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두고 한중 개발사의 격돌이 시작됐다.
지난 7월 중국에서 출시된 스네일게임즈 <리니지2: 혈맹>이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20위 권을 달리며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넷마블게임즈 <리니지2: 레볼루션>이 오는 2017년 텐센트를 등에 업고 중국 진출을 예고했다.
11일 넷마블게임즈는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하반기 기대작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서비스 일정을 공개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9월 사전 테스트 이후 10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으로 오는 2017년 글로벌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글로벌 진출 1번 타자는 중국이다. 권역별 빌드 전략으로 중국, 일본, 글로벌 순서로 해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넷마블게임즈 3대 주주이자 중국 최대 퍼블리셔 텐센트가 서비스를 맡는다. 이로써 <리니지2>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두고 스네일게임즈와 넷마블게임즈 한중 개발사의 격돌이 가시화됐다.
지난달 스네일게임즈 <리니지2: 혈맹> 발표 현장과 11일 넷마블게임즈 <리니지2: 레볼루션> 미디어쇼케이스 현장
# '원작 그대로' IP를 강조한 스네일게임즈의 전략
<리니지2> 모바일게임은 중국 스네일게임즈, 한국 넷마블게임즈가 비슷한 시기 각각 IP 확보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상반된 전략을 취한 두 회사가 공개한 게임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난 7월 중국에서 정식 출시한 스네일게임의 <리니지2: 혈맹>은 모바일 이식 버전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릭터 종족과 직업, 혈맹 시스템, 공성전 등 원작의 콘텐츠를 그대로 담았다. 사운드, 배경, 캐릭터 등 모든 요소에서 엔씨소프트와 협력해 원작 재현에 힘썼다.
이와 같이 PC 버전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은 이미 중국 시장에서 성공이 입증된 전략이다. 웹젠 <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뮤 오리진>, 위메이드 <미르의 전설 2>를 기반으로 한 <열혈전기>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웹게임과 온라인게임이 모바일로 출시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스네일게임즈 스타우 부사장은 "<리니지2>는 이미 훌륭한 IP인 만큼 원작 콘텐츠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리니지2: 혈맹의 핵심은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 스네일 스타우 부사장
차이나조이 2016에서 공개된 스네일게임즈 <리니지2: 혈맹> 실제 플레이 영상
# '모바일로 재해석' 새롭게 만든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
반면 11일 공개된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의 전략은 '재해석'이다. 모바일 디바이스 환경에 맞춘 조작과 편의성을 갖춤으로써 대중성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한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원작 유저에게는 추억을, 모바일게임 유저에게는 고퀄리티 MMORPG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이라는 콘셉트로 개발됐다. 말하는 섬, 다이너스티, 정령탄과 같이 <리니지2>를 떠올릴 수 있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원작의 감성을 좇았다.
게임의 주요 흐름은 PK까지 가능한 하나의 대형 필드위에서 진행되지만, 요일 던전, 정예 던전, 채집 던전 등 기존 국산 모바일 RPG에서 경험했던 육성 콘텐츠도 함께 등장한다. 타격감을 느낄 수 있는 호쾌한 액션도 <리니지:2 레볼루션>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요소 중 하나가 그래픽이다. 넷마블네오 박범진 개발총괄 최근 모바일 RPG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도록 그래픽 퀄리티를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원작의 리소스를 그대로 가져다 쓴 <리니지2: 혈맹>과 달리, 캐릭터 디자인부터 배경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직접 재작업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범진 개발총괄은 “<리니지2: 레볼루션>은 PC게임은 물론 기존 모바일게임과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을 고퀄리티 그래픽을 통해 국내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11일 미디어쇼케스에서 공개된 넷마블게임즈 <리니지2: 레볼루션> 실제 플레이 영상
#한중 ‘리니지2 모바일’ 2017년 중국에서 격돌 예고, 숨은 승자 ‘엔씨소프트’
일단 한발 앞선 중국의 <리니지2: 혈맹> 서비스는 초반부터 선방했다는 평가다. <리니지2: 혈맹>은 지난 5일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에서 1위에 올랐고, 6일 매출 순위 10위까지 기록했다. 11일 기준 현재까지도 20위 권을 유지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넷마블게임즈는 <리니지2: 레볼루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퀄리티 그래픽을 바탕으로 PC 온라인게임 유저와 기존 액션 RPG 유저들이 선호하는 ‘액션성’으로도 충분히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권영식 넷마블네오 대표는 "<리니지2: 레볼루션>은 성장과 육성 중심의 <리니지2: 혈맹>과 달리 타격감과 액션성에 힘을 준 게임으로, 한국은 물론 중국의 유저에게도 차별된 게임으로 보여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리니지2>의 모바일게임 경쟁이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스네일게임즈의 <리니지2: 혈맹> 국내 서비스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적지 않은 국내 퍼블리셔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스네일게임즈 코리아에서 직접 서비스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왼쪽부터 스네일게임즈 <리니지2: 혈맹>, 넷마블게임즈 <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소프트는 양쪽 모두를 응원하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의 실적호조로 매출 4,814억 원을 기록했다. 하반기는 스네일게임즈와 넷마블 양쪽으로부터 <리니지2>의 로열티를 받는 만큼 올해 처음으로 매출 1조 돌파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한국 개발사로서는 처음으로 모바일 MMORPG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과제'까지 껴안았다.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 MMORPG가 지금까지의 장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현재 미드코어 RPG를 대체하는 사실상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 내다본 셈이다.
이처럼 <리니지2>를 이용한 모바일 MMORPG가 중국과 한국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MMORPG에 이어 모바일 MMORPG 시장에서도 <리니지2>라는 이름은 중요한 전환점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