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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PC방 등록제는 초가삼간 태우는 꼴”

인문협, 광화문에서 'PC방 등록제 시행 규탄 집회' 진행

현남일(깨쓰통) 2007-10-23 23:15:41

사행성 게임장 근절을 위한 PC방 등록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다를 게 무엇입니까?

 

전국의 PC방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이 2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집회를 열고 PC방 등록제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PC방 업주들 약 1,000여 명이 참석해 등록제가 시행되면 PC방 업계는 물론이고, 온라인 게임 업계, 관련 IT 업계가 모두 다 죽는다”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PC방 업계가 천명 단위의 대규모 야외집회에 나선 것은 지난 2005넥슨 게임 불매운동 집회’ 이후 처음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집회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에서 1,000여 명의 PC방 업주들이 집회를 위해 모였다.

 

 

시행되면 전국 PC방의 1/3이 폐업 위기

 

정부는 지난 1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서 이전까지 자유업으로 분류되던 PC방을 '등록업'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바다 이야기 사태 이후,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근절하기 위해서 내린 조치 중에 하나였다.

 

PC방 등록제가 시행되면, 지금까지 별도의 인허가 없이 PC방을 창업할 수 있었던 업주들은 누구나 관할 구청을 통해 새롭게 인허가를 받고, 등록을 해야만 사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된다. 인문협은 PC방 등록조건이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건축법에서 매장 면적을 150로 제한한 부분이 문제로 대두됐다. 이는 다시 말해 매장 면적이 150㎡를 넘는 PC방은 문을 닫거나 판매시설로 용도변경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인문협에서는 매장 면적 150㎡ 이하면 PC 40대도 설치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매시설로의 용도변경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사실상 이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PC방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되었다인문협에서는 등록제가 시행되면 전국 22천여 개의 PC방 중에서 1/3에 달하는 6~8천여 개가 문을 닫아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 연기? 그래도 믿을 수 없다.

 

PC방 업계는 등록제 시행의 취지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문협을 중심으로 한 PC방 업주들은 사행성 불법 게임장을 막기 위해 등록제를 시행하면 아무 상관없는 PC방 업계만 죽이는 꼴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1/3에 달하는 PC방이 문을 닫을 경우, PC방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온라인게임 업계와 인터넷 회선을 공급하는 ISP 업계,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PC 부품 업계 등 IT 업계가 연쇄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등록제의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PC방 업계의 우려에 대해 일부 공감하면서도, 등록제의 완전 폐지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행성 게임장의 창궐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PC방 등록제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대신 정부는 150㎡로 제한된 지금의 건축법을 300㎡로 완화하고, 1117일로 예정된 등록제의 시행을 6개월 연기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PC방 업계는 결국 시간 끌기용이라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매장의 면적 규체완화 부분은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가 7월 말까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완화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입법예고도 되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PC방 등록제 시행의 6개월 연기도 최근 국회 파행사태로 처리 자체가 불투명해져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비록 국회 처리가 불투명 하지만, 계류중임을 감안해서 전국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등록시간을 우선 연장하겠다. 그리고 6개월 연장된 기간 내에 업계의 의견을 받아 법안에 대한 개정을 최대한 수용하겠으며, 계속적인 협의를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등록제로 사행성 게임장 막지 못한다.

 

PC방 업계는 정부가 등록제를 실시하려는 근본 이유인 사행성 게임장의 창궐 방지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행성 게임장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등록제가 시행되면, 오히려 이들이 PC방으로 겉모습만 바꿔서 버젓이 영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문협 배문환 상임부회장은 우리도 무분별한 사행성 게임장의 창궐은 적극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시행하려는 PC방 등록제는 그 방법이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오히려 사행성 게임장의 부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행성 게임장은 강력한 단속을 통해 막아야 하는 것이지, 이런 규제를 통해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PC방 업계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업계 및 초고속 인터넷 망 등 관련 IT 업계가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전세계가 이런 대한민국의 PC방을 부러워하는 마당에, 정부가 활성화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규제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당장 등록제를 폐지하고, PC방을 자유업으로 환원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편, 인문협의 깃발 아래 모인 1,000여 명의 PC방 업주들은 23일 집회에서 PC방이 죽는다는 내용의 퍼포먼스와 더불어 마우스를 던져 불법 사행성 게임장의 PC를 파괴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진행했다. 

 

등록제가 시행되면 PC방 업계가 모두 죽는다는 퍼포먼스의 한 장면.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규탄한다는 의미에서 중고 PC 한 대에 '불법 사행성 게임장' 표식을 붙인 다음, 참가자들이 모두 마우스를 던져서 맞추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집회가 모두 끝난 다음, 인문협 지도부가 앞장서서 바로 근처에 있는 문화관광부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막아서는 전경과 충돌하면서 문화관광부까지 도착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