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이 모이면 별의 별 이야기들이 생긴다고들 하는데 전세계 900만 유료 가입자를 자랑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얼마 전 포르노 배우를 추방했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했다. ‘에로틱 롤플레잉’을 지향하던 한 길드가 강제 해산 당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혐오스런 금기(Abhorrent Taboo)’라는 이름의 길드는 2개 서버에 걸쳐서 롤플레잉을 하고 있던 상당히 큰 길드였다. 그런데 그들은 보통의 롤플레잉 길드와는 달랐다. 성인 취향의 ‘에로틱’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에로틱’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수는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롤플레잉 게임의 서버에서 에로틱 롤플레잉을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혐오스런 금기’ 길드는 그 이름에 걸맞게 한술 더 뜬 것이 문제였다.
차마 말로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의 내용을 롤플레잉의 소재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눈 대화에는 ‘소변’과 ‘로리’, ‘밧줄’, ‘양초’, ‘말’ 등의 낱말이 자주 등장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들이 길드 채팅을 통해 무슨 말을 하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상관은 없을 듯 해 보였지만, 역시나 이 길드는 한발 더 앞서 나갔다. 이른바 네거티브 마케팅을 통해 길드원을 모집한 것이다.
그들은 공식 포럼에 자신의 길드를 홍보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장들을 사용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보고자 했다. 이내 수십여 페이지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게 되었고 유저들 중 일부가 블리자드 측에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후 작성자가 해당 게시물을 지우면서 문제는 일단락 되는 듯 했으나 그 길드는 포기하지 않고 활발한 ‘선교 활동’을 벌여나갔다. 길드 가입자들 중에는 이들의 소문을 듣고 찾아와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게임 내 채팅에서 길드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가입 대상자의 나이 조차도 확인하지 않고서 길드에 끌어들인 것이다.
‘혐오스런 금기’ 길드가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자 결국 블리자드는 이들에게 ‘강제 해산’이라는 철퇴를 내리게 된다. 블리자드는 공지를 통해 “이 일은 블리자드가 아무렇게나 함부로 다룰 사안은 아니며 우리는 이 화제거리가 계속해서 돌아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특별한 사안을 우리에게 알려준 유저들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관련된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이 일을 관심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제 해산된 인원들은 그렇게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비열한 저주(Vile Anathema)’라는 이름의 길드로 또 다시 뭉쳤으며 제 2라운드를 벌일 태세이기 때문이다.
해외 게이머들은 이번 일에 대해 강제 해산된 길드가 블리자드의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면서도 롤플레잉에서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