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미시공에서 개발한 MMORPG <완미세계>가 한국에서 동시접속자수 2만명을 뛰어넘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게임 후발주자인 중국산 게임이 한국에서 이렇게 인기를 얻은 경우는 <완미세계>가 처음입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주목을 받고 있죠.
지난 17일 진행된 아시아온라인게임컨퍼런스(AOGC) 2007에서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의 이재홍 교수가 <완미세계>의 분석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과연 <완미세계>가 가진 인기의 비결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한국 게임들의 대처 방안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들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이재홍 교수.
안녕하세요. 게임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을 전공하고 있는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의 이재홍 교수라고 합니다. 오늘은 몰려오는 중국 게임, 특히 최근 한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완미세계>에 대해서 철저히 해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완미세계>의 등장은 한국에겐 '역습'?
처음 완미세계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 모두들 '역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만큼 중국 시장에서 한국 게임은 절대적이었죠. 지난 2003년만 해도 중국은 한국게임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완미세계>를 비롯한 중국산 게임들이 자국 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완미세계>가 한국에서 오픈됐을 때의 반응은 충격, 호기심, 폄하, 호감으로 나눠지더군요. 영원한 한국 게임의 소비국이라고 여겼던 중국에게 역습을 당했다는 충격, 중국에서 최고 인기 게임상을 수상하고 동시접속자 20만명을 돌파한 게임이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 질 낮고 인기 게임을 모방했으며 <항해세기>가 실패했듯 금방 실패할 거라는 선입견, 게임성과 그래픽의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하는 호감입니다.
일단 먼저 <완미세계>를 개발한 완미시공에 대해 알아보죠. 1998년에 설립되어 PC게임 개발을 시작한 완미시공은 2004년부터 <완미세계> 개발에 착수하면서 온라인게임 개발에 뛰어듭니다. 자체 엔진을 개발한 기술력은 700여 명의 직원 중 200여 명이 개발 인력이고 3D 엔지니어 중 14%가 박사일 정도의 인적 자원에서 나오는 것이죠. 그리고 당기 순이익이 518만 달러(약 47억원), 올해 1분기 매출 1,129만 달러(약 103억원)를 기록한 나스닥 상장업체입니다.
◆ <완미세계>, 이런 점이 통한다
다른 MMORPG와 비교했을 때 <완미세계>는 최소 사양이 펜티엄3에 256M 램으로 매우 낮습니다.(리니지2는 펜티엄4 2.4Ghz에 1G 램) 사양이 낮다는 것, 바꿔 말하면 세계로 뻗어나감에 있어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아직도 중남미나 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PC 사양이 낮은 상황을 생각하면 말이죠.
<완미세계>는 캐릭터의 개성이 넘칩니다. 다른 게임보다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롭죠. 몸체의 크기나 얼굴 형태를 단순 조작하는 것이 아닌, 얼굴의 세세한 부분, 팔과 다리의 굵기 조절, 미세한 골격까지 성형이 가능합니다.
또한 <완미세계>의 홈페이지에서는 유저 자신이 만든 캐릭터 스크린샷을 올린 후, 다른 유저들의 평가를 원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요즘 사회의 ‘성형 붐’이라는 사회적 심리을 게임에 접목하여 관심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밀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저도 처음에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물론 그동안 베꼈다 어쨌다 했지만 창조는 모방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항상 주장하는데 게임은 휴식의 개념이기 때문에 재미있어야 합니다.
