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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키워드는 IP 그리고 여성” 중국 모바일게임 전망과 트렌드는?

김두일 대표가 말하는 ‘13억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국 시장 진출 전략’

송예원(꼼신) 2016-03-24 21:39:35
중국 시장에서 한국 모바일게임의 성적표는 다소 초라하다. 이른바 간판 급 게임들이 큰 포부를 갖고 진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텐센트, 360과 같은 대형 퍼블리셔와의 협업도 소용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게임이 중국에 진출할 때는 산업의 태동기였다 기술의 우위를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현지화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중국 시장에서는 경쟁작도 드물었으며, 주도권은 개발사가 가지고 있었다. 하나의 클라이언트 버전만 관리하며 코어 시스템 추가에만 신경 써도 됐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달랐다. 한국 게임사가 발을 들이기 시작했을 때 중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미 성숙기가 돼 버렸다. 이미 중국기업, 글로벌 기업이 진을 치고 있는 가운데, 기술적 격차도 없었다. 현지화는 절대적인 요소였고, 대응해야 할 마켓과 플랫폼은 너무 많았다. 제대로 된 BM 설계 없이는 생존하기도 힘들다. 

중국은 절대 넘을 수 없는 시장일까? 10년 동안 중국시장을 지켜봐 온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쫄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몇 가지 허들만 넘으면 여전히 기회는 남아있다는 게 그의 설명.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무엇이 국내 개발사를 어렵게 하고 있을까? 또 이를 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모바일게임 실크로드 2016, 13억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국 시장 진출 전략' 세미나 김두일 대표의 발표를 그대로 담았다. /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

■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돌파를 위한 3가지 허들

1) 현지화 

과거의 현지화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언어를 번역하는 수준에 그쳤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수많은 유저를 수용할 수 있는 서버만 챙기면 됐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현지화는 다르다. 모든 것을 중국에 맞춰야 한다. 언어는 '단순 번역'을 넘어 문화를 반영해야 한다. UI/UX 디자인 역시 중국 유저들이 좋아하는 색상과 구성을 맞춰야 하며, 사소하게는 마켓의 앱 아이콘 디자인도 현지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위챗과 같은 로컬 SNS를 챙기는 것도 필수다. 



특히 한국 게임사가 중국 서비스에서 가장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서버'다. 한국과 중국은 베이스 구조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모바일게임은 채널형 통합서버가 일반화됐다. 반면 중국에서는 분산서버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유저 수용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유저가 게임을 즐기는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통합서버 기반의 한국 게임은 통합랭킹을 사용한다. 모든 유저가 한 풀에서 경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수로 구성된 상위 과금러 집단이 형성된다. 이른바 '고래'라고 불리는 이들이 게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분산서버 기반의 중국 게임에서는 랭킹이 서버 별로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 게임보다 상대적 적은 비용으로 상위권 진입이 가능하다. '고래'의 매출 비중은 낮다. 대신 중국 게임이 노리는 것은 다수의 중간 과금러다. 한국 게임보다 많은 유저들이 중간층에서 위로 올라가기 위해 돈을 쓰고 있는 것. 낙오한 이들을 위해서는 신규 서버를 늘려주는 것이 이탈을 막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이러한 구조의 이해 없이 한국 방식의 서버 방식을 고집한다면 중국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 




2) 비즈니스 모델

<도탑전기> 흥행 이후 상당수의 국내 모바일게임이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모바일게임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VIP 시스템은 고도화됐고, 상점은 더욱 다양하다.  

국내 유저들은 거부감을 갖는 VIP 시스템에 대해 중국 유저들은 합리적인 결제라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쓰면 이긴다'라는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닌, '단계별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VIP 시스템은 상당히 고도화됐다. 



VIP 단계는 보통 15단계까지 있으며, 특히 결제 직후 만족감을 주기 위한 즉시 보상이 잘 갖춰져 있다. 예를 들어 소량의 강화석이 부족할 때 한 단계 업그레이드 결제를 하면 문제가 즉시 해결됨과 동시에 게임 진행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진다. 충분한 DB분석을 통해 결제 단계를 세분화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상점도 마찬가지다. 한국 게임에는 '상점'이라는 메뉴에 모든 구매 콘텐츠가 몰려 있지만, 중국 게임은 상점도 다양하다. 기간제 상점, 길드 상점, PVP 상점 등 목적에 따라 존재한다. 특히 기간제 상점의 상품은 VIP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해당 유저 플레이 패턴에 따라 필요한 상품이 등장하며, 구매 후 만족감이 높은 편이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것 중 하나가 보상 시스템이다. 로그인 횟수나 레벨업 수준에 따른 보상은 물론이거니와 전투를 제외하고도 모든 사소한 행동에 보상이 주어진다. 구매를 하지 않으면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구매 후 높은 만족감을 주는 상호작용이 필요한 것이다. 



