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하기까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로드컴플릿 최선웅 PD는 이 과정을 "인터렉션의 패턴화"라 정의했다. 인터렉션이란 과연 무엇이고, 그것이 패턴화된다는 것은 어떤 이야기일까? 그의 강연을 통해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 디스이즈게임 우정혁 기자
■ 인터렉션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게임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2개의 장치가 필요하다. 하나는 입력장치, 하나는 구동장치다. 우리는 입력장치를 통해서 구동장치에 명령하게 되고 구동장치는 이것을 통한 계산 결과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우리는 인터렉션이라 부르고 있다.
이런 인터렉션은 게임에선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테트리스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테트리스는 세 가지 인터렉션 구조로 되어 있다. 좌/우 입력을 통해 블록을 한 칸 이동시킬 수 있음. 회전 입력을 통해 블록을 90도 회전시킬 수 있음. 드랍 입력을 통해 즉시 블록을 내릴 수 있음.
그런데 만약 테트리스를 원숭이에게 시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블럭이 엉망으로 쌓인 모양이 될 것이다. 그러나 테트리스를 해 본 유저라면 이런 모양보단 잘 정돈된 모양이 더 낫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테트리스에는 목표와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 패턴화와 학습
테트리스에서는 최대한 높은 점수를 획득한다는 목표와 이를 위한 규칙이 있다.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블록을 조종할 것, 가로로 한 줄을 채우면 줄이 사라지며 점수를 획득할 수 있음, 블록이 천장에 닿으면 게임이 종료됨, 줄을 한 번에 많이 없앨수록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음.
만약 이것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 한쪽에 세로 한 줄을 비워놓고 차곡차곡 예쁘게 쌓아놓은 뒤, I형 블록이 나올 때를 기다릴 것이다. 비워놓은 자리에 I형 블록이 들어갔을 때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규칙과 패턴을 학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규칙과 패턴을 충분히 학습한 플레이어는 다음과 같은 플레이 패턴을 반복적으로 보이게 된다. 세로 한 칸을 비우고 최대한 높이 쌓는다. 위험하거나, I형 블록이 나오면 터뜨려 최대한 높은 점수를 얻는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라프 코스터는 "패턴을 인식하고 그것을 다시 경험했을 때 플레이어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즉, 재미는 학습의 또 다른 표현이다"라고 정의했다.
이것을 인터렉션에 빗대어 적용해보겠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판단하는 우세 선택지를 최대한 많이, 연속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연속적인 선택 중에 가장 좋은 결과를 일으킨 일련의 과정들을 패턴화한다. 이것이 곧, "인터렉션의 패턴화"다.
■ 인터렉션 패턴화의 예시
인터렉션의 패턴화는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겠다. 최근 유명한 게임 중 하나로 <하스스톤>이 있다. <하스스톤>에선 인터렉션의 패턴화가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하스스톤>의 플레이 화면이다. 지금 이 상황은 드루이드 유저가 굉장히 불리한 상황으로 보인다. 드루이드 유저의 진영은 텅 비어있는데, 상대의 진영은 가득 차있다.
하지만 하스스톤을 많이 플레이해 본 사람은 드루이드 유저가 승리했다는 사실을 바로 파악했을 것이다. 상대의 체력이 14고, 드루이드의 마나는 9이며, 드루이드는 이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스스톤>은 상대의 체력을 0 이하로 만드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 플레이어는 자신이 미리 준비한 카드를 드래그 입력을 통해 전장에 배치하고, 카드를 사용하기 위한 자원인 마나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아마 승리를 위한 조건을 파악했을 것이다. "상대의 체력은 14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은 충분하고, 내 손에는 필요한 카드가 모두 존재한다. 이것을 정해진 메커니즘에 따라서 사용하면 나는 승리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승리를 위한 패턴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라프 코스터는 "플레이어가 패턴을 인식하면, 그 패턴을 다시 경험하는 데에 기쁨을 느끼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플레이어는 기쁨을 느꼈던 패턴을 반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하스스톤>이라면 마나도 아끼고, 자신의 체력을 관리하고, 자신의 손에 필요한 카드가 모일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 인터렉션의 패턴화를 어떻게 유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터렉션의 패턴화를 어떻게 잘 유도할 수 있을까? 효과적인 인터렉션 패턴화 유도는 어떻게 하면 게임을 더 쉽게 가르칠 수 있는지와 동일하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더 강렬하게 감각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의도적으로 패턴화하여 유저에게 전달할 수 있다.
더 쉽게 게임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입력 방식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자면, 방향키를 눌렀을 때 캐릭터가 해당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든지,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플레이어가 터치한 곳을 동작시켜주는 것 등이다. 입력의 결과는 예측이 가능할수록 좋다. 이것이 충분히 뒷받침되었을 때, 플레이어는 패턴을 학습 이후의 무의식 입력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아마 우리가 처음 테트리스를 플레이했을 때엔 이동키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누르고 플레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패턴이 충분히 학습화가 되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입력 단위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플레이어는 이미 무의식적으로 해당 동작을 수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패턴 학습을 반복하다 보면 다음 블록이 무엇인지 궁금한 상황에 다다르게 된다. 플레이어가 메커니즘과 피드백에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는 것이다. 우리는 입력방식에서 플레이어가 헤매지 않고, 불편하지 않게 만들 필요가 있다.
■ 시각화를 통한 메커니즘 표현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버튼이 많을 경우, 플레이어는 인터렉션을 패턴화하기 이전에 자신이 정확한 입력을 하고 있는지 반복 확인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제대로 입력을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행동이 하나 더 추가된다. 이것은 플레이어가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게임에 적응하는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
메커니즘을 시각화해 표현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패턴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스스톤>은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한 게임이다. <하스스톤>에 등장하는 하수인들은 특정한 기능을 가지고 있을 때가 있다. 이런 메커니즘은 하나의 아이콘으로 표현된다. 아이콘 하나하나가 메커니즘의 단위인 것이다.
