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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남성은 능력, 여성은 3사이즈가 중요? 모두의경영 성차별 표현 논란

한 유저가 <모두의 경영> 비서 성차별 표현에 대해 SNS 통해 항의 표명

정혁진(홀리스79) 2015-08-20 18:07:12

남성 비서는 차분하고 냉철한 업무처리가 강점이고, 여성 비서는 3사이즈가 강점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과연 이 문장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정상적인가? 아니면 엄연한 성차별인가? 

 

위 내용은 최근 서비스된 이펀컴퍼니의 <모두의 경영>에서 나오는 부분이다. 한 유저는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의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장문의 글을 포스팅했다. 유저는 이 내용을 이펀컴퍼니 측에 전달했으며, 현재 1,300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공감을 표하며 회사의 콘텐츠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모두의 경영>은 주인공과 주인공 업무를 함께하는 비서를 선택할 수 있다. 위 유저가 비판을 한 점은 비서의 특징이다. 게임에서는 2명의 여성, 1명의 남성 비서를 선택할 수 있다. 2명의 여성 비서는 이름과 나이, 그리고 가슴, 허리, 골반 등 3사이즈가 특징, 장점으로 표시됐다. 반면 남성은 이름과 나이와 함께 차분하고 냉철하다는 특징이 들어가 있다.

 


 

남성은 업무 능력을 강조했지만 여성은 신체적인 특징을 강조한 것이다. 복장 역시 남성은 정장을 입은 일반 오피스룩인데 반해 여성은 회사에서 입는 복장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과 다리 등의 노출도가 높고 신체에 붙는 복장이다. 회사가 초기 내세운 홍보모델 이미지 역시 이러한 점을 부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저가 제기한 비서 이외에도 사용자가 선택하는 주인공도 이러한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남성 주인공은 ‘나는 100억원의 사나이가 될 남자다!’라고 표현됐으며 여성 주인공은 ‘나의 매력으로 모든 계약을 성사시키겠어!’라며 유저가 제기한 불쾌감과 같은 표현이 들어가 있다.

 


 

유저는 비서 직종에 대한 편향적이고 폭력적인 성적 암시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와는 달리 업무 능력이 아닌 성적 매력을 어필해 계약을 성사시키고 승진 보상을 받을 경우 상사에게 연애적인 언행을 보이는 설정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저는 사회 구성원의 절반인 여성을 남성 유저에게 성적 욕망 해소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이미 이러한 현상으로 피해를 당한 이들로 인해 왜곡된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비판했다.

 

또한, 사회생활의 편견에서 오는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해 무감각한 상황에서 그것을 게임에서까지 반영하고 심지어 과장, 부각해 유희 요소로 활용한 것, 콘텐츠에 대해 깊이 고려하지 않은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저는 이펀컴퍼니에 대해 <모두의 경영>에 표현된 성차별과 불쾌감에 대한 스토리, 설정의 수정 및 회사의 입장표명, 사과를 요구했다. 문제의식에 대해 공유하는 사용자들에게도 동참을 호소했으며 한국비서협회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유저가 포스팅한 <모두의 경영> 항의 내용 전문이다.

 

▲ 게임 모두의경영에 대한 항의

 

귀사의 게임 <모두의 경영>을 다운받았다가 캐릭터 선정 단계에서부터 줄곧 심한 불쾌감만 느끼고 게임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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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비서 직종에 대한 편향적이고 폭력적인 성적 암시는 경악스러운 수준입니다. 남성 비서는 침착하고 냉정한 업무처리가 강점이고 여성 비서는 가슴과 엉덩이 사이즈가 강점입니까? "회장님~ 혹시 화끈한 것 원하세요?" 등의 대사는 전문 비서가 아닌 성매매 여성을 선발하는 듯한 인상마저 주는군요. 더 나아가, 여성 캐릭터는 남성캐릭터와 달리 (업무능력이 아닌) 성적 매력을 사용하여 계약을 성사시키며, 승진 등의 보상을 받을 경우 상사에게 유사 연애적인 언행을 보이는 설정 역시 조금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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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진출하는 많은 여성은 취업 단계에서부터 성차별을 마주하고, 직장에서는 동료나 팀원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취급당하며,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 성폭력에 시달립니다. 한낱 게임에서 정교한 사회 비판을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귀사에게는 귀사의 게임을 소비하는 유저들이 바로 그런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최소한의 인식이라도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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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유저들에게 불쾌감, 수치심,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남성 유저들에게도 사회 구성원의 절반을 성적 욕망 해소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게임의 본질인 유희에 부합합니까? 실제 직장 내 성폭력을 경험한 유저, 혹은 비서직에 종사하는 유저가 이런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이런 게임이 피해자들의 트라우마와 이미 왜곡되어 있는 사회의 젠더 인식과 직장 문화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ㅡ 귀사는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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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사의 창작물은 가상에 불과할 지 모르나, 그것이 가져오는 정서적ㆍ사회적 피해는 광범위하게 실재합니다. 귀사의 컨텐츠는 1) 특정 직군에 고질적으로 따라붙는 성애화된(sexualized) 착취, 그리고 2) 특정 성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멸시와 편견을 착실히 재현ㆍ보강함으로써, 사회의 성차별/성폭력에 맞서 스스로의 생존과 존엄을 지키려는 개개인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조롱했습니다. 그들에게 귀사의 게임은 모독이자 동시에 위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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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활에서 느끼는 성차별과 성폭력이 '모두'에게 게임은 아닙니다. 사회의 편견과 폭력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고 무감각한 나머지, 그것을 게임에 충실히 반영하고 심지어 과장ㆍ부각하여 유희의 요소로 활용하려 한 귀사의 질 낮은 인식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모두의 게임'이라는 귀사의 타이틀과 그 컨텐츠의 편협함 사이의 괴리에 조소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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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사의 저열한 인권 감수성을 공유하여 이런 조잡하고 악의적인 설정에 즐거움을 느끼는 유저도 있을지 모르나, 저는 귀사가 그들의 호응이 아닌, 저를 비롯하여 이 게임에 불편과 분노를 표하는 이들의 항의에 대응하는 방식을 주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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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스토리/설정에 대한 수정, 그리고 귀사의 분명한 입장표명과 사과를 요구합니다. <모두의 게임>에 대한 이 항의를 포함하여 향후 귀사의 대응 역시, 적극적으로 공론화시키겠습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시는 분들은 항의에 동참해 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저는 ‪‎한국비서협회‬에 제보할 생각입니다.

 

▲ 1보

이펀컴퍼니는 오후 6시 48분 경, 유저의 요청에 대해 아래와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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