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디자인은 유저가 게임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버추어 파이터> <탐정 진구지 사부로> <알테일> 등 유명 게임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테라다 카츠야(위쪽 사진)가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CON 2007에서 ‘캐릭터 디자인이란 어떤 일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테라다 카츠야는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일에 대해 “유저가 게임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보통 게임은 현실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소재와 세계관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들을 유저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캐릭터 디자이너는 철저하게 세계관을 만드는 개발자들의 작업 도구(Tool)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순하게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에만 그치면 안 되며, 게임 세계 속에 녹아드는 캐릭터. 누구나 한 번 보면 “아~ 이 게임은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캐릭터. 이를 창조하는 것이 캐릭터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가장 큰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부산 벡스코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강연 중에는 즉석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그려보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버추어 파이터>의 주인공인 아키라. 각진 얼굴이 인상적인 1편의 아키라다.
다음은 테라다 카츠야와 진행된 질문과 대답을 정리한 것이다.
TIG> 전혀 모르는 세계의 캐릭터 디자인을 부탁 받으면 어떻게 대처하는가? 일단 그 세계와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찾아 참고한다. 하지만 자료에 너무 의존해서 그림을 그리려고는 하지 않는다. 내가 캐릭터 디자인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독창적인 디자인’인데, 자료에 의존하다 보면 나 자신의 캐릭터성을 잃을 수 잇다. TIG>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아티스트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딱히 누구 특정인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다만 내가 그려내지 못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그리고 딱 봤을 때 “우와~ 정말 훌륭하다”라고 생각되는 그림을 그려낸 사람들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것 같다. TIG> 한국 캐릭터 디자이너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게임을 살펴보면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특히 한국의 아티스트들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지식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앞에서 내가 그려내지 못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한국의 아티스트들은 모두 나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TIG> 슬럼프에 빠지면 어떻게 대처하는가? 이 일을 20년 가까이 하다 보니, 요즘은 종종 슬럼프에 빠지는 것 같다. 특히 “예전에 이와 비슷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가?” 같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노력해도 그림 한 장을 그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럴 때 일을 멈추면 진도가 전혀 나가질 않는다. 계속해서 그림을, 하다못해 작은 낙서라도 계속 그리는 것이 나만의 슬럼프 탈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TIG> 한국 캐릭터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일 역시 게임 크리에이터의 세계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일상 생활에서도 언제나 시야를 열어두고, 많은 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해 두면 언제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TIG> 앞으로 한국 온라인게임 캐릭터를 그려 볼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전에 한국의 게임회사들로부터 같이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때는 스케줄이 맞지 않아 아쉽게 무위로 돌아갔다. 만일 향후에 또 그런 제의가 들어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얼마든지 해 볼 의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