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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세컨드 라이프는 수퍼 온라인 게임”

필립 로즈데일 린든랩 대표의 AOGC 2007 강연

shiraz 2007-10-19 00:56:57

이번 주 국내 게임계의 화두는 단연 <세컨드 라이프>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지난 12, 티엔터테인먼트가 <세컨드 라이프>의 글로벌 프로바이더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각종 매체들이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개발사인 린든랩의 필립 로즈데일 대표가 8회 세계 지식인 포럼‘2007 아시아 온라인 게임 컨퍼런스(AOGC)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면서 온·오프라인 매체에서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디스이즈게임은 아시아 온라인 게임 컨퍼런스의 두 번째 날인 18 꿈의 공간, <세컨드 라이프>라는 주제로 열린 필립 로즈데일 대표의 기조연설에 참석해 그가 <세컨드 라이프>로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디스이즈게임


 

<세컨드 라이프>는 '수퍼 온라인 게임'

 

필립 로즈데일 대표는 강연 내내 <세컨드 라이프>와 일반 온라인게임과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그는 <세컨드 라이프>는 일반 게임이 아닌 수퍼 온라인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세컨드 라이프>의 모든 것은 유저가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매우 강력한 툴을 만들어서 유저들이 여러가지 오브젝트를 만들 수 있게 했다. 규칙이란 것은 없으며 체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통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유저들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모른다는 말일 수도 있다. 특히 <세컨드 라이프>는 초심자들이 적응하기에는 무척이나 어렵다고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필립 대표는 낙관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초창기에 유저들이 만든 컨텐츠(object)들은 모두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유저들은 게임 개발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는 처음의 엉성한 바위를 멋진 자동차로 만들어내었다.

 

또한, 그는 <세컨드 라이프>가 유저들의 무한한 창조욕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4년에 16대였던 서버가 2007년 현재에 이르러 40,000 여대로 늘었다. 그 속에 98 테라바이트 규모의 텍스쳐와 유저들이 제작한 컨텐츠들이 저장되어 있다. 서버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유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 앞으로도 그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필립 로즈데일 대표는 트렌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세컨드 라이프>의 그래픽 개선작업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린든랩이 인수한 보스턴 소재의 개발사 윈드워드 마크 인터랙티브는 그러한 노력의 첫 출발이었다. 강연 중에 필립 대표가 직접 시연한 동영상에는 그들의 기술이 빚어낸 해와 구름이 하늘 위에 떠있었다.

 

 

■ 가상세계, 현실과 웹의 한계를 극복할 것

 

필립 로즈데일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실제 세계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데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고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가상세계가 인간의 정체성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가상세계에서는 우리 몸의 한계를 탈피해서 우리의 정체성(Identity)를 보다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이 가상세계에서 우리의 정체성은 보다 의미 있고 보다 현실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립 로즈데일 대표가 유저의 정체성과 아바타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필립 로즈데일 대표는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가상세계가 앞으로 현재의 웹(Web)을 능가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상당히 흥미 있는 근거를 들었다.

 

웹의 구조는 텍스트다. 따라서 만약 그 텍스트가 표현하는 언어를 알지 못하면 그 사이트에 접근할 수가 없다. 그러나 가상세계는 다르다. 예를 들어 내가 서울에 갔다고 했을 때, 서울과 관련한 웹사이트는 내가 한글을 모르기 때문에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세컨드 라이프>는 다르다. 서울을 묘사한 장소가 있다면 직접 그곳에 가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눈앞에 보이는 건물의 이름을 모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필립 대표는 여기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해답을 내놓았다.

 

웹의 단점은 인터페이스상 유저는 언제나 혼자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유저와 대화할 수 있는 상대는 오직 웹페이지 뿐이다. 그러나 가상세계는 다르다. 그곳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 길을 걷다가 궁금한 것이 있다면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유저들이 만든 통역기를 사서 쓰면 된다. 이 같은 특성은 가상세계 안에서 국가라는 것의 존재를 허물게 될 것이다.

