴레옹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빅휴즈게임즈의 개발진 대부분도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 등 역사 소재 전략 게임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었다. 차별성은 충분해 보였다.
허나 팀 트레인은 프로젝트 목표로 ‘차별성’을 따로 지정했을 정도로 차별성에 신경썼다. 이미 시장에 유사 게임이 많은 만큼 확실한 차별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한 프로젝트 목표에서부터 차별성을 명시해 개발 내내 목표를 잃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었다.
차별성은 ‘역사’라는 소재에서 시작되었다. 빅휴즈게임즈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유저에게 직접 역사를 발전시켜 나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튜토리얼 단계부터 사냥이나 채집으로 자원을 모으고 문명을 발전시키게끔 설계했다.
문명 발전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원시시대부터 문명을 발전시키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러한 수렵/채집 요소는 농사나 경제 요소가 추가되는 청동기 시대나 철기 시대에도 계속 살아남아 <도미네이션즈>를 대표하는 시스템이 되었다.
다른 하나는 문명 발전이 주는 ‘복잡도’였다. 빅휴즈게임즈가 추구한 것은 <클래시 오브 클랜> 이상, 그리고 PC 전략게임 이하의 복잡성이었다. 팀 트레인은 이미 <클래시 오브 클랜>류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 이 장르가 시장에 자리잡은 만큼, 기존의 문법만 따라 해서는 유저들의 흥미를 유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도미네이션즈>의 문명/원더 시스템이었다. 이는 팀 트레인이 <문명 2>에서 시드 마이어에게 영향받은 ‘게임은 의미 있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화두를 살리기 위한 시스템다. <도미네이션즈>는 유저가 특정 단계까지 성장하면 ‘문명’을 선택하게 한다. 중국은 일꾼과 민병대가 한 명씩 더 많고, 영국은 약탈 자원 양이 많은 등 각 문명은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유저는 한 번 문명을 선택하면 계속 그 문명으로만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이 선택은 추후 유저의 플레이 스타일까지 관여하게 된다.
이는 ‘원더’도 마찬가지다. <도미네이션즈>는 2개 시대마다 원더를 건설할 수 있다. 각 원더는 자원 생산량을 늘리거나 민병대의 재생성 속도를 증가시키는 등 일반 건물로는 얻을 수 없는 효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유저는 매번 4개 원더 중 하나의 원더만 생산할 수 있다. 유저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플레이 양상을 분화시키는 셈이다.
여기서 빅휴즈게임즈가 유의했던 것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캐주얼 게이머가 꺼려하는 수준의 복잡도는 구현하지 않는 것이었다. 빅휴즈게임즈는 게임의 복잡도를 10으로 분류한 후 <클래시 오브 클랜>을 3, PC 전략게임을 7 이상으로 설정한 후 4 이상의 복잡도를 구현하지 않도록 신경썼다. 이 때문에 (하드코어 게이머인) 개발진 모두가 찬성했던 시스템이 삭제되기도 했다. 하드코어 게이머는 만족시킬 수 있겠지만 캐주얼 게이머에게는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 <클래시 오브 클랜>보다 20% 싸게 팔아라
콘텐츠적인 차별성이 구체화되자 이후 다른 목표는 쉽게 정해졌다. 그 다음 중시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대전제는 간단했다. ‘<클래시 오브 클랜>보다 20% 싸게 만들어라’ 후발주자인 만큼 유저들에게 가격적인 어필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표적인 것이 건축이나 업그레이드 시 남은 시간이 5분 미만이면 무료로 완료가 가능한 모델이었다. 업체로서는 크지 않은 ‘선심’이었으나, 이를 접한 유저들은 <도미네이션즈>의 비즈니스 모델이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5분 무료’를 이용하기 위해 유저들의 접속 자체가 늘어난 것은 덤이었다.
2014년 10월부터 시작한 필리핀 시험 출시도 게임의 성적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도미네이션즈>는 글로벌 출시 전 6개월 간 필리핀에서 한정 론칭했다. 이 과정에서 <도미네이션즈>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스타터 패키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물론 스타터 패키지 자체는 다른 게임에서도 이미 사용되고 있는 모델이다.
다만 빅휴즈게임즈의 스타터 패키지가 다른 점이 있었다면 필리핀 시장에서 충분한 유저 피드백을 수집한 스타터 팩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도미네이션즈>의 필리핀 론칭 성적은 좋지 않았다. 어떤 때는 일인당 매출이 센트 단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허나 빅휴즈게임즈는 오히려 이러한 시장 특성(?)을 이용해 스타터 패키지 구성을 수시로 테스트하고 그 반응을 엿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일꾼과 캐쉬가 결합된 지금의 스타터팩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스타터팩은 현재 <도미네이션즈> 유료구매자의 60%를 이 모델로 이끌었고, 지금도 홀로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미네이션즈>가 개발 중 신경쓴 것은 끝없는 프로토타이핑이었다. <도미네이션즈>의 첫 빌드는 10명의 개발자가 몇 주만에 뚝딱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회사가 수 개월에 걸친 기획을 거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방법다.
당연히 첫 빌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빅휴즈게임즈 개발진은 이러한 빌드를 수시로 플레이하며 새로운 요소를 넣고 불필요한 요소를 뺐다. 빌드가 바로바로 바뀌니 단점과 장점도 훨씬 쉽게, 빨리 발견되었다. 그리고 2년 가까이 진행된 프로토타이핑 덕에 PC 패키지 게임 개발자가 주축이었음에도 모바일에 어색하지 않은 UI를 어렵지 않게 완성할 수 있었다.
■ 테스트헀는데도 플레이 되지 않아? 아쉬운 점들
그렇다면 <도미네이션즈>의 개발은 순조롭기만 했을까? 팀 트레인 대표는 개발진이 모바일 환경을 잘 몰라 실수한 점이 많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기 최적화였다. 안드로이드는 굉장히 다양한 스펙의 기기라 혼재되는 운영체제다. 특히 일부 기기는 똑 같은 기종임에도 출시 국가에 따라 다른 부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사실을 몰랐던 빅휴즈게임즈는 이미 테스트 한 기기에서 ‘플레이 되지 않아요’라는 피드백이 오는 것을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초기 서비스가 대표적이었다. <도미네이션즈> 초기 론칭 당시, 글로벌 론칭을 했음에도 이를 지원하는 서버 수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렉이나 지연 현상에 대한 중요성을 놓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지역은 러시아 본토는 물론 인근 지역에도 유저들을 서포트 할 서버 자체가 없었다.
더군다나 라이브 서비스 시 게임을 운영하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들어줄 운영진의 수도 턱없이 부족했다. 모두 빅휴즈게임즈가 라이브 서비스 경험이 적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때문에 <도미네이션즈>의 러시아 성적은 다른 지역에 비해 턱 없이 낮게 기록되었다.
팀 트레인 대표는 마지막으로 초반 플레이의 차별성이 집중한 나머지, 중후반부 플레이에 쏟은 공이 부족한 것을 꼽았다. 이 때문에 수렵이나 채집, 문명 선택, 첫 원더 건설 등 독특한 경험이 몰려있던 초반부와 달리, 중반부는 <클래시 오브 클랜>과 상당부분 유사한 모습을 띠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면 조만간 추가될 ‘산업시대’ 업데이트를 통해 그동안의 단점을 하나하나 수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단 <클래시 오브 클랜>과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던 전투는 전투기나 폭격기, 기관총 등 새로운 기술이 추가돼 벽이나 전선 없는 근대전을 보여줄 계획이다. 또한 동맹 기능이 강화돼 유저 간의 협력 플레이도 보다 긴밀해 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