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7월 1일 첫 발을 뗀 이후 한 달이 지났다. 디스이즈게임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시행 이후 적용 현황 및 계획을 짚어보는 등 중간점검을 위한 기획을 준비했다.
먼저 자율규제 시행 이후 한 달이 지난 현재,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에 잘 적용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새로 참가한 업체는 어떤 곳이 있는지 조사했다. K-IEDA의 자율규제 적용 대상은 성인 등급을 제외한, 게임트릭스 상 200위 내 온라인게임과 오픈마켓(모바일게임) 별 매출 순위 50위 내 게임이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 온라인은 대형 게임사 중심으로 확률 공개
상위권 온라인게임을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대형 게임사 중심으로 확률 공개가 잘 돼 있다. 디스이즈게임은 게임트릭스 기준 상위 50위권 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제외한 38개 게임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 공개 현황을 조사했다.
게임트릭스 상위 50위권 내 게임 중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제외한 게임의 확률 공개 현황. 흰색으로 처리된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는 게임이다.
먼저 대대적으로 확률 공개 일정을 공개하면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참가한 넥슨을 필두로 네오위즈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등 대형 게임사들은 7월 초에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공개했다.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 업체는 넥슨이다. 홈페이지에 별도의 메뉴를 만들어 확률을 공개한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등과 확률형 아이템 시뮬레이터까지 공개한 <피파온라인3>등 확률 규제를 자율적으로 준수하면서 어렵지 않게 내용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 외 게임사들은 공식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 항목을 통해 검색하면 확률 공개에 관련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이다. 다만 온라인게임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등으로 공개 의무가 없는 게임이 많은 편이기도 하다.
※ <리그 오브 레전드>는 랜덤하게 스킨을 획득할 수 있는 '수수께기 선물'이라는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개인별로 기존에 갖고 있는 챔피언이나 스킨의 조건에 따라서 선물 아이템이 정해지기 때문에 각 아이템별 지급 확률을 통합적으로 동일 수치로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재 FAQ (바로가기)를 통해 지급 규칙 등을 공개하고 있으나, 사용자 입장에서 기대값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확률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작성자 주
■ 모바일게임, 참가업체는 늘었지만 해외업체 및 신작의 확률 공개는 아직...
디스이즈게임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상위 50위 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제외한 49개 게임이 확률 공개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모바일게임은 자율규제에 참여하지만, 그 방식은 각각인 모습이다. 게임빌, 넥슨, 넷마블게임즈, 컴투스 등 대형 게임사 위주로 확률을 공개했으며, 해외 게임사나 중소 개발사 등은 상대적으로 확률 공개를 미루거나 계획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 플레이 매출 상위 50위권 내 게임 중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제외한 게임의 확률 공개 현황.
모바일게임은 7월 초에 비해 전반적으로 확률 공개에 참여한 업체 및 게임이 늘어났다. 게임빌과 컴투스가 7월 초부터 게임 별로 확률을 공개했고, 이후 네시삼십삼분이 <영웅 for Kakao>와 <블레이드 for Kakao>의 확률을 7월 21일 공개하면서 자율규제에 동참했다.
대형 게임사의 경우, 신작에 대해서도 확률 공개에 가담하면서 자율규제를 준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넷마블은 8월 초 출시한 <리벤져스 for Kakao>의 확률을 공개했고, 넥슨 역시 6월 29일 출시한 <천룡팔부>의 확률을 공개하면서 자율규제를 준수하고 있다.
자율규제에 참여하지 않은 개발사 및 퍼블리셔들은 대부분 ‘바쁜 개발 일정’을 이유로 들며 확률 공개에 적극적이지는 않은 모습이다. 유행 변화 및 콘텐츠 소모에 민감한 모바일게임의 특성상, 확률 공개보다는 당장의 개발이 더 우선이라 강제성이 약한 자율규제 동참은 뒤로 미루겠다는 설명이다.
※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은 카드팩의 확률 대신 특정 등급을 반드시 얻을 수 있는 카드팩 수를 공개했습니다. K-IDE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확률 표기 방식을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이용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함’으로 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기에 확률을 공개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작성자 주
■ 확률 공개의 매출 영향 낮아 부담은 적어졌으나 여력은 제각각
자율규제 참여 업체가 늘어난 데는 이유가 있다. 대형게임사들의 적극적인 초반 참여와 실제 매출에 대한 영향이 적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담감이 낮아지자 그 뒤를 따르는 업체들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자율규제 시행 이후 넥슨, 넷마블게임즈 등 대형 게임사들이 먼저 확률을 공개에 앞장섰다.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확률 공개가 매출에 주는 영향이 약하거나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게임업체들이 확률 공개를 부담스러워 했던 요인 중 가장 큰 것이 매출 영향이었던 만큼, 부담감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또 하나의 우려였던 유저의 반발도 예상보다 적었다. 이는 과감하게 소수점 이하의 수치까지 공개한 넥슨의 사례 이후 확률 유저들의 거부감이 심하지 않다는 사례를 남기면서 업계의 심리적 부담감이 다소 줄어들었다.
다만, 모바일게임에서 중소 개발사의 참가는 더딘 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은 개발만으로도 여력이 없기 때문에 확률 공개를 우선 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셧다운제 같은 강제성 있는 법안과 달리 자율규제인 덕분에 더 중요한 개발을 먼저 할 수 있어 개발사 입장에서는 다행이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K-IDEA 역시 일부 업체들의 고민에 대해 ‘자율’ 규제인 만큼 강제적으로 등을 떠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대상 게임을 계속 모니터링 하고 인증마크 도입 및 8월 말 자율규제 모니터링 보고서 발간을 통해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적극적으로 확률 공개에 나서는 중소 개발사도 있어 자율규제 준수 모범 사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자율규제 시행 이전에 <드래곤플라이트 for Kakao>의 뽑기 확률을 공개한 넥스트플로어는 신작 <나이츠 오브 클랜>의 출시 전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