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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투자 “똑같은 게임만 보인다” vs. 개발 “투자자가 이렇게 만들었다”

투자 반토막 난 한국 게임시장, 투자자와 개발사가 바라본 원인은?

김승현(다미롱) 2015-10-06 17:21:20

한국 게임산업이 위기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게임계에 투자된 금액은 약 900억 원. 지난 해 벤처캐피탈에 게임계에 1800억 원을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왜 갑자기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마른 것일까? 한국 게임계가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6일, 맥스 서밋 2015 행사에서 벤처캐피탈과 퍼블리셔, 그리고 개발사를 대표하는 이들이 나와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경희대학교 유창석 교수(사회), 4:33 박영호 이사, 케이큐브벤처스 신민균 상무, 캡스톤 파트너스 정상엽 팀장,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 말라가는 벤처 투자, 업계의 허리가 부서지고 있다

 

개발사뿐만 아니라 퍼블리셔, 벤처캐피탈까지 이러한 주제를 논의하는 까닭은 이 현상이 업계의 허리를 부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이나 퍼블리셔의 투자를 받는 업체 대부분은 스타트업. 게임계에서 스타트업이란 곧 다양성과 같다.

 

때문에 벤처 투자가 반토막났다는 것은 허리에 갈 양분에 반으로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올해 투자건의 대부분은 과거처럼 1~5억 규모의 소규모 투자가 아닌, 가능성 있는 개발사에서 집중 투자되는 방식이다. 실질적으로 스타트업의 수혜 비율은 반보다도 훨씬 낮다.

 

때문에 일각의 우려와 달리, 일선에서는 지난해부터 급증한 중국 자본의 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우리 게임이 매력적이라는 뿌듯함은 물론, 당장 총알 없어 죽기 직전인 사람에게 총알의 색깔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행사에 참가한 벤처캐피탈과 퍼블리셔, 개발사 협회 모두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정상엽 팀장은 "퍼블리셔와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매마른 현재, 스타트업에게 중국 자본 아니면 대안이 없다"며, 오히려 앞으로 중국 자본에게 마저도 매력적이 못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지경이라고 경고했다.

 

캡스톤 파트너스의 정상엽 팀장 

 

 

■ 투자사는 “똑같은 게임만 보인다”, 개발사는 “투자자가 이렇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퍼블리셔와 벤처캐피탈은 왜 투자를 줄였을까? 의외로 다들 정부의 게임 규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정부의 게임 규제는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으레 있는 문화 충돌 현상일 뿐이며, 이를 잘 대처하지 못한 것과 지금의 상황은 무관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

 

오히려 투자사와 개발사 모두 지적한 것은 모바일게임의 유통 환경이었다. 마켓과 플랫폼, 퍼블리셔와 게임사가 겹겹이 쌓인 구조 때문에 게임의 순익이 줄었고, 또한 모바일 특유의 빠른 개발 탓에 잘나가는 게임도 카피 타이틀이라는 경쟁자를 금방 만나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4:33 박영호 이사

 

하지만 이러한 환경이 실제적으로 어떤 문제를 만들었냐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지적이 나왔다. 먼저 벤처캐피탈이나 퍼블리셔 등의 투자자들은 이 환경 때문에 스타트업도 안전한(?) 모방작만 만들어 투자할 작품이 없다고 지적했다.

 

캡스톤 파트너스의 정상엽 팀장은 스타트업 대부분이 재기발랄함을 잃고 무작정 흥행작만 따라 한다고 지적했다. 4:33의 박영호 이사는 이를 공감하며 “스타트업이 똑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어봤자 대기업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이기지 못한다. 스타트업은 기존의 흥행공식 대신 자신들만의 답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반대로 개발사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이나 중소 개발사의 이러한 행태 모두 퍼블리셔와 벤처캐피탈의 요구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중소 모바일개발사의 모임인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은 “개발사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퍼블리셔나 벤처캐피탈 모두 흥행작과 유사한 작품 아니면 상대도 안 해준다. 심지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배고픈 스타트업이 어떤 작품을 만들겠는가”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투자사와 개발사 모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한 셈이다.

 

이 의견 차이는 결국 투자자와 개발자 모두의 잘못이라는 식으로 의견이 정리됐지만, 두 부류의 입장은 해결책에서도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황성익 협회장은 행사 마지막에 업계의 허리가 살아날 수 있도록 벤처캐피탈과 퍼블리셔가 힘을 써줄 것을 주문하고, 반면 벤처캐피탈이나 퍼블리셔 측에서는 스타트업, 혹은 한국 게임계만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