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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5] 수익보다는 인기! 길건너 친구들, 9천 만 다운로드의 비결은?

“성공 비결은 유머, 현지화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

송예원(꼼신) 2015-05-19 19:41:18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 하나만으로 전세계 9,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이 있다. 호주의 힙스터웨일이 개발한 <길건너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제 2의 <플라피 버드>라고 불렸던 이 게임은 이른바 ‘병맛 게임’으로 남녀노소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대체 이런 게임은 누가 만드는 거야?”, “왜 만드는 거야?”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힙스터웨일의 앤디 섬(Andy Sum)이 NDC 15 강단에 섰다. 그가 <길건너 친구들>을 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낮은 매출 순위를 기록한 이 게임은 얼마나 벌었을까? /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힙스터웨일의 앤디 섬

 

 

■ “수익보다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길건너 친구들>는 <플라피 버드>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힙스터웨일의 앤디 섬(Andy Sum)과 매트 홀(Matt Hall)은 많은 사람이 즐기고, 수 천 개의 유사게임을 쏟아내는 <플라피 버드>가 성공한 이유가 궁금했다.

 

두 사람이 찾은 답은 ‘단순함’이다. <플라피 버드>는 고득점을 내기는 어려운 게임이지만, 플레이 방법은 학교나 직장 등 어디서나 언제든 즐길 수 있을 만큼 간편했다. 결과를 보여주는 랭킹 시스템 역시 단순해 쉽게 경쟁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해답을 찾았다고 해서 다른 유사게임들처럼 단순하게 ‘베낀’게임을 만들 수는 없었다. 앤디와 매트는 현상은 재현하되, 게임의 성공요인을 살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목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게임이 아닌 ‘전세계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앤디의 동료 매트는 <플라피 버드>에서 나아가 여러 인기 게임을 결합하는 것도 고민했다. <디스코 쥬>와 같은 모바일게임은 물론 <도타 2>, <포켓몬스터>,<젤다의 전설>까지PC나 콘솔 등 플랫폼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게임은 연구 대상이었다.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미 각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으므로 6주 안에 개발을 끝내야 했다. 서로 집도 멀어서 의사소통은 온라인 화상으로만 진행해야 했다. 아이디어를 나누고 만들어나가는 모든 과정이 누군가와 함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제약은 많았지만 덕분에 초조함도 없었다.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적어 그만큼 위험도 줄었기 때문이다. 앤디는 “너무 조심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부터 모든 것에 도박과 같은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앤디는 우선 과거 만들다 포기했던 프로젝트를 다시 꺼내 들었다. 수익성 등을 고려했을 때 완성도가 낮아 버려두었던 게임을 손봐서 2일 만에 프로토 타입을 만들었다. 벤이라는 다른 동료의 도움을 받아 박스 형태로 이뤄진 지금의 그래픽을 완성했다. <플라피 버드>와 전혀 다른 게임 <길건너 친구들>의 탄생이었다. 

 

<길건너 친구들>의 초기 프로토 타입 

 

그래픽을 바꾼 프로토 타입

 

 

■ <길건너 친구들>의 성공요인은 유머, 현지화,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


<길건너 친구들>의 인기는 <플라피 버드> 못지 않았다. 출시 직후 얼마되지 않아 전세계 39개 국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달성했다. 특히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한국의 약진이 눈에 띈다. <길건너 친구들> 전체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수 중 585만 건이 한국에서 나왔다. 

 

수익을 바라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도 어마어마했다. 단 90일 동안의 1,000만 달러(약 109억 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주춤했던 성적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및 아마존 출시 이후 다시 상승했다.  

 

<길건너 친구들>이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끌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또 매출 순위는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수 천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을까? 앤디는 <길건너 친구들>의 성공요인으로 크게 ‘유머’와 ‘지역화’ 그리고 기존 성공 게임과 다른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꼽았다.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마케팅이 불가능하다면 입소문도 무시할 수 없다. 두 사람은 게임의 엔딩에 주목했다. <길건너 친구들>은 세이브가 없이 죽으면 게임이 종료되는데, 이 때 플레이어가 낙담만 느낀다면 다시 게임으로 돌아오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캐릭터가 부딪쳐 죽으면 ‘빵 터질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삽입했다. 엔딩 장면 자체도 게임의 재미가 되는 것이다. 유머는 게임을 즐기는 순간에 만족감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추천을 하는 입소문에도 큰 역할을 했다. 

 

더불어 배너 시스템을 추가했다. 일정 시간 이상 플레이 했을 때만 ‘Rate Us’나 ‘Free Gift’와 같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다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 성공 비법은 현지화다. 앤디는 <길건너 친구들>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이 우연은 아니라고 고백했다. 한국은 물론 일본 등 모바일게임 시장의 규모가 국가를 위해 언어를 비롯해 그래픽까지 이미 철저한 현지화를 준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게임 개발 목표가 수익 창출이 아닌 <플라피 버드>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만들고 싶었던 두 사람은 보다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두 가지 방법을 택했다. 먼저 글을 모르는 어린 아이들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아예 기획부터 텍스트의 수를 줄이기로 했다. 대신 모든 설명을 이미지나 아이콘 등으로 대체했다. 

전세계 언어를 지원하는 데도 힘썼다. 텍스트가 많지 않다 보니 번역도 어렵지 않았다. 언어뿐만 아니라 특정 문화를 담는 요소도 담았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대부분 흐린 날씨가 유지되는 환경을 고려해 비가 내리는 장면을 추가했고,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2층 버스도 넣었다.

 

이렇게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내세운 <길건너 친구>는 호주뿐만 아니라 북미, 아시아 등 전세계에서 동시에 열풍이 불었다. 앤디는 “애국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유저는 자신의 나라의 심볼이 등장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왼쪽이 영국 버전, 오른쪽이 호주 버전이다. 

 

마지막으로 앤디는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중요성을 강조했다. <길건너 친구들>은 다운로드는 무료지만 게임 안에서 게임을 판매하는 부분유료화를 택했다. 게임안에는 약 50여 개 이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인앱 결제는 이 캐릭터 판매에 의존한다.

 

기존 게임과 다른 점은 캐릭터의 가격은 모두 0.99달러로 동일하며, 캐시 캐릭터든 무료 캐릭터든 모두 동일한 능력을 가진다는 점이다. 즉, 페이투윈은 커녕 돈을 지불한다고 해서 더 나은 혜택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앤디는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길건너 친구들>은 그 많은 수익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바로 ‘광고’다. 게임 개발 당시 다양한 게임을 분석하던 앤디와 매트는 <디스코 쥬>라는 모바일게임이 큰 광고 수익을 거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착한 게임’을 연구하던 두 사람은 영상광고를 보면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넣었는데, 이 게 대박을 터뜨린 것.

 




 

2014년 11월 20일 게임 출시 후 2주 동안 게임 매출을 살펴보면, 과금 수익은 약 13만 달러에 그치는 반면, 광고수익은 49만 달러가 넘는다. 전체 매출62만 달러 (약 6억 8,000만 원) 중 광고 매출이 무려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앤디는 개발자들에게 “<길건너 친구들>은 독특한 게임성을 바탕으로 리텐션을 유지하며 별다른 마케팅 없이 유저들 사이에서 구전 효과를 톡톡히 봤다. 부분유료화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