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비스 1년을 맞이한 <영웅의 군단>은 위기를 맞았다. 한달 만에 매출 순위가 20위 권에서 80위권까지 떨어진 것. 새로 부임한 김철희 메인 디렉터는 결단이 필요했다. 4년을 넘게 개발한 게임을 1년 만에 접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김철희 PD가 선택한 방법은 ‘배수 시스템’ 삭제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를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과감히 없앴다. 매출 순위 9위, 많은 우려와 달리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배수 시스템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또 배수 삭제를 통해 <영웅의 군단>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김철희 PD가 업데이트 성공 비결을 공개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없애지 않고는 못버티겠더라” 배수 시스템 무엇이 문제였나?
<영웅의 군단>은 1주년 업데이트를 진행하기 전까지 유저들에게는 ‘배수의 군단’으로 불렸다. 배수란 신규 영웅을 출시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공격력 강화 버프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확산성 밀리언 아서>를 통해 알려졌으며, <영웅의 군단>을 통해 자리를 잡았다.
배수 시스템은 단기적 매출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상품 구매시 만족감이 뛰어나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웅의 군단>의 배수시스템은 효과가 좋은 만큼 단점도 컸다. 우선 유저들이 배수 효과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배수가 없는 영웅은 무의미해졌고, 영웅 조합에 따른 전략이라는 게임의 특징이 퇴색됐다. 기간 종료 후 유저들의 박탈감도 무시 못했다. 덕분에 단기 매출은 흥했지만 장기적인 결제율은 점차 떨어졌다.
배수 효과는30일. 엔도어즈는 매출 유지를 위해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에 한번 업데이트를 단행해야 했다. 일러스트만 추가하는 카드 게임과 달리, <영웅의 군단>은 애니메이션, 이펙트, 사운드까지 담아야 하는 3D 게임이다. 개발비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힘들게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반전은 어려웠다. 한 번에 큰 변화를 보여 줄 수 있는 PC 온라인게임 식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배수 시스템을 삭제한 ‘레전드 업데이트’였다”
■ 레전드 업데이트를 통해 본 유저가 반응하는 업데이트 비결
레전드 업데이트의 1차적 효과는 배수 시스템의 단점 제거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돌아선 유저들을 다시 게임으로 불러들였으며, 유저 귀환이 매출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모든 게임이 업데이트를 한다고 매출이 오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다음 3가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김철희 PD의 주장이다.
1. 명확한 메시지로 이슈를 만들어라.
지난 <영웅의 군단>과 마찬가지로 많은 모바일게임이 짧은 주기로 정기업데이트를 실시한다.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를 맞추기 위함도 있지만, 게임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함도 있다. 문제는 워낙 자잘한 콘텐츠 추가가 많아 업데이트를 하는지 마는지 조차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레전드 업데이트도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배수 시스템이 삭제됐고, 이와 함께 전설영웅이 추가됐다. 이 밖에도 도전과자가 개편됐으며, 전설강림과 종수 추출 등의 시스템이 도입됐다. 하지만 레전드 업데이트의 메시지는 단 하나, ‘배수 시스템 삭제’다.
이는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며, 호응이든 거부감이든 격렬한(?)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공통관심사다. “배수 시스템 삭제의 가장 큰 효과는 일목 요연한 메시지 전달이었다. 간략하고 직관적인 메시지로 이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철희 PD의 설명이다.
2. 직접 체험이 가능한 경험을 내세워라.
모바일게임 대규모 업데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콘텐츠 확대다. 예를 들어 100층까지 존재하던 던전이 200층까지 늘어난다든지, 최상위 길드전을 추가한다든지 최종 콘텐츠를 내세운다. “50층도 못간 유저가 200층 던전이 나온다고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김 PD는 업데이트 핵심 내용이 꼭 유저의 공감대를 얻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배수 시스템 삭제’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유저들의 공통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업데이트 이후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것, 유저의 마음을 돌아서게 할 수 있는 업데이트의 두 번째 포인트다.
김철희 PD는 “200층 던전을 추가했으면, 이를 홍보하기 보다 ‘100레벨까지 점핑 이벤트’와 같이 유저가 즉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넣어 알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3.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라.
업데이트 내용으로 이슈몰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돌아온 유저들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잡아두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는 6성 영웅의 상위 등급으로 7성 영웅 대신 ‘전설 영웅’을 도입했다. 성장을 위해 이른바 ‘노가다’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기존 진화 규칙과 다른 새로운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다른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는 기분을 제공했다.
‘전설 영웅’ 도입 소식에 대부분 유저들은 ‘배수의 군단’이 ‘전설의 군단’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표했다. 이런 우려와 달리 새로운 등급체계는 유저에게 이슈가 됐고, 심지어 잘 팔리기까지 했다. 늘어난 유저가 매출로 이어진 결정적 이유다.
“유저들이 떠나간 이유는 기존 콘텐츠가 지겨웠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똑같은 경험을 제공한다면 지루한 반복을 넘어 ‘더 많은 반복’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조금 비슷하더라도 기존 지루한 반복을 탈피하는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