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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가상현실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임의 순기능적인 현실도피

<모뉴먼트 밸리> 개발사 USTWO Games의 대니얼 그레이가 말하는 가상현실 순기능

정혁진(홀리스79) 2016-04-27 01:20:01
'생각, 행동이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는데 피하는 현상', 즉 '현실 도피'는 가상 현실(VR)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물론 단어의 직접적인 의미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 현실에서 접하지 못한 것, 혹은 접할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게 해주는 또 다른 '탈출구'를 말하는 것이다.

USTWO Games의 대니얼 그레이는 강연을 통해 개발 중인 <랜즈 앤드>를 통해 VR의 순기능적인 모습을 강조했다. 작년 출시한 모바일 게임 <모뉴먼트 밸리>도 마찬가지. NDC 2016을 통해 대니얼 그레이가 말한 가상현실과 현실 도피의 상관관계를 들어보자.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USTWO Games의 대니얼 그레이

  

'현실 도피'는 현실에서 불쾌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는 불가능한 요소들에서 벗어나 게임 내 판타지를 통해 위안으로 삼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과거부터 게임을 통한 '현실 도피'에 익숙해져 왔다. 10~15년 전에도 여러 가지 기기를 통해 손에 컨트롤러를 들고 게임에 몰입한 순간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인 한계는 있었지만, 시각, 오디오적인 요소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과거 게임 중에서는 <파이널 판타지 7>가 생각난다. 11살 당시 처음으로 몰입했던 게임이다. 마치 실제 존재하는 사람처럼 캐릭터의 대사와 행동에 공감했다. 대화만 봐도 어떤 캐릭터인지 맞출 정도였다. 진짜 캐릭터가 사는 것 같았고 콘솔 전원을 꺼도 그 세계는 잊히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자사 게임 얘기를 통해서 설명해보겠다. <모뉴먼트 밸리>는 기하학(토지 측량을 위해 도형을 연구하는 데서 기원했으며, 공간의 수리적(數理的)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에서 영감을 받았다. 모두가 가진 휴대폰 또는 태블릿 PC를 통해 색깔이 넘치는 공간, 일상에 없는 현실과 다른 세상을 제공해 '주머니 속의 안식처'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다른 곳을 통해 걱정을 잊고 새로운 세상 속에서 경험을 얻기를 바랐다.

최근 주목 받는 기술인 '가상 현실(VR)'에 대해서도 경험을 접목해서 생각해보자. 이제는 많이 경험해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페이스북, 오큘러스, HTC, 스팀 등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고 뛰어들면서 이제는 어디서든 VR 경험을 할 수 있다.

VR이 '현실 도피'가 될 수 있는 것은 자신만의 가상 공간, 그리고 고전 컨트롤러에서 벗어난 조금 더 색다른 조작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꼭 무언가를 입력해야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상상력도 동반되어 있고.

 

 

 


 

USTWO Game가 개발 중인, VR을 퍼즐게임 <랜즈 앤드>는 이런 점들을 담은, 초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인, 어떻게 보면 신비한 모습들이 있는 VR 퍼즐 게임이다. 현실적인 요소가 아닌 현실과 다른 모습들을 꾸며낸 것은 의도된 콘셉트다. 현실과 습사한 모습을 추구하는 기존 1인칭들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다.

 

이는 뇌에서 인식하는 반응 때문이다. 초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면 상상력과 경험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내가 17살일 때, 4개월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아주 아팠다. 오랫동안 병원에 있다 보니 우울해서 아버지에게 잠시만이라도 병원에서 나가고 싶다고 했고 아버지는 몰래 당신의 차로 나를 데려다주셨다. 한 시간 정도 잠깐 앉아있었지만 꽤 기분전환됐던 기억이 난다. 만약 VR을 통해서라면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병원이 아닌 다른 곳의 경험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가상의 경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소드 아트 온라인>에서는 현실에서 심각한 병에 걸린 캐릭터가 하나의 탈출을 위해 실험으로 기계와 연결, 신경망으로 연결된 가상세계 속에서 최고의 검객이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프고 슬픈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이 꿈꾸어 오는 멋진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이처럼 VR이 주는 '현실 도피'는 긍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먼 거리에 있는 가족과 얘기를 하거나, 가상의 악조건, 긴박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볼 수도 있다. USTWO Games가 개발 중인 <랜즈 앤드>도 이와 같다. 단순 삶인지 혼돈인지 가져오는 부정적인 문제가 아닌 장애나 불편함, 또는 각종 현실적인 요소로부터 다른 삶을 살 기회를 제공하는 점이 더 큼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