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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카드뉴스] “내 이름은 알프레드. 치매 판정을 받은 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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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키 2016-08-26 18:20:16

우리 주변에서는 "눈이 잘 안 보인다",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증상' 정도로만 생각하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죠.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를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이번에 소개할 것은 그들의 심정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VR 콘텐츠 <We Are Alfred>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이승운 기자

 

 

 

 

내 이름은 알프레드. 치매 판정을 받은 노인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눈이 점점 침침해지고 주변 소리도 잘 들리지 않게 됐다. 뭔가를 보려 해도 무언가가 눈 앞을 가린 듯 시커먼 얼룩이 드리워져 있다. 뭔가를 들으려 해도 마치 귀마개를 한 것처럼 귓가에서 웅웅거리기만 한다.

 

70을 넘어가며 찾아온 노환. 나는 늙었고, 옛날처럼 건강하지도 않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노인이다.

 

오늘은 치매 검사를 받는 날.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그가 내민 진단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의사가 뭔가를 시키는데 대체 뭘 하라는 걸까. 알아듣지 못해 멍하니 있으니 자기 혼자서 '치매' 진단을 내린다. 난 치매에 걸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치매 판정을 받은 노인'보다 '의사'의 말을 믿는다.

 

이렇게 나는 치매 환자로 세상과 격리됐다. 늙고 병든 나는 외롭고, 쓸쓸하다.

 

이것은 미국 시카고의 Embodied Labs에서 제작한 VR 체험 소프트 <We Are Alfred>의 일부를 각색한 이야기다.

 

유저 시점인 캐릭터 '알프레드'는 노인성 황반변성(망막에 이상이 생겨 눈이 침침해지는 병)과 난청에 시달리는 평범한 74세의 노인이다. 그는 가족들이 모여 생일 축하를 해줘도 아이들이 준비해준 케익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불편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유저는 74세 노인 알프레드가 되어 노인들이 신체적으로 어떤 불편을 느끼는지, 그것이 노인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접 체험하게 된다.

 

이 소프트를 만든 사람은 Embodied Labs의 리더인 캐리 쇼.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는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어머니를 간호하며 느꼈던 것을 <위아 알프레드>에 담았다.

 

"만약 의사가 환자 본인이 되어 그들이 느끼는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면, 지금의 의료 환경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바로 눈 앞에 있는 물건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옆에서 한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정신은 멀쩡하지만 신체가 따르질 않는다. 교과서에서 지식으로는 배웠지만 실제로 느낀 적은 없는 '불편함'.

 

하지만 노인들은 일상에서 24시간 느끼고 있는 '현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위아 알프레드'를 통해 호소하며, 끊임없이 묻는다.

 

현대 의학은 노인성 질병을 치료하는 숱한 약과 치료법을 만들었지만, 의학을 사용하는 우리는 과연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배려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느냐고.

 

눈이 안 좋다는 할머니, 귀가 안 좋다는 할아버지의 상황을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받아들여 본 적 있느냐고.

 

그리고 그것이 가능할 때야 말로 우리는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Embodied Labs에서는 의료계에 몸담을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현재도 <위아 알프레드>의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들의 다음 목표는 조기 발병형 알츠하이머와 인지장애 환자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VR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이들의 노력과 열정이 있기에 세상은 작은 부분에서부터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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