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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도탑류 게임에서 기획자 혼자 게임 분석하기

구글 애널리틱스를 활용한 지표 분석

이영록(테스커) 2016-04-27 18:12:22

게임 기획자는 게임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기획한 게임에서 유저들은 기획했던 의도에 맞게끔 행동해야 하고, 유저가 하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서 기획해야 한다. 물론 기획자가 100% 정확하게 기획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게임이 자신이 기획했던 내용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분석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조금씩 더 나은 기획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기획자는 어떻게 게임을 분석할 수 있을까? 오리진 게임즈의 황찬주 디렉터는 NDC 2016 강연장에서 기획자가 구글 애널리틱스(이하 GA)를 활용해 도탑류 게임에서 스스로 게임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영록 기자


  ▲ 오리진 게임즈 황찬주 디렉터

  

 

■ 게임 분석을 막는 장애물들

 

기획자라면 누구나 게임을 분석하고 싶어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다양한 제약에 막혀 쉽지 않다. 지금 이 자리에 강연을 들으러 온 기획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도 지금 이야기하는 다양한 제약들로 인해 분석을 하지 못했을거라 생각한다. 

 

첫 번째는 규모의 제약이다. 소규모 개발팀에서는 분석가가 왜 필요한지, 분석가가 무엇을 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분석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소규모 개발팀에서는 분석가를 고용하기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는 시간의 제약이 있다. 게임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로그 회의, 로그 심기, 로그 수집, 문제 분석, 문제 보고, 수정 회의, 게임 반영까지의 길고 긴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나 같은 지표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다른 의견이 많이 나오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세 번째는 시각의 제약이 있다. 기획자가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던 것을 경영진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실제로 경영진은 리텐션(잔존률), 결제율 등 어떻게 해야 게임이 ‘성공’하는지를 찾고싶어한다. 실제로 게임 분석에 대한 외주를 받을 때는 경영진과 컨텍되기 때문에 게임 분석 포지션으로 들어가더라도 실제로는 매출을 분석하게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기획자가 원하는 분석을 하기 힘들다.

 

이번 강연은 GA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 앞서 말한 제약들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라고 볼 수 있다.

 


 

 

■ 도탑류 게임에서 GA로 게임 오픈 전에 밸런스 잡기

 

많은 사람이 게임 분석을 게임 론칭 이후에만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GA를 활용하면 게임 오픈 전에도 게임 내 시스템의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다. 

 

우선 밸런스의 목표를 세우고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기준을 기획해야 한다. 특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레벨을 달성해야 하는지, 최소한 무슨 등급의 장비를 착용해야 하는지 등의 조건을 기획해야 한다.

 

그 후 자동으로 전투에 입장해 전투하는 것을 반복하게 한 다음 GA를 분석하면 된다. 시뮬레이션을 돌릴 컴퓨터 수를 늘리고 전투 속도를 빠르게 설정해두면 모수를 더 많이 확보해 데이터를 분석하기 더 쉽다. 이렇게 나온 GA를 보면 얼마나 패배하고 승리했는지, 또 영웅이 얼마나 죽었는지와 전투에 걸린 시간 등을 알 수 있다. 

 


 

자동전투로 나온 GA 데이터를 확인하고 밸런스 목표로 했던 값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해당 부분을 수정해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다. 

 

밸런스 목표로 삼았던 시간보다 오래 걸리거나, 죽지 않아야 할 등급의 영웅이 죽는다면 스테이지의 공격력, 방어력, 체력을 낮추면 된다. 그런 다음 다시 자동전투 시뮬레이션을 돌려 적절한 수치로 조정됐는지 확인 후 재수정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다.

 

 

■ 유저 행동 분석하기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고 마케팅 등 변수가 들어가면 데이터 분석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게임에 프리시즌을 준비하고 유저가 게임을 중단한 시점을 확인했다.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유저들은 스테이지를 진행하다가 6스테이지에서 더 진행하지 않고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6스테이지에서 이탈한다는 정보만으로는 왜 이탈이 일어나는지 정확한 이유를 분석하기 어려웠다. UX가 불편해서 일수도, 강제 튜토리얼을 싫어했을 수도, 영웅이 매력적이지 않았을수도 있었다. 그래서 더 자세한 분석을 위해 GA를 더 많은 페이지에 적용시켰다. 

 


 

그 결과, 6스테이지에서 영웅을 받은 다음 전투를 치르지 않고 이탈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결과를 보고 ‘왜 영웅을 받기 전이 아니라, 굳이 영웅을 받은 다음에 이탈할까? 지급하는 영웅이 매력적이지 못했던 걸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지급하는 영웅을 1성에서 3성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또 다른 분석을 시작했다. 조금은 무식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모든 스테이지의 달성도를 분석할 수 있는 ‘유저 네비게이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유저들이 스테이지6에서 영웅을 지급받고, 그 영웅을 키우기 위해 스테이지 1~5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스테이지 1~5를 반복하는 것은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의도한 기획과는 달랐다. 그래서 이 부분을 기획에 맞추기 스테이지 1~5의 드롭률을 대폭 증가시키는 것으로 수정했다. 그 결과 유저들의 행동 패턴은 기획 의도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 GA로 경제 밸런스 조절하기

 

유저들이 게임 재화를 어떻게 얻고, 어디에 사용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GA에 재화 관련된 행동들을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골드인지 캐시인지, 얻은 재화인지 소모한 재화인지을 알 수 있도록 설정했다. 그리고 어디에서 얼마나 썼는지까지 알 수 있도록 했다.

 

GA 분석 결과, 미션 시스템을 통해 골드를 가장 많이 얻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미션: 도탑류 게임에서 영웅 파견을 통해 골드를 얻는 것) 스킬 레벨을 올리는 데 가장 많이 소모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캐시는 골드 환전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목적에 맞춰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만약 유저들이 캐시를 소비하게 하는게 목적이라면 다음과 같은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첫 번째. 미션으로 얻는 골드의 양을 줄여 골드 환전에 캐시를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두 번째. 미션 완료에 걸리는 시간을 캐시로 줄일 수 있게하면 캐시 사용을 유도한다.

세 번째. 스킬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통해 골드 환전 가속을 유도한다.

 

 

■ 게임에 대한 전략 수립하기

 

어떤 게임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한 게임에 대해 많은 분석을 거쳐 수정하고 게임을 내놓는다고 해도 성공시키기는 어렵다. 주변만 둘러봐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성공한 게임보다 실패한 게임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게임의 성공, 실패와 관계없이 게임 기획자는 해당 게임이 기획대로, 의도에 맞게 흘러갔는지를 알아야 한다. 게임의 상업적 성공과는 별개의 문제로, 기획자로써 기획을 잘했는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기획자에게 게임 분석은 꼭 필요하다.

 

기획자 자신에게 항상 질문하자. 내 기획의도는 무엇이었고, 그 의도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