 

 

<세컨드 라이프>로 돈을 버는 사람들

 

필립 로즈데일 대표는 유저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가 준비한 자료에 따르면 <세컨드 라이프> 유저들의 42%가 여성이라고 한다. 그는 이런 데이터를 매우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여성들이 게임의 컨텐츠를 제작하는데 매우 열정적이며, 여러 가지 게임 내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온라인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 적이 있다. 지난 8월 영국 노팅햄 트렌트 대학은 여성게이머가 남성보다 훨씬 더 사교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필립 대표는 유저들의 평균 연령이 32세이며, 70%의 유저가 미국 외 지역에서 <세컨드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70%의 유저에 주목하며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세컨드 라이프>를 통해 누가,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가? 

 

국내 유저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아마도 문제일 것이다. 과연 얼마나 벌 수 있나?가 중요한 이슈가 되다 보니 <세컨드 라이프>를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만 바라본다는 비판도 있다.

 

필립 대표가 준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유저들 중 약 45,000명이 한 달에 10 달러 이상을 번다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한 달에 5,000 달러(약 460만 원) 이상을 버는 유저의 수는 140명이나 되었다.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유저는 체코인으로 한 달에 6,263 달러(약 570만 원)를 벌고 있었다.

 

필립 대표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으며 돈을 버는 것에 국적은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컨드 라이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수익을 올리는 유저들 중 의상 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얻고 있는 케이시 네이퓨스(Kasi Nafus)와 앤쉬 청(Anshe Chung)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앤쉬 청(Anshe Chung)은 성공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각각 <세컨드 라이프>내에서 의상 디자이너와 부동산 사업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그들은 지난 2005년과 2006년에 NBC, 비즈니스위크지 등 주요 언론을 통해 조명되며 <세컨드 라이프>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필립 대표는 그들이 성공적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도 이 같은 행위가 온라인 게임의 작업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신들이 직접 창조한 컨텐츠로 수익을 얻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그는 70%에 달하는 미국 이외 국가의 유저들이 <세컨드 라이프>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바로 글로벌 마케팅의 가능성이다.

 

필립 대표는 재즈 클럽 'No Border'의 사례를 들어

가상세계에서 국경의 의미를 설명했다.

 

<세컨드 라이프> 속 재즈 클럽인 No Borders에서 노래하는 가수는 오스트레일리아 국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클럽에서 그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북미 지역 유저이다. 게다가 일본, 독일, 우간다, 싱가폴 등등 전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그의 노래를 듣기 위해 클럽을 방문한다. 국경이 없다라는 클럽의 이름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결과다.

 

 

오직 '개방'만이 미래를 보장해준다

 

필립 로즈데일 대표는 <세컨드 라이프> 뿐만 아니라 개방 정책을 채택하는 가상세계 플랫폼들의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우리는 오픈 소스 정책을 채택해왔다. API를 공개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세컨드 라이프>의 컨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는 <세컨드 라이프>의 지도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와 가상체험을 서비스하는 기업(The Electronic Sheep)등을 그 예로 들며 오직 개방만이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립 대표는 <세컨드 라이프>의 Open API를 이용한 여러 서비스들을 소개했다.

 

필립 대표는 <세컨드 라이프>의 개방된 플랫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내부 커뮤니티 활성화를 비롯해 교육을 목적으로 한 각종 단체들이 <세컨드 라이프>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봉당시 획기적으로 여겨지던 3D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그래픽이 현재는 <하프라이프2>와 같은 게임들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가 가상세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 것"이라며 그래픽 기술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Q&A] 필립 대표의 너털웃음

 

한편, 이번 AOGC 2007이 유료행사로 바뀌면서 비교적 적은 청중이 입장하기는 했지만, 꽤 날카로운 질문들이 필립 대표를 향해 쏟아졌다.

 

그 중 한국 게임 업체와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필립 대표는 웃으면서 사실은 잘 모르겠다(Actually, I dont know)는 직설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다른 시장보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게임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여러 문화를 융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컨드 라이프>의 기존 전략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이야기다.

 

중독성 있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세컨드 라이프>의 몰입도가 약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세컨드 라이프>에도 중독성 있는 컨텐츠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것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가상세계의 문제점을 말하며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검색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티엔터테인먼트에서 오는 11월부터 선보일 한국형 <세컨드 라이프>. 필립 로즈데일 대표의 자신감처럼 과연 국내 유저들을 가상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가? 관심 깊게 지켜보던 청중들의 시선은 <세컨드 라이프>의 미래를 응시하고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