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은 게임이라는 제약을 떠나 기자들의 관심사나 은밀한(!) 취미에 대해 자유롭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비슷한 취미의 사람들이 있는 법이니까요. 많은 응원바랍니다.
오늘의 커밍아웃 소재는 요즘 가장 화끈한 기술인 VR과 만고불변의 콘텐츠(?) 포르노그래피의 만남입니다. 난데 없이 갑자기 온가족의 디스이즈게임에서 뭔 야구동영상(...) 이야기냐고요? 그건 아래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해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가상현실에 야동을 섞는다고? 이게 뭔 소리야?
...라고 반문할 독자가 많을 걸로 보입니다만 (그리고 난데없이 게임웹진에서 이런 걸 왜 다루냐는 독자도...) 사실 포르노그래피는 VR의 가능성을 좌우하는 콘텐츠입니다. 특히 VR 전용 포르노그래피는 VR기기를 일반 가정까지 대대적으로 보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이번 E3에서도 VR에 맞춰서 제작된 한 개발사의 포르노그래피도 공개됐습니다. 게임의 미래라고까지 불리는 VR의 최신 트렌드를 디스이즈게임에서 놓칠 수는 없었죠. 어디까지나 순수한 기술적인 경험을 위해 시작된 VR 포르노그래피의 사심없는 체험기, 시작합니다.
※ 참고로 이번 기사는 디스이즈게임 출신의 한 인물에 의해 작성됐으며 필자가 철저한 익명을 요구한 관계로 편집자(한낮)이름으로 나갑니다.
#1. Prologue: E3 2016 행사 기간중 날아온 메신저
가상현실(VR) in E3
지난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 LA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E3 2016은 ‘세계 게임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는 VR(가상현실) 이구나’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VR과 관련된 게임과 콘텐츠의 전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10월 13일로 출시일을 확정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PS VR)을 필두로, 오큘러스의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등 다양한 VR 플랫폼 홀더들이 각종 콘텐츠들을 선보였고, 이들 외에도 다양한 중소 하드웨어나 콘텐츠 제조사들이 각종 VR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들을 선보여 호황을 이루었습니다.
PS VR을 정면에 내세운 소니(SIE)의 부스. <바이오하자드 7> <배트맨 아캄 VR>등 대형 프랜차이즈 게임의 VR버전을 필두로 다양한 오리지널 VR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오큘러스를 비롯해 베데스다 등. 기존의 유명 게임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중소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부스를 내고 각종 VR 콘텐츠들을 전시했는데요.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VR용 성인 콘텐츠를 선보인 미국의 포르노 제작사 N모사의 부스입니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작은 부스는 별다른 대기시간 없이 바로 전시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게 인지상정이지만. 이 부스만큼은 예외적으로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간신히 체험해볼 수 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2. E3에서 만난 실감나는 VR 야구 동영상
당연하지만 E3 게임쇼는 기본적으로 ‘게임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VR용 성인 콘텐츠. 즉 포르노가 대놓고 전시되고, 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역시 남녀노소, 동서양 연령과 지역을 초월해서 ‘VR’에 대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세계는 역시나 하나라는 것을 반증하지 않나 싶습니다. (We are The World!!)
하여간 E3 2016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N모사의 포르노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처음부터 VR이라는 플랫폼에 맞춰서 제작된’ 맞춤 동영상입니다. (아, 그런데 이거 아무리 익명 투고라고 해도 그렇지 계속 ‘포르노. 포르노’ 그러니 민망하네요. 그러니 이후로는 ‘야구 동영상’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동영상이기 때문에 사실 뭔가 거창한 전용 기기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기어 VR이나 구글 카드보드 같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휴대폰(안드로이드 OS)용 VR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실감 나는(?!) 야구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같은 공식 스토어에서 판매하지는 않으며, 해당 영상들은 오직 N모사의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 구매(다운로드/스트리밍)만 가능합니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원칙적으로’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N모사 야구 동영상의 간략 스펙
☞ 플랫폼: 삼성 기어 VR / 카드보드 (안드로이드 OS 휴대폰) / 오큘러스 리프트 ☞ 콘텐츠 공급: 홈페이지 등을 통한 직접 판매(다운로드 & 스트리밍) ☞ 특이사항: 원칙적으로 미국에서만 구매 & 이용 가능 ☞ 동영상 스펙: HD 해상도 / 180도 동영상 / 3D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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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온가족의 플레이스테이션이 이후로 야구 동영상을 제공할 리는 없으니, 실감나는 야구 동영상 감상이 목적이시라면 현재로서는 휴대폰용(모바일) VR이 최적입니다. 모두 VR 기기 사고 천국 가세요.
#3. 그냥 화면만 큰 영상 아닌가요? NO!
N모사가 내세우는 자사의 야구 동영상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콘텐츠 자체가 “VR이라는 플랫폼에 최적화” 되어서 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Only VR’ 콘텐츠라는 것으로, 영상의 기본 구성부터 카메라의 중계 움직임. 공격/수비 전개(?)와 사운드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VR 헤드셋에 맞춰져 제작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디스플레이에서는 영상을 재생할 수는 있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VR 야구 동영상은 철저하게 ‘1인칭’ 시점에 맞춰서 제작되어 있습니다. 영상의 화면은 영상 감상자의 ‘눈(머리) 높이’에 맞춰서 펼쳐집니다. FPS 게임을 생각하면 쉽겠네요. 그렇기에 마치 사용자가 영상의 주인공이 된 것과 같은 구도를 보여주며, 단순 카메라뿐 아니라 영상의 내용과 화면 구성 또한 철저하게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1인칭으로 전개가 됩니다.
