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도전은 주로 '새로운 개발자'들의 몫이었다. 경험이 쌓인 개발자일수록, 노하우가 쌓인 개발사일수록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했고, 그 결과는 미드코어RPG라는 특정 장르의 집중으로 이어졌다.
이은상 대표의 모바일게임 진출은 그래서 더 관심을 모은다. 모바일게임 개발사 카본아이드를 세운 이은상 대표는 29일 3개의 모바일게임을 공개했다. 흔한 미드코어RPG는 하나도 없다. 자동전투 게임도 없다. 되려 비즈니스모델과 지나친 도전을 걱정하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설립했고, 이후에는 NHN엔터테인먼트의 대표까지 맡았던 그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게 '자신의 영혼에 맞는 길'이라 말한다. 과거 <드래곤네스트>를 처음 출시했을 때처럼 '성공과 상관없이 기억에 남는 게임', '독특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게이머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거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종족부터 다르다는 뜻에서 개발사 이름도 '카본(탄소) 아이드'다.
천편일률적인 게임에 반기를 든 굉장한 도전자 집단, 카본아이드의 게임과 발표를 디스이즈게임에서 정리했다. 먼저 신작 <나이츠폴>의 영상부터 보자.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핀볼처럼 병사를 쏴라! 나이츠폴 & 타이니폴
<나이츠폴>은 골수게이머의 경험을 겨냥했다. 카본아이드는 '스마트폰에서 골수게이머를 어떻게 놀라게 만들 수 있을까? 게이머에게도 스마트폰에소 최적화된 재미를 주는 게 가능할까?'의 2가지 요소를 고민했다. 골수게이머도 분명 스마트폰게임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스마트폰 게임에 만족하고 있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나이츠폴>에서는 ▲1~2분 안에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짧지만 강한 몰입감과 ▲한번의 전투에서도 많은 도전이 가능한 압축된 레벨 디자인 ▲병사와 병사가 부딪힐 때 생기는 불꽃, 피, 100명과 100명이 부딪혔을 때 생기는 무리감과 쫓아가기 어려울 정도의 스피드 등의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자는 목표를 세웠다.
대신 이 외에는 어떤 것도 버려도 된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가 마치 핀볼 방식으로 병사를 날리며 전투를 벌이는 <나이츠폴>이다.
<나이츠폴>에서 유저가 조작할 수 있는 건 우측의 속도 뿐이며, 이후 버튼을 누르면 속도에 맞춰 병사들이 날아간다. 유저는 제한된 병사를 날려서(?) 스테이지 내의 조건을 클리어해야 한다. 150명의 병사로 오크 보스를 처치하거나 70명의 포로를 탈출시키는 식이다.
조작은 단순하지만 한 번에 수 십 명씩 날아가며 여기저기 부딪히고 튕기며 싸우는 병사들의 움직임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스테이지의 구성에서도 마지막 한 두 명의 병사를 남기고 성공과 실패가 정해지는 카타르시스를 극대화 시키려 노력했다는 게 카본아이드의 이야기다.
<나이츠폴>은 각종 책들을 오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시나리오 모드와 일종의 PVP모드인 정복자 모드로 나뉘며 오는 4월 일부국가에 소프트론칭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식출시는 2016년 가을로 예정됐다.
<타이니폴>은 <나이츠폴>의 캐주얼 버전으로 그래픽 취향이 맞지 않는 (주로) 여성 유저들을 위해 개발됐다. <나이츠폴>의 개발 이후 피드백을 받다 보니 의외로 게임의 플레이 방식이 많은 유저들에게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픽을 바꾼 <타이니폴>을 별도로 개발했다.
<나이츠폴>과 기본방식은 같지만 배경에서 헨델과 그레텔, 장화 신은 고양이, 눈의 여왕 등 동화 풍 콘셉트를 채택했고, 전반적인 난이도를 조절했다. <나이츠폴>에서 한 축을 맡은 PVP 역시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로 탈바꿈했다.
<타이니폴>은 <나이츠폴>과 마찬가지로 4월 소프트론칭을, 오는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 거대보스와는 한판 승부! 기간트 쇼크
<기간트 쇼크>는 스마트폰에서 아예 새로운 재미를 그려보자는 생각에 개발한 게임이다. 시작은 <마계촌>이나 <메탈슬러그> 같은 게임에서 나오는 거대 보스전을 스마트폰으로 가져와보자는 생각이었다.
<기간트 쇼크>의 조작은 손가락에 힘을 모아서 캐릭터를 날리는 방식이다. 캐릭터에 따라서 적을 얼리거나 폭탄을 붙이거나 할 수 있으며, 폭탄에 딜러를 붙이는 등의 다양한 전략도 가능하다. 무기에 따라 공격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보스라도 다양한 공략방식이 나온다.
이렇게 처치한 보스에서 아이템을 얻고, 옵션의 폭을 다양하게 늘리고, 더 다양한 방식으로 보스를 공략하는 순환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마을을 발전시키면서 재료를 얻거나, 퀘스트 보상을 강화해나가는 이야기의 흐름도 담겨 있다.
<기간트 쇼크>는 최대 3인의 멀티 파티플레이를 지원하며, 멀티플레이에 따른 다양한 공략방식도 제공할 예정이다.
■ 카본아이드는 재미있는 것들을 시도하는 소규모 집단
이은상 대표가 밝힌 카본아이드는 '재미있는 것들을 만드는 소규모 집단'이다. 카본아이드의 현재 인원은 50여명, 3개 게임을 개발 중인 개발사로는 작은 규모지만 당장 인원을 크게 늘리지는 않을 계획이다.
오늘 소개한 3종의 게임이 미드코어 RPG가 아니고, 자동전투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굳이 독특한 게임만을 만든다는 목표는 아니다. 오직 재미난 것만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개발자들이 '골수게이머'인만큼 게이머를 겨냥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카본아이드 게임의 특징이다.
비즈니스모델 역시 성장과 관여된 뽑기보다는 스테이지 클리어를 돕거나 스태미너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오늘 공개한 게임들을 통한 카본아이드의 목표는 성인남성들도 가볍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남자용 <캔디크러시사가> 같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이은상 대표는 "접속률이 높은 게임보다 만족이 높은 게임, 핸드폰을 내려놨을 때도 해보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반드시 성장이나 뽑기와 파밍이 있어야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미드코어RPG는 이미 잘 만드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리는 우리대로 재미난 게임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