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설이 제기됐던 마이크로소프트와 번지가 결국 갈라섰다.
북미 시간으로 5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번지 스튜디오는 각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번지 스튜디오(Bungie Studios)’가 ‘번지 유한책임회사(Bungie LLC.)’라는 완전한 독립회사로 거듭난다고 발표했다. 번지는 MS의 자회사에서 독립하면서 ‘스튜디오’라는 명칭을 떼어냈다.
MS는 독립하는 번지의 일정 지분을 유지하며, 마이크로소프트게임스튜디오(MGS)를 통한 번지와의 퍼블리싱 관계도 지속된다. 앞으로 <헤일로> 프렌차이즈의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은 MS에, 번지가 새롭게 만들 게임의 지적재산권은 번지에 귀속된다.
번지는 2000년 MS에 인수된 뒤 Xbox 플랫폼용 FPS게임 <헤일로> 시리즈를 제작해 세계적으로 개발력을 인정받았고, 이번 독립 결정으로 만 7년 만에 다시 독자노선을 걷게 됐다.
MS는 번지가 독립하는 것이 <헤일로> 시리즈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MGS의 쉐인 김 대표는 “우리는 다시 독립적인 위치로 돌아가기를 갈망하는 번지를 지지하지만, 동시에 번지 및 피터 잭슨을 포함한 다른 파트너와 함께 <헤일로> 프렌차이즈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헤일로> 관련 타이틀과 신작을 통해 번지와의 오랜 관계를 발전시키고 계속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MS의 기대와 달리 번지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다른 뉘앙스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두 회사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우선 보도자료의 제목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MS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번지 스튜디오가 관계를 발전시킨다(Microsoft And Bungie Studios To Evolve Relationship)’는 제목을 달면서 결별을 ‘관계의 발전’이라는 단어로 애써 포장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상장회사로서 주가 관리의 입장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번지는 ‘번지 스튜디오가 완전한 독립회사로 거듭난다(Bungie Studios Becomes Privately Held Independent Company)’는 직설적인 제목을 내세워 두 회사가 완전히 분리됨을 강조했다.
지분관계의 유지에 대해서도 MS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번지의 지분을 유지할 것(Microsoft will retain an equity interest in Bungie)”이라고 언급했지만, 번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소규모의 지분을 유지할 것(Microsoft will hold a minority equity interest)”이라며 ‘소수’(Minority)라는 단어를 집어넣어 독립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번지의 설립자인 제이슨 존스(Jason Jones)는 “MS와 일하는 것은 멋진 작업이다. 그들은 위대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그러나 번지는 상어(Shark)와 같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계속 움직여야 한다. 계속해서 우리 자신을 시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번지는 현재 사무실이 위치한 미국 워싱턴주 커클랜드에서 개발을 지속하며, 향후 <헤일로> 프렌차이즈의 신작과 더불어 새로운 게임도 개발할 예정이다. 그들이 개발한 Xbox360용 FPS게임 <헤일로3>는 발매 일주일만에 3억 달러(약 2,75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빨리 판매된 비디오게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번지는 현재 <반지의 제왕> <킹콩>의 피터 잭슨 감독과 함께 새로운 <헤일로> 프렌차이즈 게임을, 앙상블 스튜디오와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헤일로 워즈>를 개발하고 있다.
최단 기간에 사상 최대 매출액을 올린 <헤일로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