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 확률을 조작했다는 논란이 일자 개발사가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시스템까지 고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일본의 <그랑블루 판타지>가 대상이다.
25일, 일본의 사이게임즈는 <그랑블루 판타지>의 2주년 기념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캐릭터와 아이템 뽑기 확률 조작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책을 발표했다.
<그랑블루 판타지>는 지난 1월 시작한 설날 뽑기 이벤트에서 한정 캐릭터가 나올 확률을 임의로 조작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현금을 사용해 2522번 뽑기에 도전했지만 캐릭터를 뽑지 못한 유저를 시작으로, 캐릭터를 뽑지 못했다는 인증 게시물이 이어지자 유저들이 결국 2,000여 명의 서명과 함께 소비자청에 신고한 것.
[과대 광고인가, 사기 행위인가? 그랑블루 판타지, 뽑기 확률 논란]
유저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2월 25일, <그랑블루 판타지> 측은 2주년 기념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정식으로 사과하고 앞으로의 방침과 보상 대책을 발표했다. 대형개발사가 유저의 항의만으로 보상과 재발방지, 게임 시스템 변경까지 발표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 300회 이상 뽑기를 했을 때 원하는 장비를 선택할 수 있다.
<그랑블루 판타지>에서 제시한 해결책은 이렇다. 이벤트 기간 중 뽑기 횟수가 일정 수에 도달했을 때, 이벤트 대상 아이템 중 하나를 제공한다. 현금으로 산 코인과 무료 티켓이 모두 대상이다. 뽑기 횟수가 300회에 도달했을 때 횟수는 초기화된다.
이외에 보물을 모아 '레전드 뽑기'에 해당하는 선택권으로 교환하는 시스템을 추가한다. 또한 표시되는 내용이 의심스럽고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에 따라 다른 유저가 뽑은 아이템이 화면에 표시되는 시스템도 삭제한다. 다른 유저의 아이템이 표시되지 않는 건 사이게임즈의 다른 게임에도 일괄 적용된다.
▲ 설날 이벤트 동안 뽑기를 이용한 금액만큼 보정석으로 돌려준다.
설날 이벤트 뽑기로 피해를 본 유저에게는 이벤트 동안 뽑기를 이용한 금액분에 해당하는 보정석(게임 내 캐시)을 돌려주며, 티켓으로 레전드 10연속 뽑기를 이용한 유저도 동일한 티켓을 배포하는 등 환급 보상도 실시한다. 사실상 유저들이 제기한 불만이 대부분 받아들여진 셈이다.
변경된 시스템은 3월 10일 업데이트를 통해 적용될 예정이며, 환급 보상은 방송이 나간 직후 이루어졌다. 피해 유저 뿐 아니라 보상 시점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든 유저에게 추가로 보정석 3,000개도 배포되었다.
<그랑블루 판타지>를 담당하는 하루타 코우이치 프로듀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든 고객께 불안을 끼친 것에 사과드린다. 이번과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또 앞으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랑블루 판타지>에서 확률 조작 사실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사이게임즈는 확률 조작 논란이 제기된 지난 18일 공식적으로 조작을 부인했다. 이번 피해보상 역시 확률 조작에 대한 보상보다는 아이템이 너무 적게 나와서 피해를 입은 유저들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보인다.
한편, <그랑블루 판타지> 뽑기 확률 조작 논란은 일본 소비자청, 소비자위원회, 경찰청, 금융청이 각각 조사 중이다. 1월 29일, 일본 소비자청은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과도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소비를 일으키는 행위를 했을 때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 제도를 포함한 '부당 경품류 및 부당 표시 방지법'의 개정안을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