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게임업계의 전통적인 성수기라고 한다면 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꼽습니다. 크리스마스 같은 연휴도 끼어 있고, 직장인들도 연말 휴가를 보내며 소비가 대폭 늘어나는 기간이기 때문인데요.
반면, 한국 게임업계의 전통적인 성수기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입니다. 게임을 많이 즐기는 청소년층이 방학 기간 동안 게임으로 여가생활을 즐기기에 게임업체들은 여름, 겨울방학 기간에 맞춰 신작 출시 및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는 거죠.
2015년 여름 방학은 모바일, 온라인, 콘솔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신작과 업데이트 소식이 쏟아졌습니다. 말 그대로 신작과 기존 게임들이 격돌한 모양새인데요. 디스이즈게임에서는 ‘게임 풍년’이었던 2015년 여름방학을 정리하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게임업계 광고 트렌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틀었다 하면 게임광고” 지상파 광고를 점령한 게임광고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의 관심사를 꼽으라면 ‘광고’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4년 4월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 본격적인 국내 진출과 함께 선보인 이른바 ‘100억 마케팅’은 업계 내외의 관심을 한몸에 받을 만큼 화제였는데요, 이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마케팅 전략은 당연한 듯한 추세입니다. 광고마케팅 분석 업체 DMC미디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467억 원이었던 모바일게임 광고비용은 올해 상반기 약 154% 증가해 1,185억 원까지 늘었으니 말이죠.
특히 주목할 부분은 지상파 광고 비중의 증가입니다. ‘틀었다 하면 볼 수 있는 게임광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상파 TV광고가 눈에 띄게 급등했거든요. 2015년 상반기 지상파 TV광고 규모는 약 740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90%가 늘었습니다. 전체 광고 비용 중 62%를 차지하고 있고요.
광고업계에서는 이 같은 게임 업계의 적극적인 물량공세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함께 전반적인 사업군에서 광고비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게임 광고가 활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유통이나 서비스, 화장품 등을 포함한 상위 10개 업종 광고비는 7%가량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매년 몇 배로 늘어나는 게임 업계와는 다소 비교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여름방학 성수기에는 어떤 게임들이 광고를 펼쳤을까요? 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 30위 권을 살펴보면 신작 게임보다는 자리를 지키려는 기존 인기 게임들의 광고가 많았습니다. 주로 업데이트를 부각시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죠.
<레이븐 with NAVER>(이하 레이븐) 는 실시간 레이드를, <세븐나이츠 for Kakao>는 시즌2 각성 업데이트를 소개했습니다.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은 ‘대 마상시합’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죠. <캔디크러쉬소다>의 경우 게임 업데이트 대신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접 제작한 광고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신작게임의 광고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5월에 론칭 된 <갓오브하이스쿨>은 메인 모델인 여배우 박보영의 드라마가 종영될 때까지 꾸준히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세 번째 ‘with NAVER’ 게임으로 주목을 받았던 <엔젤스톤>은 네이버의 기존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프라임 시간대까지 두루 섭렵해 광고를 노출했고요.
■ <암살> 하정우부터 <베테랑> 황정민까지! 스타라면 게임광고에
이들 광고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연예인’이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임 업계에서 유명인을 내세우는 스타 마케팅은 낯설지 않습니다. 이미 소녀시대, 아이유, 엑소 등 인기 아이돌부터 임요환, 홍진호 등 e스포츠 선수까지 여러 인기인이 모델로 발탁돼 왔으니까요. 일부 게임에서는 모델이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요.
다만, 마케팅 규모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스타 마케팅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더욱 활발해진 모습입니다. 특히 지난 3월 배우 차승원이 등장한 <레이븐>의 광고가 많은 주목을 받은 이후, 이번 성수기에는 기존 게임광고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영화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화제가 됐습니다.
<크로노블레이드 with NAVER>는 영화 <암살>의 주연 배우 하정우를 일찌감치 모델로 기용했고, <갓오브하이스쿨>은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으로 인기몰이 중인 배우 박보영을 내세워 ‘남심’을 사로잡았습니다. 9월 출시를 앞둔 with NAVER의 네 번째 게임 <난투 with NAVER>는 CBT부터 배우 정우성과 고준희를 모델로 홍보하며 주목을 받았고요. (본격적인 마케팅은 론칭 이후 시작될 예정입니다.)
아직 지상파 TV 광고는 집행하지 않았지만, 모델로서 주목을 받은 인물도 있죠. 영화 <베테랑>의 주인공 황정민은 네오위즈게임즈의 신작 온라인 MMORPG <애스커>의 홍보 모델로 발탁돼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배우 조재현은 <한게임 신맞고 시즌2> 모델로 등장했고요. 배우는 아니지만,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니글니글’로 사랑 받고 있는 개그맨 송영길과 이상훈도 <크리티카>의 모델로 활동 중이죠.
어느 산업군이든 마찬가지지만, 게임 업계의 이 같은 스타 마케팅에 대해서는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효과 측면에서는 본 상품인 게임보다 연예인이 부각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 모델의 이미지가 나빠지면 게임 이미지도 함께 나빠질 위험이 있고요. 과다한 마케팅 비용 증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큽니다. 마케팅 여력이 없는 중소 게임사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며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는 거죠.
하반기에도 모바일과 온라인 플랫폼과 상관없이 대작 게임이 다수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광고 업계에서는 게임 마케팅 비용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쯤이면 스타 마케팅 결과에 대한 지표도 볼 수 있을 텐데요, 과연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