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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중국 게임회사는 왜 미국 1등 게이 데이팅 앱을 인수했을까?

쿤룬, 미국 1위 게이 데이팅 앱 GRINDR에 약 1,127억 원 투자

원동현(가드윈) 2016-01-20 09:50:29

게임회사가 게이 데이팅 앱을 인수한다면?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메이저 게임회사 중 하나가 미국 게이 데이팅 앱을 인수했다. 그것도 1등 앱을 말이다. 과연 중국 게임 회사는 무슨 꿍꿍이로 이런 M&A를 진행했을까?

 


지난 1월 12일, 그라인더(GRINDR)라는 앱과 관련된 뉴스를 봤다. 중국의 유명 게임사 쿤룬이 9,300만 달러(약 1,127억 원)를 투자해 지분 60%를 가져갔다는 내용이었다. 쿤룬은 중국 10대 게임 업체 중 하나로, 국내에도 지사가 있다. 중국에서 <테라>를 퍼블리싱하는 회사다.
 
인수합병 자체는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중국 게임계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투자 및 인수합병 기사가 올라오므로 늘상 접하는 기사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GRINDR는 2009년 출시한 미국 1등 게이 데이팅 앱이었다. 전 세계 192개국에 1,05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하루에 200만 명씩 접속하는 정말 잘 나가는 그런 앱이었다.
 
쿤룬은 GRINDR의 성장 속도와 국제적 규모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자신들의 사업 목표로 '해외 진출''생활형 서비스 론칭'을 내세운 만큼 그에 맞는 행보일 수 있다.
 
수긍은 간다. 다만 의문이 생겼다. 이 앱은 정체성이 매우 명확하다. 유저층의 범주가 명확히 그어져 있다. 쿤룬은 왜 GRIDNR라는 게이 데이팅 앱을 골랐을까? 

쿤룬은 그 무지개(동성애의 상징) 속에서 무얼 보았는가?
  

 

최근 중국 게임 시장의 '핫'했던 타겟유저는 '여성'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남성향' 게임 시장의 포화와 여성 게이머(규모와 구매력)의 급성장이다. 특히, 모바일게임에서 여성 유저의 비율은 현재 40%에 달한다. 남성향 게임에 거부감을 느껴 대다수가 가벼운 게임 이용에만 몰린 상황이었다.

 

텐센트는 이런 현상을 잡아냈다. 작년 5월 여성향 게임 <기적난난>을 출시했다. 여성들의 심리를 잘 잡아냈다고 평가받는 이 게임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출시 5개월 만에 매출 360억 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여성향' 게임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적난난> 같은 시뮬레이션 장르뿐만 아니라, TCG 장르인 <왕과 이계의 기사>를 비롯해 수많은 장르의 여성향 게임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취향 분화도 나타나고 있다. 'BL'(남성 동성애) 문화를 즐기는 유저들도 생겨나는 중이다. 이들의 소비 성향은 이전과는 판이해졌다.

 

쿤룬은 이 시장 흐름을 보고 새로운 타겟유저를 발굴해 낸 것으로 보인다. 바로 LGBT다. 

 


LGBT란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글자를 딴 표현으로 성적소수자를 의미한다.​ 게리 게이츠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5%가 LGBT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가장 그럴듯한 '추정'일 뿐이다. 조사 표본과 방식에 따라 2~8% 사이의 결과값을 보인다.
 
중국 LGBT 인권보호를 위한 단체 'Work For LGBT'의 조사(2014년)에 따르면, 중국 전체 동성애자 수는 7,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한 개인당 평균소득이 10,298 위안(약 185만 원)으로 이성애자보다 약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각해보면 '노다지'다. 게임사가 지금까지 눈독 들이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현재까지 쿤룬이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바는 없다. 하지만, 미국 1등 게이 데이팅 앱​ 인수가 그것만으로 끝날 리는 없다. 
 
앞서 말했듯, 쿤룬은 최근 사업목적으로 '해외 진출'과 '생활형 서비스 론칭'을 내세웠다.

'해외진출'에 방점을 찍는다면, GRINDR은 쿤룬 해외진출의 디딤돌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앱이 전 세계 192개국에 1,05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하루에 200만 명씩 접속하고 있는 플랫폼을 가만히 놔둘 중국 회사는 없을 것이다. 

텐센트가 위챗 플랫폼에, 네이버가 라인에 게임을 올리듯, 쿤룬은 GRINDR에 게임을 올릴 확률이 높다. 게이 유저층의 취향을 반영한 게임일 것이다.​ 잘 된다면 결제액은 높을 것이다.

반대로 GRINDR 역시 쿤룬을 중국진출의 초석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GRINDR는 중국 내 라이벌 앱인 Blued나 Zank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도 GRINDR는 '생활형 서비스'와 함께 '게임'을 품을 가능성이 크다. 생활형 서비스는 일종의 미끼 역할을 할 것이다. 사용자가 앱에 종속될수록 플랫폼으로서 힘을 강력해진다. 게임은 그 위에서 잘 팔리며 돈을 벌어다준다. '카카오톡'을 통해 우리는 일찍이 그것을 깨달았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 쿤룬이 아예 새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쿤룬이 무지개 너머에서 우리가 예상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봤을 수도 있다. 

무지개 너머에는 과연 어떤 보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