내가 하는 게임은 정신적인 휴식이어야 합니다. 그 휴식 개념으로 성공한 것이 바로 닌텐도 위(Wii)죠. 게임을 어렵게 해선 안 됩니다. 재미요소가 들어가야죠. 그런 면에서 이런 커스터마이징은 유저들로 하여금 재미를 충족시켜 준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직업별 캐릭터의 종류는 <WoW>보다는 부족하지만 개성이 넘치고, 커플 시스템은 이제 MMORPG에서는 보편화되어 있지만 캐릭터를 안고 탈 것을 타거나 하는 등의 차별화가 되어있습니다. 특히 함께 탄다는 부분에선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름답다고 하기엔 좀 뭣하지만 자유이동은 확실한 이 게임의 메리트입니다. 신족은 원래부터 날개가 있어서 날아다니고 인간족은 마치 슈퍼보드처럼 칼을 타고 날고, 수인족은 소환수를 타고 나는 등의 차별화된 특성이 독특합니다.
물론 매니아층은 게임다운 게임을 하고 싶겠지만, 일반 유저들은 쉽고 쾌적하게 게임을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런 부분을 <완미세계>가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킬 포인트 부분에서도 여유로움을 주는데요. <WoW>는 1레벨이 올라갈 때 1포인트를 지급하지만 <완미세계>는 5포인트를 줍니다. 이런 여유로운 부분은 기분을 좋게 만들죠.
이런 상태로 함께 하늘을 날 수 있다.
◆ <완미세계>의 허와 실
물론 <완미세계>에도 부족한 부분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세계관인데요. 중국의 전설을 모태로 했다지만 세력들 간의 대립과 화해의 스토리텔링이 없습니다. 그리고 신족의 기원이나 수인족의 기원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고요. 시간적인 배경과 공간적인 배경이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스토리도 대략적이고 전형적인 스타일로 양이 A4 용지 2장 정도로 적습니다. 그래서 전체 스토리의 개연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발 인력은 많지만 스토리쪽 직원은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반대로 <WoW>는 종족이나 세력의 기원부터 시작하여, 역사와 문화의 기원, 세계 속에 감추어진 이야기 요소들을 풍부하게 제공함으로써 게임 속 세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완성도 높은 스토리까지 제공하고 있죠.
이야기를 연구하고 지도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WoW>가 강력한 게임으로 발돋움한건 스토리가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게임도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을 해야 롱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게임을 해보며 느낀 것이 ‘리얼리티’가 없으면 몰입이 안되더라고요. 하지만 <완미세계>에서는 쉬운 게임을 표방해서인지 물 속을 잠수할 경우, 호흡에 대한 데미지가 없다거나, 언덕의 경사도에 관계없이 이동이 가능하고, 하늘에서 떨어져도 데미지가 없습니다. 비행을 하다가 MP가 전부 닳으면 떨어지게 되는데 <WoW>같았으면 죽게 되겠죠. 게임하는 사람이야 그냥 즐기면 되지만 리얼리티에선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됐습니다.
인터페이스 부분은 섬세하게 잘 돼있습니다. 특히 초보자는 게임 하기에 아주 쉽습니다. 특히 퀘스트는 팬사이트에 가서 정보를 볼 필요가 전혀 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표시해줍니다. 하지만 다른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은 너무 자세하니까 복잡해하고 혼란스러워하더군요.
상단이 <완미세계>, 하단이 <WoW>의 인터페이스.
다음은 퀘스트인데요. <완미세계>는 지역순환 반복식의 연계 퀘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레벨이 안 되면 일정한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죠. 초반 퀘스트는 게임에 대한 이해와 게임 내 시스템의 적응도를 높여주고, 보상 아이템과 경험치도 다른 게임에 비해 충분히 줘서 심지어 사냥보다 약 10배 빠른 성장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WoW>가 전체적 세계관의 흐름과 스토리가 연계된 퀘스트가 많은 반면 <완미세계>는 단독 퀘스트가 많습니다. 연계가 잘 안되죠. 쉽게 말해 에피소드 형식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퀘스트에서 정서(희노애락)를 자극하는 요소가 다수 내포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제 게임 요소로 넘어가보죠. <완미세계>에서 생산 관련 스킬은 무기, 방어구, 장식, 약제 등 4가지인데 다른 게임과 달리 모든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생산으로 만들어진 아이템에는 제작자의 이름이 기록되고요. 고성능 물건을 만드는 직공을 목표로 하는 것도 <완미세계>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그래픽은 전체적으로 동양적인 색채와 건물, 자연을 표현했는데 저사양으로 플레이해도 그래픽이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만들면서 한국적인 요소를 넣었다 한다지만 제대로 구현이 안됐었습니다. 하지만 <완미세계>는 중국적인 색깔을 표현하고 있죠.
