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온라인게임들이 펫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이 가상의 애완동물에 애착을 갖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바로 펫들의 인공지능이 뛰어나지 않아 뻔한 행동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이런 불만은 옛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펫’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지난 13일 ‘온라인 세상이 인공지능의 인큐베이터가 된다(Online worlds to be AI incubators)’는 기사를 통해 미국 노바멘테(Novamente)사에서 가상 세계 속 아바타의 교류를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게임에서 사용된 펫의 인공지능은 단순한 스크립트의 나열에 지나지 않았다. 프로그래머가 미리 정한 것 이외에는 모두 예외 상황으로 처리해 버리기 때문에 펫의 행동 패턴은 늘 일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바멘테에서 개발한 ‘인식 엔진(Cognition Engine)’은 다르다. 물론 부분적으로 정해진 스크립트로 행동과 습성을 설정해야 하지만, 어떤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을 유추해내는 능력이 있다. 실제로 게임에 도입될 경우 매일 같은 행동만을 반복하던 펫이 새로운 행동 패턴들을 계속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인공지능 엔진은 펫에게만 도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스 몬스터가 수많은 유저들과 싸우는 과정을 통해 공격 패턴을 학습해 점점 더 똑똑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아예 ‘레이드 공략법’과 같은 것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노바멘테의 대표이사이자 수석 연구원인 괴르첼(Goertzel) 박사는 “수많은 가상의 애완동물이 있지만 그 어느 것도 그다지 똑똑하지는 않다> 우리는 완전한 기능을 갖춘 동물의 뇌를 가지고 있으며 여러 가상환경에 그것을 적용 중이다. 우리가 정말 뛰어난 인공지능을 가진 동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서 괴르첼 박사는 온라인게임 같은 가상 세계가 왜 학습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실험하는데 유용한 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로봇으로 실험을 할 때는 로봇의 이동을 비롯해 화면 인식 등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한다. 그러나 가상 세계에서는 인공지능이 경험하는 외부 환경의 자극이 매우 단순하다. 이런 통제된 환경에서 원인과 결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란 무척 쉬워지기 때문이다.
노바멘테의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는 10월 10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산 호세(San Jose)에서 이틀간 열릴 ‘가상 세계 컨퍼런스 및 엑스포(Virtual World Conference and Expo)’ 행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 행사에는 <세컨드 라이프>의 린든 랩을 비롯하여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SUN, 시스코, 아마존 등 다양한 기업들의 주요 인사들이 연설자로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