가령 야구 중계에서 이런 3인칭의 중계화면으로 투구 하는 장면을 본다면, 아무리 VR 헤드셋을 쓰고 감상한다고 한들, 사용자는 그냥 ‘화면 크게 본다’는 느낌만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렇게 포수 1인칭 시점에서 바로 눈앞에서 투수의 공을 받으면? 투구 하나하나가 굉장히 실감나게 느껴지겠죠?
※ 위 스크린샷들은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장면으로 절대로 본 기사와 관계없습니다.
#4. 마치 영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체험
또한 VR 야구 동영상의 특징은 마치 어안렌즈를 써서 촬영한 것과 같이 카메라와 가까운 곳은 비정상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크게 보이고 먼 거리는 작게 왜곡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왜곡된 화면의 장점은 ‘3D 효과’가 굉장히 실감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상상을 해볼까요? 앞에서 예시로 든 포수 1인칭 시점에서 투수가 투구한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후 포수 미트(즉 화면)에 다가올 때까지 점차 커져서 굉장히 거대한 공이 되어 미트에 충돌한다면? 물론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영상 감상자 입장에서는 스트라이크가 꽂히는 순간 굉장히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VR 야구 동영상의 화면 구성이 바로 그런 식입니다.
이와 같은 식으로 VR 영상은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에서 보면 이상할 정도로 화면 왜곡이 심합니다. 그에 반해 실제 헤드셋을 쓰고 보면 엄청난 현장감을 선사하죠.
그렇기에 야구 동영상 시청자들은 굉장히 강렬한 ‘현실감이 넘치고 박진감 넘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주 적절하게(?) 음향 역시 3D 사운드로 녹음되어 있기에 시각적으로도 / 청각적으로도 사용자가 마치 영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좀 더 구체적인 묘사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타자가 배트를 찬찬히 훑으며 타석에 들어오고 타격을 준비하는 동작 하나하나. 배트를 휘두르고 공에 부딪힐 때의 장면 하나하나. 스트라이크가 미트에 꽂히고 벤치 클리어링에서 선수들이 얽히고 섥히는 모습 하나하나…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일반적인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엄청난 현실감과 임팩트를 선사합니다.
이런 그녀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스크린샷은 반다이남코의 <섬머레슨>으로 본문과 관계없는 참고용입니다)
위 스포츠 중계 예시 스크린샷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왜곡된 화면의 또 하나의 특징은 꽤나 넓은 공간을 한 화면에 담기 때문에 ‘굳이 카메라가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게임을 비롯해 거의 모든 ‘1인칭’으로 구성된 VR콘텐츠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은 1인칭 시점에서 카메라의 움직임이 격렬하면 (사용자에 따라) 멀미가 심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N모사의 야구 동영상은 사실상 카메라 움직임이 거의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아, 물론 그렇기 때문에 아쉽다면 아쉬운 것은 모든 중계 상황이 포수 1인칭 시점에서(무슨 결박된 포수 같은 느낌) 전개되기에 ‘다양한 중계상황’과 ‘다양한 연출’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점입니다. 거의 다 똑 같은 구도에서 스트라이크 꽂으며 똑같이 홈런칩니다. 물론 제작사 딴에서는 다양한 시추에이션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냥 등판하는 선수만 다르고 경기하는 구장만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_-;)
VR에 최적화된 영상은 한 화면에 굉장히 넓은 공간을 손쉽게 담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역시나 ‘해상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휴대폰에 기반한 VR기기라면 모두 안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신경 쓰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신경 쓰일 정도로 ‘도트’가 튀어 보입니다. 또한 휴대폰 기기에 따라 프레임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에 장기간 감상한다고 하면 많이 피곤해질 수 있습니다. 아, 그런데 야구 동영상은 보통 아무도 장기간 감상 안하니 상관 없으려나?
#5. 미래가 아닌 현재를 확인하다
N모사가 E3 2016에서 자사 부스에서 내건 슬로건은 “미래의 성인 엔터테인먼트가 여기에” 입니다. 하지만 체험해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현실감 넘치는’ VR 엔터테인먼트의 미래가 아닌 ‘현재’를 봤다는 것입니다.
‘마치 실제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나 콘텐츠는 더 이상 먼 세계의 뜬구름이 아니라 이제 누구나 ‘합리적인 수준의 약간의 투자’만 하면 경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의 ‘질’은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정도로 현실감 넘치고 생동감 있었습니다.
더불어 가능성과 한계 역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사용자가 ‘묶여 있는 듯’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장르에 제한이 많이 따릅니다. 이 부분은 당장 야구 동영상 뿐 아니라 게임 쪽에서도 푸는 데 난관을 겪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기간 해결은 어렵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또한 당장 사용자들이 ‘합리적인 약간의 투자’를 해서 체험할 수 있는 VR기기는 휴대폰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오는 ‘저해상도’ 화면 품질 또한 추후 해결해야 될 문제로 보여집니다.
결국 VR 콘텐츠의 지향점이 ‘현실 같은’ 체험이라면, VR 야구 동영상은 어찌보면 VR에 있어서 가장 적합한 콘텐츠이고, 또 진지하게 연구해야 할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VR의 장점 중 하나는 쓰고 있는 사람이 지금 어떤 콘텐츠를 즐기는지 외부에서는 알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 아니. 뭐 그냥 그렇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작 10분도 안되는 체험 시간 가지고 이정도 체험기 분량을 뽑아낸 저 스스로에게 찬사를 보내며 체험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한낮 기자님에게도 이 기쁨과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