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바둑 천재 이세돌과 구글의 AI 알파고와의 대결로 후끈 달아올랐었죠. 이세돌 9단은 5:0 또는 4:1 승리를 장담했었는데요, 현재는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을까?'로 분위기가 암울(?)합니다. 전문가들은 '이세돌이 알파고를 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다른 국가의 프로 바둑 기사들은 이번 대결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아울러 바둑은 영어로 GO라고 하는데요, 널리 알려지진 않은 편입니다. 그런데도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서구권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영어권 커뮤니티인 래딧에서도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는데요, 한 번 살펴볼까요? /디스이즈게임 홍민 기자
중국 바둑랭킹 1위이자 알파고의 다음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큰 '커제'.
처음에 알파고의 실력을 낮게 봤다. 그래서 이세돌의 5:0 승리를 예상했다. 난 쉬운 상대와 싸울 생각이 없다. 100번 붙어 100번 이기는 컴퓨터 같은 상대라면 말이다. 하지만 이젠 좀 시도해 볼만해 진 것 같다. 사람을 상대할 때 만큼 자신감은 아니지만, 붙는다면 내가 60% 정도 유리할 것 같다.
■ 일본 프로 바둑기사들 반응
▶Mimura Tomoyasu 9단
2번째 대국의 패배는 어제보다 심각했다. AI가 우리를 앞질렀음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알파고가 둔 수는 당시엔 나쁜 수로 보였지만, 게임이 흘러가면서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Takanashi Seiken 8단
첫 게임은 이세돌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두번째 게임에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이젠 그 생각이 어리석음을 알았다. 알파고는 초반에 강해 보이지 않지만, 중반과 후반 플레이는 굉장히 소름끼친다.
▶Seto Taiki 8단
알파고의 스타일은 매우 놀랍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전반에 둔 모든 수가 다 유용해진다. 인공지능끼리 플레이하는 바둑 대결을 보고 싶다.
▶Xie Imin 6단
알파고의 플레이를 보면서, 바둑을 두는 수가 수 없이 많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이세돌이 2번 연속 졌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상태지만,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닌 만큼 3번째 게임에 희망을 가져 본다.
2:0으로 밀리고 있는 이세돌. 먼치킨 알파고를 한 번이라도 꺾을 수 있을 것인지?
■ 래딧 유저 반응
우리 가족은 한국인인데, 아빠가 오밤중에 날 깨워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어. (이세돌이 져서) 한편으론 아빠의 한국인이란 자긍심이 무너졌지만, 다른 한편으론 바둑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완전히 황홀감에 빠져있더라구. 알파고의 능력은 미친 것 같았고, 모두 완전히 충격먹었어.
나만 그런거야? 아니면 원래 이 정도 레벨의 승부면 원래 그런거야? 난 그랜드마스터 레벨의 체스 프로그램을 짠 경험이 있는데, 난 알파고의 프로그래밍이 정말 불가능한 수준인 것 같아.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알파고란 녀석이 지금까지 내가 알던 게임 인공지능에 대한 모든 것을 쓰레기통에 처박게 해줬어.
▶Moranic
알파고가 CPU 1200개, GPU 200개 등으로 구성됐단 이야기가 있던데, 이 숫자는 미친거야. 만약 나를 이기려고 그 정도 노력을 했다면, 난 정말 상대를 존경하겠어. 이세돌을 이기기 위해 그 정도 공을 들였다면, 곧 이세돌은 완전 천재라는 소리거든.
▶Shippoyasha
알파고가 매 턴 최적의 수를 두도록 설계돼 있다면, 인간을 상대로 매우 강할 수 밖에 없어. 난 이세돌이 알파고의 기억력과 계산력 없이도 비등한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어.
▶Cf18
바둑 프로 선수들은 본인이 한 게임이라면 왜 거기에 뒀는지 설명할 수 있어. 알파고의 딥마인드 팀도 가능할까? 로그가 너무 길어서 딥마인드 프로그래머라도 디코딩하기 힘들거야.
■ 그밖의 해외 유저 반응
▶ Paul100
만약 알파고가 실수를 하지 않게 설계됐다면, 이세돌이 이길 수 없다고 봐. 우린 실수를 하잖아.
프로그래머들이 알파고의 실력을 좀 낮춰서 동점까지 가게 한 후 마지막 게임에서 피 터지게 할 것 같아.
사람들이 자신에게 만족하고 기분 좋아질 수 있도록 구글은 멍청한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해.
웁스! 이세돌은 다시 학교가서 마스터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아. 그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는 그냥 빠르고, 정확해. 인간은 방해 받을 수 있는데 말이지. 둘러 쌓인 환경과 보는 시각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우리의 새 인공지능 주인님이 세상을 지배하는 때가 기대돼. 요즘 선거철이기도 한데, AI는 “인간을 죽일까 지배할까 에서 지배하는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란 판단을 내릴 것 같아. 하지만, 난 그들과 체스, 바둑 등 어떤 게임도 같이 플레이하는 것을 거부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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