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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일본, PC 온라인게임 황금기는 지났다

BBA 온라인게임부회 신 키요시 회장 AOGC 2007 강연

태무 2007-10-17 22:41:53

BBA 온라인게임 부회 신 키요시 회장.

 

“일본에서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게임을 즐기려는 유저보다 공급되는 게임의 수가 많은 포화 상태입니다. 전체 유저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게임이 서로의 유저를 뺏고 뺏기는 상황이에요. 특히 RMT 문제로 직격탄을 맞고, 사회의 트렌드(UCC)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PC온라인게임은 유저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17일 서울 SETEC에서 열린 AOGC 2007에 참가한 'BBA 온라인게임 부회' 신 키요시 회장은 일본 게임시장에서 PC 온라인게임의 반짝 인기가 지나고 다시 콘솔게임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유저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됐던 RMT(Real Money Trade 현금거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이 전체적으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전체 온라인 게임 시장은 120% 정도 성장했는데, 일본에서 서비스되는 한국산 MMORPG의 개수는 25개에서 34개로 180% 늘어났습니다. 시장의 성장보다 타이틀의 공급량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유저들은 어떤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했는지, 어떤 게임이 무슨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둔감해진 거죠.”

 

 

◆ 진입장벽은 현금거래, PC사양, 정보보안

 

신 키요시 회장은 일본의 PC 온라인게임 시장이 성장 한계에 부딪힌 원인 중에 하나로 현금거래(RMT)를 꼽았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RMT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었죠. 일본 유저들은 RMT를 매우 싫어합니다. 특히 <라그나로크>는 RMT 부정행위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고 유저들이 대대적으로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전 서버에서 항의운동이 펼쳐졌고, 서명운동이 전개되어 일본 정부에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라그나로크>는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고, 결국 전체 유저수가 급감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온라인게임 전반에 대한 신뢰와 호감도 많이 감소했습니다.”

 

2006년 일본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2005년 대비 120% 성장한 것에 비해, 서비스되는 게임의 수는180%나 늘어났다.  

 

 

일본 게임시장의 전통적인 특징들도 PC 온라인게임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신 키요시 회장은 전반적으로 PC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일본 유저들은 여전히 PC 온라인게임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유저들은 대부분 노트북을 갖고 있습니다. 비디오카드가 좋을 리 없지요. PC 온라인게임조차 제대로 플레이할 수 없는 사양을 가진 유저들이 대부분입니다. 또 계정을 만들거나 클라이언트를 다운받고 인스톨하는 과정, 신용카드 결제 등은 여전히 유저들에게 ‘진입장벽’으로 남아있습니다. 게다가 일본 유저들은 온라인게임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론에서 전해들은 해킹이나 바이러스 얘기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해요. 반면 콘솔게임은 카트리지나 DVD, CD만 교체하면 해킹 걱정도 없고 바이러스도 없죠.”

 

지난해 <라그나로크>에서 벌어졌던 대규모 항의운동. 일본 <라그나로크> 서비스는 이 사건을 계기로 차츰 유저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 콘솔게임의 온라인 컨텐츠 판매, UCC 급증

 

신 키요시 회장은 PC 온라인게임의 성장 한계를 설명하면서, 콘솔게임의 상황도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에서 콘솔게임 분야는 갈수록 기세가 오르고 있다. 닌텐도의 <말한다! 요리 네비>나 <두뇌 트레이닝> 같은 게임들은 10~20대보다, 30대 이상의 유저들이 더 많이 즐기고 있다. 심지어 가장 게임을 즐기지 않던 세대였던 '어머니 세대'와 '노인층'에게도 아주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전세계적인 UCC 열풍에도 콘솔게임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 2005년까지 하락세였던 콘솔 플랫폼은 2006년을 기점으로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다.

 

“Xbox360용 게임인 <아이돌 마스터>는 패키지 판매량이 겨우 5만개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유저들이 니코니코 도우가(UCC 동영상 사이트)에 게임플레이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죠. 이를 본 유저들이 <아이돌 마스터>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더 예쁜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어하는 유저층의 욕구가 생겨났죠.

 

<아이돌마스터>는 게임속 캐릭터의 의상을 1,000엔 정도로 판매하고 있는데, 유저들이 엄청나게 옷을 구입하고 있어요. 결국 <아이돌 마스터>는 겨우 5만개의 패키지를 판매하고도 1억5천만엔(약 12억원)이라는 매출을 올립니다. 올해 말에는 2억엔을 돌파할 것 같아요. 다운로드 컨텐츠량으로 따지면 전세계에서 3위까지 올랐죠.”

 

콘솔왕국 일본에서 부가컨텐츠의 다운로드 시장, UCC 관련 시장은 점점 확대일로에 있다는 것인 신 키요시 회장이 말하는 핵심이다.

 

“Xbox360 레이싱게임 <포르자2>가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발매됐죠. 역시 UCC 커뮤니티에서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유저들은 흉내도 못 낼 만큼, 굉장한 퀄리티의 카페인팅(차량 도색 및 스티커 부착 등) 영상들이 니코니코 도우가에 올라오면서 엄청난 관심을 모은 거에요.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들이 충격을 받았죠. 게임 플레이가 아니라 카페인팅으로 주목을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내에서 이런 UCC를 매출로 연결해보면 어떨까 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본시장에서 콘솔게임은 2006년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 시장과 고객에 맞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

 

신 키요시 회장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 PC 온라인게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닌텐도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밝고 즐거운 게임’이나 <아이돌마스터>의 예처럼 유저들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거나, 사회현상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인은 PC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일종의 ‘고통’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한국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죠. 그래서 PC 온라인게임보다는 콘솔에 온라인기능을 덧붙이거나, 모바일게임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게임회사들은 최근에 중국 진출을 단념하고 미국과 유럽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아요.”

 

끝으로 신 키요시 회장은 한국 온라인게임이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고집하면서 일본과 북미, 유럽 시장을 공략할 경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게임업체가 개발도상국에 진출할 때는 아무래도 이점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해요. 만약 한국 게임업체가 여태까지처럼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게임을 판매하는 역할에 머문다면, 앞으로 수년 동안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