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다운로드 7천만, 누적매출 1,5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쿠키런>이 지금까지 세운 기록들이다. 2013년 4월 출시된 <쿠키런>은 국내의 대표적인 장수 모바일게임이다. 출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매출순위 18위를 유지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의 조길현 운영책임은 <쿠키런> 장기흥행 비결의 8할이 ‘운영’이라고 답한다. 일관된 운영은 개발 못지않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로그래머와 운영책임을 함께 맡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그에게 <쿠키런>의 생명연장 비결을 들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쿠키런>의 출시 직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모바일게임은 길어야 3개월’이라는 말이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출시 첫 달에 크게 늘었던 DAU(일일접속유저)는 두 달째까지 잘 버티다가 세 달째에는 절반으로 급감했다. <쿠키런>이 처음부터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쿠키런> 개발 당시 데브시스터즈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자금은 바닥을 드러냈고, 직원은 경영과 회계를 포함해 12명만 남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슷한 장르인 <윈드러너>가 큰 흥행을 거뒀다. 이에 힘입어 다른 러닝게임들도 출시를 준비 중이었다. 조금만 늦으면 게임을 출시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오래가지 못할 걸 알고도 게임을 내야만 했다. 그래서 <쿠키런>은 운영이 더 중요했다.
모바일게임은 빠르게 변한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붙여줘야 한다. 초기에 넉넉한 시간을 갖고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만, 게임의 흥행확률을 고려했을 때 출시 이후의 일까지 생각하는 건 녹록하지 않다. 출시 전에는 흥행을 위한 콘텐츠에만 집중하고 게임을 지속적으로 끌어갈 콘텐츠는 이후에 고민하는 편이 낫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의 출시 직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쿠키런>에 집중한다. 혹은 새로운 게임을 만든다. 외부에서는 당연히 새로운 게임을 만들 것을 추천했지만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의 운영집중을 선택했다. 그 결과 3개월 뒤의 시즌2 업데이트에서 일일접속자를 다시 회복했고, 1년 넘게 그 숫자를 유지했다.
■ 서버문제 해결부터 캐릭터성부여까지. <쿠키런>이 운영으로 얻은 것들
그럼 <쿠키런>은 어떤 방법으로 게임을 운영하고 수명을 늘릴 수 있었을까? <쿠키런>은 출시 후 일주일 만에 가입자가 120만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곧바로 서버 장애가 생겨났다. 휴일마다 서버 장애가 발생했는데 <쿠키런> 출시 당시 서버 개발자는 단 1명. 혼자서 밤을 새고 수정하고 다시 잠을 자자마자 서버경고가 울리는 이야기가 반복됐다.
보안도 줄이고, 기능도 뺄 수 있는 건 다 뺐지만 생명(하트) 보내기 하나만큼은 건들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당연히 있던 시스템을 빼버릴 경우의 반발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버에 가장 큰 무리가 가는 생명 보내기 시스템을 그대로 놔둘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데브시스터즈는 무한 생명이벤트로 모든 걸 해결했다. 서버가 가장 혼잡한 시간에 생명을 무한으로 지급하고, 대신 생명 주고받기를 할 수 없는 이벤트 타임을 만든 것이다. 응급처치였지만 문제는 확실하게 해결했다. 기술적인 시간도 충분히 벌 수 있었다.
그래도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미안해요 사랑해요’ 이벤트로 유저들에게 보상을 줬다.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가 생기는 건 당연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써 유저들의 감정을 달래준 것이다.
여기에 출시 직후 최악의 상황에서도 3개월 이후의 콘텐츠를 준비했다. 모바일게임이 출시 때 갖춘 콘텐츠는 대부분 3개월 내외로 모두 소진된다. 모바일게임은 길어야 3개월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게다가 출시 직후에는 각종 버그와 서버 장애, 해킹시도 등 시급한 문제들이 마구 등장하는데 그럼 자연히 콘텐츠 소진시점에서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데브시스터즈는 콘텐츠가 소진되는 시점을 꾸준히 되뇌었다. 시급한 현안에 묻혀서 3개월 뒤의 고비를 까먹지 않기 위해서다.
3개월 이후의 급한 불까지 끄고 났더니 게임이 마음에 들어서 정착한 팬들의 비중이 커졌다. 데브시스터즈는 이때부터 팬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집중했다. 실수로 팔아버린 보물을 재구입하거나, 보물과 쿠키의 조합을 저장 등의 편의성 시스템을 추가했다. 이런 편의성 시스템은 매출이나 일일접속자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그래서 우선순위에 밀릴 때가 많은데 이를 꾸준히 챙겨줘야만 유저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이후에는 콘텐츠에 생명력을 부여하는데 집중했다. 상상력을 자극해서 콘텐츠와 세계관에 생명력을 부여하면 콘텐츠의 수명을 늘리고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 <쿠키런>에서 게임에서 보여지는 것과 달리 쿠키마다 방대한 설정이 존재한다.
쿠키별로 대사도 다르고, 성년의 날에는 성년이 된 공주맛 쿠키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고, 설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풋사과맛 쿠키에게 떡국을 모아주는 등 이벤트에도 캐릭터성을 부여했다. 발렌타인데이에는 슈크림맛 쿠키가 초콜렛을 만들어주는데, 가끔은 실패한 초콜렛을 주기도 한다. 마법을 자주 실패한다는 슈크림맛 쿠키의 설정에서 따온 이벤트다.
단순히 장미꽃이나 떡국을 모으는 이벤트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캐릭터성을 넣으면 콘텐츠를 한층 풍부하게 꾸밀 수 있다. 이런 운영과정의 노력 덕분에 <쿠키런>의 쿠키들을 이용한 2차 창작 활동도 활발하다. 단순히 게임만 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 운영도 하나의 캐릭터. 일관된 원칙과 철학이 필요하다
조길현 운영책임은 운영에 있어서 원칙과 철학을 정해놓을 것을 주문했다. 게임에서 생기는 문제는 다양하다. 해결법도 정답이 없을 만큼 많다. 그래서 운영 원칙이 더욱 필요하다. <쿠키런>은 유저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운영원칙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눈사람 이벤트에서는 실수로 특정 유저들에게 크리스털이 100개씩이 주어지자, 아예 이벤트 보상 자체를 크리스털 100개로 올렸다. 대신 이미 버그로 크리스털 100개를 받은 유저는 이벤트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해서 형평성을 맞췄다.
판매를 시작한 눈사탕맛 쿠키의 능력치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눈사탕맛 쿠키를 구입한 모든 유저에게 크리스탈 119개를 돌려줬다. 공지 이후에 구입한 유저들도 포함해서다.
반응은 당연히 좋았지만 <쿠키런>은 그만큼 운영에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 잠재적인 매출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도 잦다. 그래서 게임의 특성과 팀의 상황에 맞는 원칙이 필요하다. 비단 <쿠키런>처럼 퍼주는 운영이 아니더라도 원칙이 확실한 운영은 유저들의 이해를 바랄 수 있고, 운영 자체의 캐릭터도 형성된다. 다만 운영 자체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게임운영은 답이 없어진다.
조길현 운영책임은 유저들이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좋은 운영은 이 사실을 이해하고 나서 시작된다. 많은 운영이 DAU, ARPU 등을 보는데, 숫자만 보고 있으면 그 뒤의 사람을 볼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운영은 내가 이런 것을 했을 때 유저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까라는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