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전세계 400만명의 유료회원, 온라인게임사상 최단기간 1백만 유료가입자 돌파 등 기록갱신 퍼레이드를 이어나가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
하지만 시장전체를 잠식하다시피 한 <WOW>의 몸집불리기에 대한 미국언론의 시각은 삐딱선을 타고 있다. 온라인게임시장의 파이를 키운 장본인이라는 의견과 참신한 시도로 시장에 진입한 온라인게임을 말아먹는 주범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보도된 뉴욕타임즈의 심층기사는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승자(Conqueror in a War of Virtual Worlds)”는 과연 누구인가.
<WOW>가 가져온 문제점에 대해 할말이 제일 많았던 사람은 제 1의 경쟁사로 불리던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로 보인다. 전편의 놀라울만한 성공과 함께 기대를 모아온 <에버퀘스트 2>가 <WOW>에게 ‘말려버린’ 상황이고 워너브라더스로부터 비싼 값에 사들인 <매트릭스 온라인>마저 침체위기를 맞고 보니 다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적당한 예가 될진 모르겠지만 비교하자면 90년대 초반 <모탈컴뱃>과 <스트리트 파이터>의 대결양상을 들 수 있겠군요. <모탈컴뱃>이 <스트리트 파이터>에 비견될만한 게임이라고까진 할 수 없겠지만 <매트릭스 온라인>은 적어도 ‘좋은 게임’인건 분명합니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스트리트 파이터>만을 한다는 사실이죠. 지금 미국의 수많은 온라인게임은 단지 너무나 많은 사람이 <WOW>를 즐기고 있다는 이유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겁니다” SOE의 홍보관계자 크리스 크래머의 푸념이다.
영화만큼이나 파격적인 시도가 돋보였던 <매트릭스 온라인>.
뉴욕타임즈는 현재까지 벌어들인 <WOW>의 수익이 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WOW>는 미국시장에서만 100만명의 유료회원가입자를 돌파했으며 중국시장에서만 150만명 이상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한국을 합치면 400만명에 이른다.
반면 <WOW>의 가장 큰 경쟁상대로 손꼽혔던 <에버퀘스트 2>는 현재 45만명에서 50만명의 유료회원이 등록돼 있으며 이 수치마저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80% 이상이 미국이용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큰 성장을 기대하기란 힘들다는 분석이다.
온라인게임계의 공룡 SOE가 분노에 가까운 푸념을 늘어놓았던 것에 반해 미국 게임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엔씨소프트는 제법 여유로운 표정이다.
<오토어썰트>, <시티 오브 빌런> 등 다양한 서비스예정작이 포진한 엔씨소프트는 여유로운 표정이다.
엔씨소프트 개발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리차드 개리엇은 “온라인게임 시장은 해마다 100% 이상 성장추세에 있으며, <WOW>는 이러한 단계를 밟아나가는 수순이었을 뿐”이라고 여유를 부렸다.
엔씨 미국지사의 마이크 크러치 홍보담당도 마찬가지다. “<WOW>는 훌륭한 게임이지만 유저들은 결국 배를 갈아탈 것이고, 우린 옮겨 탈 배를 마련하기만 하면 됩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 최대의 PC게임 전문잡지 중 하나인 컴퓨터게이밍월드(이하 CGW)의 제프 그린 편집장은 온라인게임의 시장을 넓혔다는 <WOW>의 순기능보다는 폐단을 우려했다.
“<WOW>는 작은 방 안에 들여놓은 800 파운드짜리 고릴라와도 같다”고 표현한 제프 그린은 “마땅한 수입이 없는 청소년들은 매달 15달러를 쥐어 줘야하는 덩치 큰 친구 때문에 다른 온라인게임은 물론 패키지게임을 구입할 만한 여력도 없을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쨌든 현재 시점에선 <WOW>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만한 마땅한 온라인게임을 꼽기 힘들다는 것이 해외게임 매체들의 공통적인 의견으로 보인다. 물론 게임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WOW>의 유료가입자수가 늘어갈수록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는 MMORPG의 입지는 좁아지고, 그에 따라 게이머층은 얇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느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