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이 해외 진출을 논할 때 빼놓지 않는 나라가 있다. 바로 13억 인구의 중국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유저만 6억 5,700만 명(상반기 중국 모바일게임 보고서-PP, 2015)에 이르는 그야말로 ‘노다지’이기 때문이다.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와 세분된 마켓 등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많은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수가 많은 인도는 국내 게임사에게 외면 받고 있다. 어제는 ‘무법 천지의 국가’로 오늘은 ‘최첨단 IT 국가’로 불릴 만큼 한국에서 인도는 이해가 부족한 나라다. 더불어 ‘가난한 나라’라는 편견으로 시장 가치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주민 퍼니즌 대표는 “인도야 말로 기회의 땅”이라고 반박했다. 24일 코엑스에서는 게임사를 대상으로 글로벌 진출 타깃 시장의 정보를 공유하는 ‘K-Game 비즈니스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인도의 유일한 게임 퍼블리셔 퍼니즌의 이주민 대표가 말하는 인도 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규모는 세계 2위, 새로운 블루오션 ‘인도 모바일게임 시장’
인도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거대한 규모다. 빈곤층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인구수가 많아 고소득층의 절대수도 어마어마하다.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층만 2억 명, 중산층 역시 2억 명이 달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3억 5,000만 명으로 이미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규모다. 이중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사용자는 지난해 연 성장률 28%를 기록하며 2억 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 피처폰을 사용하는 5억 명으로 이들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오는 2017년까지 인도의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3억 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과 마찬가지로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 비율은 한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절대적인 수치만 두고 보면 무시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3G 유저는 이미 2014년 8,200만 명을 넘어섰는데, 지난해 4G까지 도입돼 인도 내 업계에서는 오는 2017년까지 2억 8,400 만 명이 3G/4G 사용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인도의 게임 산업은 이제 시작, 지금이 기회다”
게임 시장으로서 인도의 단점은 영화를 제외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임 전문 퍼블리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이 대표가 운영하는 퍼니즌이 유일하다.
그러나 점차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인도인들, 특히 10~20대들의 니즈는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 대표에 따르면 최근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200평 규모의 한 아케이드게임 센터의 경우 일 매출 3,000만 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한 판에 500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젊은 세대들은 오락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도 스마트폰 앱시장에서는 게임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4년 인도인 연평균 앱설치수는 32개 인데, 이중 30%가 게임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이는 인도 내 모바일 게이머 수가 1억 3,100만 명에 달한다는 의미다. 2015년은 더욱 늘어나 1억 5,000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모바일게임 매출 규모는 2014년 한해 동안에만 132%가 증가했다. 글로벌 성장률 38.9%와 단순 비교해도 3배가 넘는 급 성장세다.
■ 못해도 500만 다운로드, “인앱 결제보다는 광고가 유리”
진입장벽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편한 결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인도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사용자가 15%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구글 기프트 카드를 구입하는 것도 쉽지 않아 게임 결제율이 낮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모바일게임 매출 규모는 130%가 넘게 성장하고 있지만, 구글 플레이 스토어 톱10안에 든 게임의 ‘월’ 매출액은 2억 원에 그친다. 한국의 톱10 게임의 ‘일’매출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국내 시장에서와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모델을 인앱 결제에 얽매이지 않고 광고로 돌리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하루에 1,000만 명의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웬만한 상위권 게임의 다운로드 수는 수십억에 달한다. 이 대표 표현에 따르면 ‘그저 그런 게임’도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광고 수익이 상당하다.
따라서 인도 모바일시장에서는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고퀄리티의 RPG보다는 2013년 전후 흥행했던 캐주얼 장르가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퍼니즌 역시 과거 게임성은 좋았지만 빛을 보지 못했던 레이싱, 슈팅, 퍼즐 등의 캐주얼게임을 우선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현재 인도 모바일게임 시장의 매출 순위 상위권은 카드게임을 제외하고는 <클래시 오브 클랜>, <캔디 크러시> 시리즈와 같은 글로벌 게임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파이를 어렵게 뺏으려는 것보다, 광고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노리는 건 어떨까요?”
■ 영어라서 쉽다? “현지화는 꼭 필요하다”
인도만의 독특한 문화도 한국의 게임사들이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가 몬스터로 등장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PC 온라인게임 <C9>에서는 인도의 행운의 신 ‘가네샤’가 적으로 등장해 인도 진출 과정에서 수정을 해야만 했다.
언어도 현지화가 필요하다. 인도는 영어를 상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 표현이나 단어는 북미와 다르게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인도에서 ‘Tomorrow’는 내일의 의미보다는 불특정한 미래를 대표하는 말이다. 미국에서 인사로 사용되는 “What’s Up”과 같은 거친 표현은 기피하기도 한다.
이를 고려해 표현을 적절히 순화하거나, 적절히 힌디어를 섞어 주는 게 좋다는 게 이 대표의 조언이다. 쓰리카드 포커 게임 <틴파티>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틴’은 3을, ‘파티’는 포커를 의미하는 힌디어인데, 제목 때문에 인도사람들은 <틴파티>를 인도 게임으로 착각해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24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4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6위로 포커 장르 1위를 차지했다.
“인도의 게임 시장은 이제 시작입니다. 가이드라인이 없기에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작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죠. 이미 포화된 북미나 진입장벽이 높은 중국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인도라는 제 3의 대안이 있다는 점을 국내 개발사들이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