<퍼즐앤드래곤>에서 속성을 시각화한 것도 이런 방법의 하나다. <하스스톤>이 각각의 유닛에 대한 메커니즘을 아이콘으로 시각화했다면, 속성 아이콘은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큰 메커니즘을 시각화한 것이다. 두 방식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플레이어가 해당 이미지를 봤을 때 즉시 유리한 선택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 규격화를 통한 메커니즘 표현
텍스트를 통해 메커니즘을 분류하는 방식도 있다. <크루세이더 퀘스트>가 그 예다. <크루세이더 퀘스트>에선 메커니즘의 시각화를 위해 텍스트를 사용하고 있다.
<크루세이더 퀘스트>의 영웅들이 가진 능력은 "자신의 블록을 세 개 사용하면", "다른 아군의 3체인 이후 자신의 블록을 사용하면"등의 텍스트로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텍스트가 나열되는 것에 앞서 "주력형" "보조형"이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를 보여줌으로써 해당 영웅이 가진 메커니즘의 대략적 작동 방식을 알려주고 있다.
이미지로 메커니즘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고 인터렉션 패턴화를 시키기엔 <크루세이더 퀘스트>의 진행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이 부분을 텍스트의 규격화로 해결한 것이다.
이렇게 매커니즘의 충분하게 시각화/규격화된다면 플레이어가 입력이 묶음으로 패턴화되고, 플레이어는 더 빠르게, 무의식적으로 플레이를 반복할 수 있게 된다. 그럴 때 비로소 플레이어는 게임이 주는 피드백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피드백은 명확할수록 좋다
명확한 피드백은 개발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강점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시켜준다.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혔다든지, 전투 중인 용사가 특수한 능력을 발동하는 등의 피드백은 입력 직후에 전달할수록 좋고, 입력 위치 또는 매커니즘의 결과 근처에서 전달될수록 눈에 띄고 좋다.
동시에 동작하는 피드백은 적을수록 좋다. 이러한 조건들이 모두 갖춰졌을 때 플레이어는 "난 충분히 잘하고 있구나", "나는 이 게임을 지배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인터렉션이 패턴화되는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된다.
■ 인터렉션의 패턴화는 어떤 이점이 있는가
인터렉션이 효과적으로 패턴화가 된다면 더 자주, 더 쉽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앵그리 버드>는 인터렉션 구조가 굉장히 간단하다. 플레이어가 새를 당기고, 쏜다. 발사된 새가 구조물에 부딪혔을 때 점수를 준다. 더 많은 점수를 얻고 싶다면 폭탄을 사용하면 된다.
이러한 인터렉션의 학습, 패턴화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인터렉션의 패턴화를 더욱 빠르게 찾고, 경험하며 즐거움을 가속화해서 느낄 수 있다.
인터렉션의 패턴화는 게임 메커니즘 확장에도 유리하다. <하스스톤>은 하수인의 능력을 아이콘을 통해 보여준다 설명했다. <하스스톤>은 추가된 하수인 능력 매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아이콘을 추가하면 된다.
감성적 영역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감성적 영역을 전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텍스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조금 더 복잡하다면 애니메이션으로, 이보다 더 복잡하다면 일부러 플레이어를 죽인 후, 체력을 가득 채워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언더테일>의 전투는 화면 가운데에 있는 하트를 키보드를 통해 이동,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 플레이어는 공격 의사를 가지지 않은 몬스터를 만나게 된다. <언더테일>은 이때, 인터렉션의 패턴화를 반전시키는 방법으로 훨씬 더 극적인 감성 전달을 하고 있다.
■ 인터렉션 패턴화의 단점
하지만 인터렉션의 패턴화가 무작정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라프 코스터는 "더 이상 학습할 것이 없는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즉, 패턴 파악에 필요한 시간이 지나치게 짧아질수록 게임이 더 빨리 지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끊임없는 콘텐츠의 추가이다. 이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추가된 인터렉션이 패턴화될수록 콘텐츠 소모 속도는 가속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를 더욱 추가할수록 매커니즘의 숫자가 증가, 게임이 점점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매커니즘이 늘어나게 되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들도 늘어난다. 이것이 아무리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라 하더라도 방금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들에겐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결론 : 인터렉션 패턴의 다양화
우리는 단순한 콘텐츠의 추가에 앞서 인터렉션 패턴을 다양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제안하고자 하는 첫 번째 방법은 인터렉션에 무작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을 패턴화했지만, 그것을 쉽게 달성할 수 없게 하는 방식이다.
플레이어는 던전의 첫 번째 방에서 황금 갑옷을 입고, 두 번째 방에서 황금 투구를 쓰고, 세 번째 방에서 전설의 검을 얻어 바로 마왕을 잡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들이, 그 아이템들이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배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TCG, 로그라이크 류의 게임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플레이어의 생각보다 더 많은 패턴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된다. 패턴이 무작위로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은 플레이어 간에 인터렉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무작위 생성과 유사하지만, 컴퓨터와 플레이어 간의 작용이 아닌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간의 인터렉션 상황 배치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 방식은 컴퓨터와의 관계보다 더욱 많은 인터렉션 패턴이 발생할 수 있다.
인터렉션 패턴을 다양화는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패턴을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플레이어는 원하는 패턴을 검색,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을 때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를 위해 인터렉션이 패턴화될 수 없는 최소한의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인터렉션 디자인을 다양화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즐거움을 좀 더 명확하게 플레이어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