그러나 아직은 약한 부분이 많습니다. 질감, 원근, 표현 면에서 다른 게임과 차이가 꽤 납니다. 그리고 멀리 있는 플레이어의 움직임이 끊기며 움직입니다. 앞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그래픽이 향상될 것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점 시스템입니다. <완미세계>에서의 노점 시스템은 하나의 윈도우로 판매와 매입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타입입니다. <리니지2>와 흡사하죠. 그리고 판매자가 부재인 경우에도 메시지로 아이템의 경향 및 추가 매입의사 등을 알릴 수 있도록 쉽게 구성했고요.
매매를 서버에 위탁하는 옥션식 판매장(<WoW>의 경매와 흡사)도 완비되어 있는데요, <WoW>의 경매 시스템보다 아이템 거래가 편리한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에밀클로니클 온라인>의 판매 방식과 비슷하죠.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노점 상태에서는 캐릭터의 모습이 고양이로 바뀌기 때문에 노점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다른 유저들이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상점을 열면 고양이로 변한다.
이렇게 <완미세계>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보기 쉽게 장점과 단점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아래 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완미세계>의 장점
* 퀘스트가 다양하고, 퀘스트 완료 시 주는 보상(경험치, 아이템)이 풍족하다. * 채팅방, 쪽지시스템 등, 다양한 커뮤니티 기반을 두고 있다. * 무협소재의 판타지성 때문에 액션이 뛰어나다. * 이중 점프와 하늘을 나는 시스템 등과 같은 다양한 캐릭터의 조작 시스템. * 커스터마이징 시스템과 같은 게임내의 콘텐츠가 풍부하다. * 게임 내의 탈 것 및 펫 등과 같은 부가적인 게임요소들이 많다. * 아시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
<완미세계>의 단점
* 인터페이스가 배경과 어울리지 않으며, 구성이 복잡하다. * 미니맵 표현방식이 복잡하고 구별하기가 힘들다. * 종족인식, 선공, 비선공 등, 몬스터의 유형이 표시되지 않아 사냥이 불편하다. * 제작과 생산의 난이도가 높고, 설명이 부족하여 스킬을 높이기 힘들다. * NPC의 목적성, 중요도 등이 불분명하다. |
◆ <완미세계>가 주는 교훈은 많다
그렇다면 <완미세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그 동안 레드오션에 빠져 허우적거린 개발사들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로 현실화보다 창의성이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 셋째로 게임 산업 정책을 일관성 있게 이끌어 줄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넷째로 <완미세계> 이후, 중국의 게임이 물밀듯 몰려 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 다섯째로 새로운 플랫폼과 새로운 장르를 과감하게 개발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게임 산업의 진정한 국제화와 글로벌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완미세계>는 처음엔 중국 온라인게임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WoW>나 <리니지2>를 하는 듯한 친근감이 들기 시작했고, 다른 게임에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전투방법, 퀘스트, 스킬 트리, 생산 시스템에 이르기 까지 <WoW>나 <리니지>와 닮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완미세계>만의 게임요소에 이미 심취되어 있었죠. 시작과 함께 공중비행이 가능했고, 초반 퀘스트가 쉬웠으며, 풍부한 보상과 함께 초반의 진행이 매끄러우면서 리듬감이 있었습니다.
물론, 인터페이스나 미니맵 등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현재 인기 있는 게임들도 초창기에 겪었던 일들이라고 생각하니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었습니다. 저는 기존 게임 요소의 모방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 <완미세계>에게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고쳐나간다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