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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차이나조이 기획] ①기술보다 재미! 중국은 이미 VR의 자리를 찾았다

차이나조이에서 본 중국 VR의 현위치는?

안정빈(한낮) 2016-08-01 05:59:22

IP로 시작해서 VR로 끝났다. 차이나조이 2016의 B2C 분위기를 정리한 기자의 이야기다.

 

차이나조이 2016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VR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VR부터 오큘러스리프트, HTC 바이브, 폭풍마경, 디푼, 이머렉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VR이 총 출동했고, VR만을 위한 VR 전용전시관까지 마련됐다.

 

텐센트와 샨다를 비롯해 대형 개발사들은 자사 부스에 VR게임을 전시했다. VR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줄은 인기 모바일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을 위한 줄보다도 길었다. 주로 체감형 게임기를 앞세운 VR 전용전시관의 인기는 대형 개발사가 집중된 N2홀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 개발사들은 미국과 일본과도 다른 자신들만의 VR 방향성을 보여줬다. 차이나조이 2016만을 놓고 봤을 때 중국에서 VR은 ‘자기자리’를 찾은 셈이다.

 


 

 

# 체감형게임기와 VR의 만남, 기술보다 재미에 집중한 콘텐츠

 

차이나조이에서 중국 개발사들이 보여준 VR의 방향은 분명했다. 재미와 빠른 상용화다. 차이나조이 2016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VR은 기존의 체감형게임기에 VR을 접목시킨 VR 어트랙션이다.

 

예를 들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영상을 보여주는 VR를 쓰고 의자에 앉아있으면 의자가 타이밍에 맞춰서 움직이고, 360도 회전하는 원판에 올라가 VR을 쓰고 사방에서 몰려오는 외계병사를 격퇴하는 식이다. 놀이동산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일종의 4D 어트랙션을 떠올리면 된다.

 

VR 어트랙션은 기존의 체감형게임기에서 스크린만 VR로 바꾼 만큼 기존 체감형게임기 기술을 가진 개발사라면 상대적으로 만들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의자나 원판, 들고 있는 소품 등 몸의 감각을 통해 부족한 사실감을 메울 수 있는 만큼 그래픽이 뛰어나거나 사용하는 기술이 대단할 일요도 없다. 

 

 

체감형게임기가 아닌 VR 콘텐츠에만 집중한 개발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VR을 통해 무언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기술이나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낚시나 비행슈팅, 건슈팅 등 지금까지 있는 장르 중에서 VR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옮기는 데 집중했다.

 

VR만 보여줄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획도, 뛰어난 기술이나 현실감 ‘쩌는’ 연출도 (아예 그런 부스가 없던 건 아니지만) 일단 차이나조이에서는 ‘남일’이었다. 당장 만들 수 있고, 당장 플레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VR 콘텐츠가 차이나조이의 중심이었다.

 

그럼에도 유저들의 반응은 끝내줬다. 단편적인 예를 들자. 텐센트는 올해 차이나조이 2016에서 <트랜스포머 온라인>과 <MXM>을 비롯해 다수의 신작을 선보였다. 하지만 가장 많은 줄이 생긴 건 어떤 게임도 아닌 VR로 즐기는 비행시뮬레이션이었다.

 


 

 

# 2016년 중점사업 VR. 투자에 대한 기대가 키운 시장

 

차이나조이에 이처럼 많은 VR이 쏠린 이유는 시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중국은 2016년 10대 중점사업 중 하나로 VR을 들었다. 중국의 VR 시장은 이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미 각 성(省)을 중심으로 VR을 위한 펀드들이 신설됐고, 투자자들의 시선도 쏠려있다. 그 결과 많은 VR 콘텐츠 개발사가 자신의 상품을 눈에 띄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서 차이나조이를 택했을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차이나조이 B2B부스로 참가한 한 VR개발사의 대표는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늘어난 VR비중을 "투자자쪽은 시선이 쏠려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땅히 실적을 내놓은 곳이 없는 만큼 의료나 건축 같은 분야보다는 당장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게임, 그것도 VR 어트랙션처럼 당장 보급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으로 몰리는 것"이라 꼬집었다.

 

실제로 VR 어트랙션에 집중한 개발사 중 대부분은 체감형게임기나 운동기구, 영화 등을 제작하던 곳이다. 이미 시판 중인 체감형게임기에 VR 영상만을 덧붙여서 출시한 개발사도 있었다. VR 어트랙션 자체가 신기술도 아니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는 이미 VR 어트랙션을 이용한 VR방도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많은 개발사가 기존의 기술을 갖고 빠르게 VR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는 뜻이다.

 


 

 

# 중국에서 VR은 이미 '도전을 벗어나 상용화'를 고민 중인 단계

 

기존부터 VR에 투자해 온 개발사들은 본격적인 사업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중국의 유명 VR인 폭풍마경은 전용 마켓어플과 무선 컨트롤러를 출시했고, 한빛소프트와 <오디션> 독점계약을 맺었다. 

 

중국의 87870은 한국 모바일게임협회와 콘텐츠 공급을 포함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VR 테마파크를 준비 중인 러커는 중국 전역에 1,000개의 체험매장 운영을 시작했다. VR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한 준비과정들이다.

 

오큘러스리프트나 플레이스테이션 VR 같은 해외 제품 이외에도 중국의 자체 VR기기가 쏟아졌다는 점, 차이나조이 현장 곳곳에서 이를 구입하는 유저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는 점도 VR 상용화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다. 

 


 

지난 2016년 초부터 판매를 시작한 폭풍마경4의 가격은 199위안으로 50만원에 달하는 PS VR에 비해 10배 이상 저렴하다. 현재 중국 내의 VR기기 보급대수는 약 1,000만 대로 추정되며, 중국 업계에서는 폭풍마경 시리즈만 연말까지 500만대 달성을 목표로 세울 만큼 커다란 시장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도로 VR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하이 퀄리티가 아닌, 저렴한 VR이라는 지금의 콘셉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는 대중화된 VR을 심심풀이 콘텐츠로 즐기고, VR방이나 게임센터 등에 설치된 VR 어트랙션으로는 새로운 체험을 하는 방식이다.

 

결국 중국의 VR은 정부의 지원 아래에 현실적이고 빠른 콘텐츠 확보와 저렴함을 앞세운 이용자 확보라는 확고한 방향을 세우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대형 개발사까지 뛰어들어 너나 할 것 없이 부스에 VR 체험대 한 자리씩을 꾸렸던 차이나조이 2016은 중국 VR의 현위치를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보여준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