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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7] '왜'와 '그냥' 사이에는 놀이에 대한 본능, '욕망'이 존재한다

진화 심리학으로 보는 게임의 재미

김지현(너부) 2017-04-25 22:16:14

생명체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더라도 개체마다 속성의 차이가 있다. 어떤 개체는 힘이 세고, 또 어떤 개체는 키가 크다는 등 개체의 속성 차이에 따라 생존과 번식의 성공 확률이 달라진다. 더 많은 자손을 남기기 위해 생명체는 세대를 거듭해 진화한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진화를 통해 오랜 세대를 거듭하여 더 잘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에 맞춰 변한 것을 '적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심리를 진화적 관점에서의 '적응'에 연관 지어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진화심리학'이다. 

 

​2017 NDC에서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서기슬씨는 이러한 '진화심리학' 이론을 통해 사람들이 게임에 재미를 느끼는 이유와 게임의 새로운 몰입 요소를 발견하는 방법에 관해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진화심리학과 게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 현대인의 두개골에는 석기시대의 마음이 들어있다

 

진화심리학이 가지고 있는 전제는 간단하다. 게임을 할 때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원시시대의 겪었던 사냥, 채집, 도구 제작, 짝짓기 등과 관련된 메커니즘이 돌아가는 것이다. 한 마디로 현대인의 두개골에는 석기시대의 마음이 들어가 있다.

 

우리의 뇌는 현대까지 이르는 약 2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화해 왔다. 특히 석기시대, 그것도 구석기 시대에 크게 진화했다. 도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히 돌을 깎아 만들던 백만 년의 시간 동안 우리의 뇌가 가장 많이 진화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의 뇌에 형성된 진화적 메커니즘은 원시시대의 사냥, 수렵 등에 적합화 되어있다. 우리가 미디어, 게임을 접할 때도 이러한 메커니즘과 몰입 요소에 따라 사람들이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의 기본 전제이다.

 

 

 

# '왜'와 '그냥' 사이에 존재하는 본능, '욕망'

 

'왜'와 '그냥' 사이에는 놀이에 대한 본능, '욕망'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들은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털 뭉치를 좇는 것, 상자에 들어가는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 걸까? '그냥'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진화적으로 DNA에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놀이 본능은 게임에 왜 재미를 느끼는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엄밀하게 놀이와 게임은 다르긴 하다. 하지만 게임을 분석하는 핵심에 놀이를 기반을 두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를 착안한 것이다. 

 




 

 

#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임의 몰입 요소

 


 

여기서 한 가지 문제를 풀어보자. 어떤가? 쉽게 풀 수 있었나? 생각보다 빠르게 답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자.

 

 

어떤가? 이전 문제보다 쉽게 풀 수 있지 않았는가? 두 번째 문제는 첫 번째 문제와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똑같은 문제다. 그저 첫 번째 문제에 상황과 스토리를 입힌 것뿐이다. 실제로 미국의 심리학자들이 이 문제를 통해 연구를 진행했는데 첫 번째 문제의 정답률과 두 번째 문제의 정답률은 크게 달랐다. 

 

이 이유에 대해 한 진화심리학자는, 우리가 '사기꾼 탐지 모듈'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설명한다. 어떤 조건이나 비용을 충족하지 않고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을 가려내는데 뛰어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누군가의 불법적인 행동을 확인 및 감시하는 입장의 스토리가 주어지는 경우 정답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진화심리학 이론은 '마피아게임이 어떻게 여러 문화권에 재미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외에 진화심리학의 또 다른 모듈들도 게임과 연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새로운 재미요소를 발견, 본인의 스타일을 만들어라

 

게임 기획자라면 이론을 알지 않아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사례와 경험을 통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렇다면 ​진화심리학 이론은 왜 필요할까? ​​ ​

 

내 아이디어의 유사 사례가 없을 때 제대로 작동하는지, 이론에 비춰 추론해 볼 수 있다. 프로토 타입을 통해 실험해 볼 수 있겠지만 기존의 체계화 된 이론이 있다면 그 이론에 비춰 내 아이디어가 적합한지 추론할 수 있다. 

 

또한, 사례 연구만 하면 틀에 갇힌 재미요소만 만들어 낼 수 있을 뿐, 새로운 재미요소를 발견하기 힘들어진다. 이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하면 이전에 보고되지 않았던 새로운 발상을 통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물론 학문적으로 접근한다면 보편적인 이론을 찾는 것이 맞다. 하지만 게임을 작품으로 만드는 사람이라면 작가적 입장으로 게임을 바라보고, 새로운 재미요소를 발견해서 본인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