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정리 기사에서 대략 알 수 있듯이, 국방부가 검토 중인 ‘국방 FPS’는 개발 목적부터 콘텐츠 세부내용, 투자방향, 일정 등 어느 하나 현실성 없는 프로젝트로 확인됐다. 군 장병과 입대 자원, 그리고 게임사 어디에도 환영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게임은 미 국방부가 개발한 <아메리카스 아미>를 참고, 국산화를 기본으로 하되 <아르마3>의 콘텐츠 제작 기능을 추가한다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민간(게임사) 전액 투자 방식으로 게임사 자체 비용으로 개발해야 하며, 국방부가 책정한 개발 방향 안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국방부는 60억 원의 예산, 2년의 개발 기간을 설정했다. 개발에 필요한 인원은 총 9명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 동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스이즈게임은 국회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로부터 국방부의 해당 문서를 단독 입수한 후, 여러 면에서 ‘국방 FPS’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이대로 진행된다면 의도했던 것과 달리 부실한 콘텐츠로 개발사와 유저 모두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됐다. 더불어, 긍정적인 의미로 시작했던 국방부에게도 제대로 된 현실 판단이 필요해 보였다.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국내 게임사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게임사들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예상했던 대로, 게임사들은 ‘국방 FPS’ 프로젝트에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게임 개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의 예산 소모를 위한 전시행정 같다는 따끔한 지적을 남기기도 했다. 각 내용에 대한 모든 답변은 익명으로 진행됐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자료제공: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실)
※ 관련기사
① 9명으로 AA 수준 FPS를 만들어라? ‘국방 FPS’ 프로젝트의 실체
② 이게 3,200만 원짜리라고? ‘국방 FPS’ 연구 보고서 분석
③ 국방부의 야심찬 프로젝트 ‘국방 FPS’, 과연 현실성 있을까? (현재기사)
※ 취재원 보호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어 취재를 보강해 기사를 다시 송고합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 다수 게임사, “국방 FPS는 비현실적인 프로젝트” 답변
설문에 답한 게임사 대다수는 ‘국방 FPS’가 비현실적인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짧은 개발기간, 투입 인력 부족, 게임 콘텐츠로서 경쟁력 부족 등 국방부가 보고서를 통해 예상하는 예산, 인원으로는 원하는 게임이 나올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세팅하는데 있어 소수의 인원(국방부가 분석한 최적 인원은 9명)으로는 빠듯하며 질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서버 관리, 부대 비용을 감안했을 때 현실성이 낮으며, 유지 보수적인 비용 측면도 제대로 분석이 되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르마 3(ARMA 3)>의 콘텐츠 제작 기능까지 추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방향성에 대한 부분도 회의적이었다. 현재 ‘국방 FPS’는 온라인과 모바일 겸용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사들이 유사 기간 또는 그 이상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한 개의 플랫폼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 온라인만 개발한다면 어느 정도는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서비스 이후까지 고려하면 불가능한 프로젝트라고 판단했다.
한 회사는 이에 대해 “온라인과 모바일을 동시에 개발하겠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을 그냥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게 들린다. 제안한 상황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이도 저도 아닐 수 있다. 많은 게임사가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검토해 보기 바란다”라며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경쟁력도 마찬가지. 군 장병들 대상으로는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겠지만 일반 유저에게는 어필할 요소가 부족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장병들에게도 교육 프로그램 정도로 적합해 보인다는 말도 남겼다.
# ‘국방 FPS’ 개발하려면? 수십 명 인원 필요, 비용도 많게는 200억 내외 들 것으로 예상
그렇다면 게임사들은 국방부가 분석한 ‘국방 FPS’ 프로젝트가 구현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개발인력, 비용, 기간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을까?
국방부는 ‘국방 FPS’를 위해 총 9명의 인력(기획/개발관리 1명, 전체 개발, 튜닝 1명, 서버 프로그래밍 2명,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밍 2명, 그래픽 3명)을 배정, 개발비 58억 4,148만 원을 책정했다. 개발기간 2년. 게임사들은 ‘국방 FPS’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책정한 기준보다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먼저 인원. 회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게임사들은 국방부가 제시한 인원 9명보다는 3~4배 가량 많은 20명에서 30명의 인원이 적당하다고 봤다. 디렉팅, 기획, 서버, 클라이언트, 사운드, 그래픽, QA 등 운영 인력만 7명 이상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국방부가 설정한 분야별 1인 설정은 무리이며, 파트 별 작업 분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메리카스 아미>를 벤치마킹해 기획 업무가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한 부분도 기획에 일부 반영될 수는 있겠지만 인력 구조에는 크게 차이는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발 기간은 2년에서 4년까지 다양했다. 다만, 2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밝힌 게임사는 위에서 말한 20~30명의 개발진이 있어야 하며, 모두 FPS 개발에 노하우를 보유한 인력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밝혔다.
