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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사람 냄새 나는 증강현실 RPG를 꿈꾼다” 언리얼파크의 ‘코드몽’

AR RPG <코드몽> 개발 중인 언리얼파크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6-07-22 14:26:07

“AR 가지고 뭘 하겠어요?”

 

한 대학생 벤처가 1년 동안 지겹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포켓몬 GO> 덕에 AR(증강현실)이 화제지만, 불과 몇 달 전만해도 AR은 사람들에게 VR 비슷한 무언가, 혹은 꽃피지도 못한 채 시든 기술 정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학생들의 게임은 지난 해에만 10번 넘게 정부기관과 VC들에게 퇴짜를 맞았죠. ‘꼭 AR이어야 하냐’, ‘차라리 VR을 해봐라’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오기로 15개월을 버텼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이 게임 하나를 꼭 보여주고 싶다는 오기. 사람 얼굴보다 스마트폰 화면이 더 익숙한 시대, 이들은 AR로 함께 왁자지껄 웃고 떠들 수 있는 게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AR RPG <코드몽>을 만들고 있는 ‘언리얼파크’의 이야기입니다.


 

오른쪽부터 언리얼파크 이상곤 대표, 양동석 매니저

 

 

# “모바일 게임, 너무 외롭지 않으세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다들 말 없이 스마트폰 화면만 보는거요.”

 

언리얼파크 이상곤 대표의 불만입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오락실, PC방에서 보낸 하드코어(?) 게이머입니다. 그가 주로 즐긴 게임은 다른 친구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 그는 항상 친구들과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게임을 즐겼죠.

 

허나 제대하고 나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탄생했고, 그가 종횡무진하던 게임 세계도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그것이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요. 

 

같은 게임을 해도 캐릭터를 빌려주거나 친구 포인트를 주고받는 것은 전부였습니다. 게임을 할 때는 혼자, 자연히 자기 스마트폰 화면만 보게 됐죠. 함께할 것이 없으니 같이 있어도 이야기가 끊겼습니다. 이상곤 대표는 그것이 너무도 외로웠습니다.

 


 

운동장에서 딱지치기를 했을 때도, 오락실에서 대전격투를 했을 때도, PC방에서 레이드를 돌았을 때도, 그의 주변엔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이기면 이긴대로, 지면 진대로 서로를 놀렸고 자신만의 비법을 자랑했습니다. 같이 이겼을 때는 내 덕이라고, 같이 졌을 때는 너 때문이라며 웃음 섞인 대화가 오갔죠. 그에게 게임이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그는 그런 게임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시대에도, 과거 그가 경험했던 것처럼 함께 모여 왁자지껄 웃고 떠들 수 있는 게임을요.

 

“게임도 편하고 자동화 된 지금 세상에선 조금 ‘아날로그’스러운 꿈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전 그런 요즘 게임이 너무 외롭더라고요.”

 


 

 

# 코드몽, 얼굴 맞대며 함께 떠들 수 있는 게임을 꿈꾼다

 

‘아날로그’의 답을 찾은 것은 최신(?) 기술에서였습니다. AR. 게임 쪽에선 이렇다 할 ‘대박’ 사례가 없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상곤 대표는 (비록 카메라를 통해서지만) 현실에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인형이나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놀았던 느낌을 AR 화면으로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AR 게임 <코드몽>은 2015년 3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코드몽>은 대전과 협동이 주력인 모바일 RPG입니다. 게임의 전용 ‘마커’를 카메라로 비추면 AR 화면에 내 몬스터가 소환됩니다. 유저는 이 AR 스테이지를 통해 눈 앞의 유저와 몬스터의 강함을 겨루거나, 함께 힘을 합쳐 거대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죠. 컨트롤러로 장난감 로봇을 조종하던 것을 AR로, 보다 게임같이(?) 만든 콘셉트입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신경 쓴 것은 스킬, 정확히는 유저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합(合)입니다. <코드몽>의 몬스터는 정해진 스킬이 없습니다. 유저는 수십 종의 스킬을 보유할 수 있고, 몬스터를 스테이지에 올릴 때마다 자유롭게 스킬을 세팅할 수 있습니다. 

