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되는 시간=돈인 게임 개발에서는 빠른 출시가 중요하다. 그만큼 비용을 줄이기도 하지만 다른 경쟁자들보다 먼저 출시해야 비슷한 부류의 게임 중에서 흥행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이 적은 인디게임은 최소 시간을 투자해 재미와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절실해진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해낼 것인가? 출시한 게임 마다 수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개발자 팀 콜더(Tim Kaldor)와 딜런 브레비스(Dylan Brevis)는 이번 NDC 17 강연에서 자신들의 노하우 중 중요한 네 가지를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디스이즈게임 김규현 기자
강연자로 나선 딜런 브레비스(좌)와 팀 콜더 (우)
# 첫 번째: 성공을 성공으로 남겨두지 말 것
팀과 딜런이 호주 시드니에 세운 페더웨이트 게임즈는 3년 동안 단둘이서
운영된 회사였다. 이전에 딜런은 한국에서 <프루트 닌자
쓱싹 for 카카오>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이후 팀을 만나 원하는 게임을 만들자는 일념으로 인디 게임 개발자의 길에 들어선다.
두 사람의 첫 작품이자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스키잉 예티 마운틴>
이후, 팀과 딜런은 2015년
러너형 스키 게임인 <스키잉 예티 마운틴(Skiing Yeti
Mountain)>을 처음 출시한다. 스키 물리효과, 800개
레벨, 여러 스토리 요소를 가미한 이 게임은 유료로 기획했다가
Free-to-play로, 그리고 플랫폼을 모바일로 바꾸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개발기간도 예상의 두 배를 뛰어넘은 6개월이 걸렸다. 다행스럽게도 <스키잉 예티 마운틴>은 두 사람의 성공작이 되었다. 출시 초기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8만 달러(약 9,044만 원)의 수익을 거둬 들인 것이다.
하지만, 팀과 딜런의 첫 작품에는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광고 수익모델이 미숙했고, 게임 유저층의 폭이 좁았다. 게다가 출시 초기부터 800레벨까지 있는 게임에는 업데이트를 고려한
설계가 없어서, 이탈한 유저를 다시 잡을 요소가 부족했다.
전작의 문제점을 보완해 보기로 한 <로데오 스탬피드>
그래서 차기작인 <로데오 스탬피드>(Rodeo Stampede)에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입소문으로
홍보가 가능한, 게임. 그리고 광고와 인앱 결제가 자연스럽고
업데이트가 지속적인 그런 게임으로 기획하고 제작했다. 그 결과, <로데오
스탬피드> 는 현재 6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27개국 애플 앱스토어와 61개국 아이패드 게임 앱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전 게임이 성공했더라도 문제가 된 부분을 신작
기획에 반영한 것이 통한 셈이다.
# 두 번째: 익숙한 게임 시스템도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하지만, <로데오 스탬피드>의
흥행에는 이런 기획뿐 아니라 개발에서도 혁신이 필요했다. 개발의
혁신은 이외의 장소에서 나왔다. 바로 ‘기존에 존재하는 게임’의 시스템을 자신의 게임에 맞는 형태로 변형, 응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게임 시스템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현재 기획한
게임에 적합해 보이는 시스템을 기존 게임과는 구별되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팀과 딜런이 <로데오 스탬피드>를
기획할 당시, 눈여겨 본 게임은 성공한 러너 게임 중 하나인 <길
건너 친구들>이었다. 6시간마다 보물획득, 보상형 광고 그리고 귀여운 동물 수집 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그대로 쓰기에는 곤란했다. <길 건너 친구들>이 이미 흥행한 상황에서 게임을 다른 방식으로 어필할 방법이 필요했다.
<디스코 주>는 <로데오 스탬피드>의 동물 수집 시스템에 많은 영감을 준다.
그때 영감을 준 것이 <디스코 주(Disco Zoo)>였다. 동물을 수집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키우고 관리하는 기능이 있다. 팀과 딜런은 시드니 동물원을 직접 방문해 동물 수집과 키우기에 대한
개념을 구체화하고, 게임 시스템으로 재현하기로 한다.