예외도 있다. <나루토>(화영닌자)와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과 같은 IP게임이다. 이들 게임은 중국 내에서도 '보상이 짠 게임'으로 유명하다. 막대한 보상안 없이도 팬덤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구매가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참고로 중국의 RPG는 강화석 수집형이 많다. 낮은 등급의 캐릭터도 꾸준히 강화석을 모아 성장시키면 쓰임새가 있다. 비싼 돈을 들여 6성, 7성 캐릭터를 뽑지 않아도 꾸준한 플레이를 통해 누구나 상위 랭커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확률형 뽑기 위주의 국내 모바일게임이 고려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3) 마켓의 다양성

이미 알려졌다시피 중국에는 안드로이드 마켓만 수 백 개가 넘는다.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진출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마켓 대응은 언어 이상으로 높은 장벽이다. 

개인적 경험이나 주변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한국 개발사가 중국의 안드로이드 마켓을 직접 대응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엄청난 리소스 낭비다. 게임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야 할 고급 인력들이 수 개월 동안 사소한 문제에 얽매이는 모습을 많이 봤다. 무엇보다 보안성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라면 네트워크가 필요 없는 싱글게임도 추천한다. 네트워크 게임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네트워크 환경이 열악한 3~4급 도시에서는 캐주얼 장르의 싱글게임에 대한 니즈가 있다. 2015년 상반기 아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중국 내 싱글게임의 잔존율은 44%로 네트워크 게임보다 2배나 높았다. 틈새시장은 더 높은 수익을 안겨다 준다. 




■ 2016년 중국 모바일게임 전망과 트렌드

1) IP 파워

지난해부터 시작한 IP파워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몽환서유>, <나루토>, <킹 오브 파이터즈> 등 과거 게임이나 만화의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들이 꾸준히 상위권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만 300종의 IP 게임이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크로스 오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 웹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IP를 바탕으로 한 OSMU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모바일게임이 있다. 

한국에서 시청률 30%를 돌파하고, 중국에서 회당 조회수 1억 뷰를 달성한 <태양의 후예>는 다양한 업체에서 게임 제작을 시도했으며, 최근에는 한 업체에서 계약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년 만의 후속작으로 5일 만에 예고편 조회수 7억 뷰를 기록한 <엽기적인 그녀> 역시 영화 개봉에 맞춰 모바일게임도 함께 출시된다. 

IP가 주목을 받는 이유에는 여러 측면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개발에서는 기획, 그래픽 리소스가 준비돼 있어 용이하다. 또 IP가 주는 익숙함은 수많은 게임 홍수 속에서 유저 선택의 중요한 이유를 제공해 마케팅에서도 유리하다. 주아휘 쿤룬 대표는 "IP 게임은 초기 마케팅 비용에서 20배 절감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 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게임의 부상

중국 내 스마트폰 사용자 중 49%가 여성이다. 지난해 360 발표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의 여성유저 비율은 26%까지 확대됐으며, 해마다 여성유저 유입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게이머는 남성들의 비중이 크지만 마케팅 측면에서는 여성들의 반응이 훨씬 좋다. 이들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하는 주기가 2.5배 높으며, 지웠던 애플리케이션의 재설치율은 3배가 높다. CPI 유입률은 무려 4배나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앞으로도 여성 게이머의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들은 그래픽, 시나리오, 사운드 등 요소에 민감한데 RPG를 제외하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소위 말하는 여성향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이하 여성향 게임)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중상위권에 수많은 여성향 게임을 볼 수 있는데, 최근 불법 해킹 시장에 이들 게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 모바일게임 역시 여성향 게임으로 제작된다고 발표돼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연애 시뮬레이션게임 외에도 퍼즐이나 SNG 등 여성 유저를 타깃으로 한 모바일게임이 크게 확대될 것을 전망된다. 




3) RPG의 진화

RPG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스테이지 중심의 액션형 RPG에서 필드형 MMORPG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에 접어 들었다. 한 번 높아진 유저들의 눈은 낮아지지 않는다. 이후에는 액션형 RPG 수준의 그래픽 퀄리티를 유지한 채 필드형 MMORPG를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다. 




4) 외국산 게임의 규제? '글쎄'

지난 2월 게임업계 핫이슈 중 하나가 '중국의 외국계 회사 규제'였다. 외국 회사는 중국에 콘텐츠를 아예 공급하지 못한다. 애플도 사라진다 등 다양한 추측이 오가며 공포감이 확산됐다. 

중국 현지에서 오랫동안 일한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규제는 에전이나 지금이나 늘 있었던 것이었다." 

실제로 법이 적용된다는 3월 10일 이후 특별하게 바뀐 것은 없었다. 혹시나 싶어 대형 퍼블리셔에도 문의해 본 결과 심의 절차라든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계획은 없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목적에는 자국 시장의 보호가 있다. 만약 자국 시장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규제는 완화된다. 게임 시장을 돌아보면 온라인게임은 여전히 규제 속에 있고, 콘솔게임은 약 10년 만에 빗장이 풀렸다. 온라인게임은 여전히 위협의 대상이지만, 콘솔게임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이번 규제는 '모바일게임'이 타깃이 아닌 IT 사업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중국에서 모바일게임 시장은 외국의 위협을 받는 형세는 아니다.  [관련기사] "외국 게임 회사는 이제 중국에서 사업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