보고서에는 각 장비별 세부 효과도 구현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실)
비용 역시 다양했지만 인원, 개발 기간과 마찬가지로 국방부가 분석했던 비용보다 많은 부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표를 통해 대략적인 인원 개발비를 분석한 바 있지만, 게임사들은 게임 엔진 비용, 운영 인건비용 등 현실적인 부분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작게는 수십 억(물론 국방부가 제시한 비용보다는 넘어서는 금액이다)부터 많게는 200억 내외까지 분석한 회사도 있었다.
한 게임사는 개발력 노하우가 보유된 팀이라면 33억 6천만 원 정도(20명, 24개월), 신규 팀이라면 63억 원(30명, 30개월)가량 들 것 같다고 답했다. 물론 이는 온라인 기준으로, 모바일은 별도 산정, 게임엔진 구매비용, 기타 인건비는 모두 제외한 순수 개발비용만 밝힌 것이다.
또다른 회사는 3년여 기간, 최소 30명 이상 기준으로 1년 기준 약 30억 원(개발 소프트웨어 비용, 엔진비용 등 포함)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약 110억 원 가량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인 비용은 밝힐 수 없지만 개발과 홍보 서버 운영 등을 생각했을 때 인건비만 해도 많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한 곳도 있었다.
(※ 이미지 출처: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실)
# 게임사, “정해진 예산, 인력 대로라면 대폭적인 볼륨 축소 필요”
국방부가 분석, 제시한 ‘국방 FPS’에 대한 현실성은 게임사들의 답변 대로 ‘대체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국방부가 내놓은 ‘개발자 9명에 개발기간 2년, 개발비 58억 4,148만 원’이라는 수치가 나오기 위해서는 콘텐츠는 어떻게 수정되어야 할까?
※ ‘국방 FPS’의 모드 별 기본 개념
- ‘국방 FPS’의 기본 기능은 ‘전투 모드’, ‘훈련소 모드’, ‘인공지능 모드’를 제공. 시나리오 제작 및 배포 기능 포함. ‘훈련소 모드’는 민간에 무조건 상시 무료로 오픈, 대국민 홍보용으로 활용함.
- 입대 자원에게는 ‘훈련소 모드’를 통해 논산 훈련소에 대한 훈련내용을 입대 전 습득할 수 있도록 함. 무료지만 지루할 수 있으므로 적정 시간 내 종료될 수 있도록 설계. ‘전투 모드’는 입대 자원에게 유료화를 적용, 개발사에게 수익 보장하도록 함.
- ‘훈련소 모드’를 이수한 유저는 ‘전투 모드’ 진입 시 <아메리칸 아미>처럼 게임 내에서 다양한 무기 체제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 부여. 게임은 한국군 분대 공격, 방어 전술 다양한 시나리오 가능하도록 개발하되, 야전 전투, 시가전 등 다양한 상황 또는 맵 제공과 각 맵에서 공격, 방어, 인질구출, 폭파물 제거 등 시나리오 제공하도록 해야함.
- AI 기술 활용한 싱글 모드도 가능하도록 개발.
- 입대 자원, 병사들에게는 아이템 구매 방식을 가급적 없도록 개발하여 사행성 요인 배제. 아이템은 숙련도 획득에 따른 다양한 방법으로 인센티브 제공. 유저(병사 포함)가 게임 환경(맵, 시나리오)를 자체 제작해 업로드, 게임 확장성을 도모하도록 개발.
개임사들은 국방부가 내놓은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볼륨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 회사는 일관성을 위해서는 동영상 및 각종 부가 콘텐츠는 삭제하고 단일 게임만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내놓기도 했다. 모드 부분에서는 현실적인 맵과 시나리오 구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며, 가상의 맵을 제작하는 것이 현실 요소 검증 배제 차원 등에서 효율 적이라고 판단한 곳도 있었다.