기존에 있던 좋은 시스템들을 참고한 다음에는 우리가 만드는 게임만의 특징을 넣어야 한다. <로데오 스탬피드>는 기존에 있던 게임 메카닉을 개선하면서
유저의 편의는 살리면서도 게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부활하면 바로 게임을 하고 광고는 나중에
한 예로, 기존 러닝 게임에서는 도중에 사망하면 광고를 보면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하게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팀과 딜런에게 이 시스템이 싫었는데, 광고를 보느라 게임 진행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데오 스탬피드>에는 부활하면 바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대신, 한 번 더 죽으면 광고가 나오게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나중에 나올 줄 알면서도 즉시 부활을 선택했다. 그 결과는 일거양득. 유저는 재미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개발자는 유저가 광고를 자연스럽게 봄으로써 광고 이익을 얻는 결과를 낳았다.
# 세 번째: 세세한 조작도 유저가 좋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팀과 딜런은 게임 시스템의 세세한 부분에도 기존의 시스템을 유니크하게 바꾸는 것을 진행했다. 그중 하나는 조작이었다. 러너 게임 대부분은 조작법이 굉장히 단순하다. 그래서 너무나 많은 유사 게임들을 낳았을 뿐 아니라 조작이 단순해 심심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로데오 스탬피드>의 조작방식은 러너 게임과 슈팅 게임의 조작을 절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말 중요한 만큼 유저에게 알리는데 고생이 많았던 점핑 조작
<로데오 스탬피드>의
핵심 시스템은 점핑으로, 주인공인 로데오 스타를 잡았다가 놓으면, 다른
동물로 갈아타게 해 준다. 그런데 점핑 시스템은 조작이 어려웠고, 자연히
게임 시작부터 튜토리얼로 배울 수 있게 하였다. 처음에는 이동부터 익히고 점핑을 익히게 했다. 그러나 테스트한 유저들은 이 점핑을 너무 어려워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로 점핑을 먼저 배우게 했다. 이번에도 문제는 있었다. 점핑 동작은 손가락으로 튕기기, 즉 스와이프를 사용한다. 그러자 유저들은 이동 조작도 스와이프로 생각하여 기대한 것과 다르게 조작했다. 두 개발자는 조작법에 거부감을 들지 않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슬로우 모션은 유저에게 다음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
이밖에 <로데오 스탬피드>에는 점핑 조작감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슬로우 모션이 추가됐다. 다른 동물로 점핑해서 타기 전에는 시간이 매우 느려졌다가 탑승한 다음에는 잠시 아주 빨라지게 하는 형식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유저들은 다른 동물에 옮겨 탄다는 기대감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 네 번째: 몰입감 있는 세계도 흥행에 보너스다
일반 AAA급보다 짧긴 하지만, 모바일
게임에도 어느 정도의 세계관이 필요할 때가 있다. 게임이 구현하는 판타지 세계에 몰입할수록 유저들이 게임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물론 짧은 시간에 게임을 해야 하므로 글을 장황하게 쓰거나 하는 식으로 세계관을 표현하는
건 낭비다.
그래서 <로데오 스탬피드>는
게임의 배경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한다. 게임 시작 전 농장을 둘러보는 장면을 두어 주인공인 로데오 스타가
농장을 떠나 동물들을 획득해 키운다는 스토리텔링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대포로 발사되는 주인공? '게임 안 세계관'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
팀과 딜런은 몰입감을 주기 위해 너무 게임 같은 부분은 최대한 보이지 않게 했다. 인앱결제로 막대한 골드를 획득할 때도 ‘VIP 동물원 방문’같은 형식으로 게임 내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하려 했다. 그리고 이 게임이라서
타당할 법한 설정도 넣었다. 동물원 장면과 동물 획득 장면 사이가 부자연스럽지 않도록 공중 동물원의
대포에서 발사된 로데오 스타가 지상에 내려와 동물을 잡으러 가는 애니메이션을 넣었다. 이건 아기자기한
게임 분위기가 유저들에게 나머지는 말하지 않아도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하는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방법을 모든 모바일 게임에는 적용할 수 없다. 작업량이 너무 많은 게임이나 텍스트가 너무 많이 필요할 때는 다른 방법으로 재미를 모색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모바일 게임은 가급적 단시간에 제작되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선택과 집중'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