 

대전을 할 때는 자신만의 스킬 연계를 만들어, 혹은 반대로 친구가 즐겨쓰는 패턴의 카운터를 준비해 상대를 꺾을 수 있습니다. 레이드를 할 때는 친구끼리 탱커, 딜러, 힐러 등으로 역할을 조율할 수도 있겠죠. 때로는 압도적인 컨트롤로 역상성을 이겨내거나, 친구들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게임에서도 몇 번 시도된 콘셉트입니다. 허나 이상곤 대표는 이것이 AR과 만났을 때 유저들의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내(≠캐릭터)가 잘났음을 얼굴을, 어깨를 맞대고 있는 친구들에게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오락실이, PC방이 왜 즐거웠을까요? 거기에 게임이 있어서? 저는 친구들과 '함께' 게임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서로 자랑하고 비난하고 비법을 나누던 것이 좋았죠. AR로 그 때 그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마커’가 있어야만 AR 모드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친구들과 마커를 같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모바일 게임임에도 눈 앞의 친구와 함께할 때는 ‘스테미너’가 소모되지 않는 기획도 모두 이것 만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유저를 친구들과 함께하게 하기 위해서요. 

 

플랫폼은 모바일이지만, 추구하는 감성은 친구 집에서 같이 하던 게임기, 혹은 <탑블레이드>와 같은 장난감에 더 가깝죠. 학교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같이 잠깐잠깐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이요.

 

AR 모드를 즐기는 데 필요한 ‘마커’.

 


# "초등학생 아이의 웃음 덕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언리얼파크의 이런 구상은 1년 넘게 이해 받지 못했습니다. AR이 뭐냐는 물음, 이제 와서 AR로 뭘 할 것이냐는 비웃음은 양반이었죠. 게임의 콘셉트도 이해 받지 못한 채 “그냥 평범한 모바일 RPG면 안되냐”, “VR이 유행인데 그쪽으로 해봐라”라는 이야기를 1년 넘게 들었습니다.

 

1년 가까이를 노트북만 들고, 카페나 비는 강의실을 전전했습니다. 퇴짜 숫자가 10을 넘어가니 게임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도 힘들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해 부숴지더라도, 이런 게임을 꼭 보여주고 말겠다는 오기만 가득했죠.

 

그 오기가 올해 5월 깨졌습니다. 정말 우연히 참가하게 된 ‘플레이엑스포 2016’ 행사에서, 그들은 학생 유저들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에겐 깨지기만 하던 게임을 누군가가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것을 보았죠. 어떤 초등학생이 친구들과 같이 하고 싶다며 CBT용 마커를 더 달라고 했을 땐 15개월 간의 고생을 모두 보상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언리얼파크는 이 때 만난 학생 유저들 덕에 처음으로 오기 대신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최근 1주일 동안 <포켓몬 GO> 덕에 덩달아 받게된 벼락 관심보다, 이 때의 경험이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죠.

 


 

<코드몽>은 22일부터 그동안 만난 학생 유저들을 중심으로 CBT를 시작합니다. ‘마커’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을 수 밖에 없는 테스트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아날로그’스러움처럼 직접 손/발을 고생시키며 정면돌파 하려 합니다. 직접 발품 팔며 마커를 나눠주고, 요청을 받는다면 마커를 편지로 보내주는 방식으로요.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할 수도 있겠죠. 거짓말로라도 효율이 좋진 않을 거에요.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줄 수 있는 ‘사람 냄새’도 있지 않을까요? (웃음)”

 

과연 언리얼파크가 꿈꾸는 그림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코드몽> CBT는 22일부터 약 한 달 간, 싱글 스테이지 모드와 AR 대전 모드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마커 신청은 언리얼파크 페이스북(☞ 바로가기), 카카오톡 옐로아이디(@코드몽)를 통해 받을 예정입니다.

 

<코드몽>에서 유저가 육성할 수 있는 몬스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