‘인공지능 모드’는 밸런스 잡는 부분에서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봇 모드는 난이도를 수정해 유저 승리를 유도하지만, 국방부가 제시한 ‘인간과 동일한 수준’이라면 전투 상황에서 훈련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별도 AI 팀이 필요하다는 곳도 있었다.
대국민 홍보용으로 무료 배포한다는 ‘훈련소 모드’에 대해서는 게임과 연관성이 없음을 지적하며, 일반적인 시청각 자료와 차별점을 찾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전투, 인공지능 모드도 기존 FPS 게임과 대체 가능한 만큼 다른 부분을 발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용으로 별도 개발해서 단일 콘텐츠로 내놓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밝혔다.
또한, 군 입대를 준비하는 입영 대상자에게 장시간 게임 플레이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해보인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했다. 게임을 통해 군 생활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는 부분도 현실적이지 않으며, 취지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방부가 내놓은 투자 방향, 개발사 전액 부담 방식으로 개발하면서 국방부가 매년 적정 수준 콘텐츠 사용료를 개발사에 지불하는 방식 물론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다. 굳이 이런 조건으로 국방부와 손을 잡고 개발에 나설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답변이다. 차라리 게임사 자체적으로 개발해 자율성을 보장받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또한, 일반 유저에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BM(수익모델)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미 유명 FPS들이 나온 게임 시장에서 과연 유저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게임을 즐길 요인이 부족해 보인다고 답했다. 병기 역시 한국군 병기로 한정되는 만큼 다양성을 주기 힘든 구조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개발비 전액을 국고로 지원, 교육용 게임으로 개발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것과, 기존 FPS에 국방부가 의뢰한 콘텐츠를 추가 개발, 수정 빌드를 내놓는 대안도 내놓은 곳도 있었다.
그밖에 사업 추진 전략 부분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며, <아메리카스 아미> 벤치마킹, 사업 추진 TF에서 요구하는 것을 반영하게 되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리한 일정대로 진행할 경우 조악한 결과물로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나올 것도 우려했다.
다음은 개발 일정. 역시 전반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체 개발엔진까지 고려한 부분에 대해서는 프로토타입까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타 플랫폼 변환 및 Q&A 일정도 고려해야 하며, 온라인, 모바일을 동시 개발한다 하더라도 디바이스 구현에 대해 비용, 인력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프리 프로덕션 과정이 추가로 필요하며, 사전 기획요소를 확정하고 개발스펙 재산정, 필요인력 재산정을 위한 일정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게임업계 야근과 철야를 없애기 위해 국회토론회가 열리는 등 시기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때도 전반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밖에, 국방부는 ‘국방 FPS’를 e스포츠로도 확산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수익창출을 위해 e스포츠 대회 개최, 주기적으로 입대 자원, 병사 간 쌍방 대전을 벌일 수 있게 해 프로모션 효과도 노린다는 계획이다. 각종 포상휴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지스타 게임쇼에도 참가해 홍보 계획도 밝혔다.
게임사들은 e스포츠가 수익보다는 대대적인 투자가 우선되어야 하므로 개최가 곧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게임 성공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e스포츠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게임사들은 게임 출시 후 e스포츠 진출은 게임의 서비스 안정화 이후 고려하는 최종적인 단계를 밟고 있다.
또한, e스포츠가 ‘보는 재미’인 만큼 관전 시스템 개발, 계획을 비롯해 지속적인 유지, 운영 및 보수 등에 대한 것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병사 간 대회 개최도 보직, 일과에 따라 플레이 여건이 차이가 있어 불평등이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 이미지 출처: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실)
# 게임사들, “전면 재검토가 필요, 명확하고 현실성 있는 프로젝트 기획해야” 조언
마지막으로, 게임사들은 ‘국방 FPS’ 추진에 대해 우려와 쓴소리를 한 마디씩 남겼다. 원래 해당 기사를 기획할 당시, 업체들의 주옥 같은 멘트를 모두 살리고 싶었지만, 해당 기회는 아래 업체들의 마지막 의견 정도로만 남기기로 했다. 국방부가 조금 더 현실성을 자각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기획하기를 바라는 내용들이다.
“게임 개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담당자의 예산 소모를 위한 전시 행정같다. 게임 개발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 작성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조금 더 명확하고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장병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을 해결하기 보다는 특정 행동이나 교육에 대한 집중적인 개발을 진행하고, 점차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한다”
“현재 계획으로는 개발이 어려워보인다. 차라리 기존 FPS 게임을 튜닝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타당성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