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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7] '메이플스토리 2', "조연을 위한 온라인 게임은 없다"

메이플스토리2 시나리오 리뉴얼

김지현(너부) 2017-04-26 22:08:57

일명 '초딩게임'으로 불리며 열풍을 불러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공식 후속작 <메이플스토리 2>는 서비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 가지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바로 '리스타트 업데이트'라는 이름을 내건 대형 리뉴얼. 이것이 바로 <메이플스토리 2> 시나리오 리뉴얼의 시작점이다.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의 스토리를 뜯어고치는 일. 효율을 따진다면 무조건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왜 <메이플스토리 2>는 이런 과감한 시도를 했으며, 어떤 목적을 위해 스토리를 개선했을까? 넥슨코리아 박재석 기획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작년 중순, <메이플스토리 2>는 중대 결정을 내리게 된다. 바로 '리스타트 업데이트' <메이플스토리 2>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된 대형 업데이트로 핵심 목표로 설정했던 것이 바로 시나리오 리뉴얼이다. 

 

만약 업계 종사자나 유저들이라면 의아한 생각이 들 것이다. 서비스를 진행한 지 1년이 막 지난 게임이 시나리오 리뉴얼이라니 말이다. 실제로 내외부적으로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수많은 찬성과 반대의 반응이 많이 오갔고, 실질적으로 리뉴얼을 작업하는 담당자들조차도 맞는 방향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 서비스 1년, 그들이 시나리오를 리뉴얼하는 이유?

 

<메이플스토리 2>에는 실질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다. 애초에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두고 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이야기는 <메이플스토리 1>부터 시작된다. <메이플스토리 1>의 경우 매우 많은 수의 영웅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선 수 십 명의 영웅을 동시에 업데이트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신 <메이플스토리 1>은 그때마다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 냈다. 

 

또한, 새로운 업데이트와 기획을 추가하기가 버거워진다. 서비스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존에 진행했던 업데이트와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되거나, 혹은 예전에 추가했던 부분과 겹치는 일이 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캐릭터들 간의 배경 스토리가 대표적인 예다.

 

캐릭터마다 탄탄하게 짜인 배경 스토리는 유저가 '아바타'를 만드는 것에 방해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정해진 배경 스토리, 설정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저만의 성향을 캐릭터에 입히는 일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플스토리 2>는 '유저 스스로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슬로건 아래, 스토리의 비중을 감소시킨 것이다. '스토리의 비중이 약해도, 게임이 재밌으면 유저들이 즐겨주지 않을까' 라는 마음도 내심 존재했다. 하지만 유저들은 우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퀘스트에 의존해 게임을 진행한 것이다. 스토리의 짜임새가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퀘스트에 의존한 성장 과정은 유저들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메이플스토리 2>의 메인 콘텐츠들이 버려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우리는 유저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최종 콘텐츠를 생성하지 못하면 많은 유저들이 이탈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메인 콘텐츠들을 후반에 배치했다.

 

하지만 부실한 스토리로 인해 초반 퀘스트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 이탈하는 유저들은 상당히 많았다. 그러자 게임의 메인 콘텐츠들이 버려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유저의 이탈은 생각보다 굉장히 빠른 시간안에 이루어졌다. 대략 레벨 15~20 사이에서 많은 유저들이 이탈한다. 시간으로 치면 30분에서 60분 사이의 시간이다. 

 




 

오픈 초기, 개발팀은 콘텐츠로 승부를 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오픈 직업과 다양한 보스, 악기, 아기자기한 미니 게임, 유저가 스스로 창출할 수 있는 UGC 콘텐츠 등 매력적인 콘텐츠가 있다면 많은 유저들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우 빠른 시간에 소모됐다. UGC 콘텐츠의 경우,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창조의 재미를 추구하는 유저는 소수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들어진 것을 이용하는데 편안함을 느꼈던 것이다.

 

만약 게임의 스토리가 탄탄하다면 어땠을까? 재미있는 게임은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식상해지고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게임의 스토리가 탄탄하다면, 유저들은 스토리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한다. 휴면 유저들도 본인이 좋아했던 스토리와 관련된 신규 업데이트가 진행되면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온라인게임에서 스토리는 유저가 게임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우리가 왜 이 게임에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 의미를 부여해주고 답을 주는 것이 스토리의 역할이다. <메이플스토리 2>는 그러지 못했고, 우리는 개선을 착수하게 됐다. 

 




 

 

# 유저를 조연으로 전락시킨 실패한 스토리

 

게임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도록 하자. 나는 '아이언맨'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렵다. 토니 스타크처럼 돈이 많지도,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손 쉽게 '아이언맨'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게임은 현실에서 느끼기 힘든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다.

 

우리 시나리오의 첫 번째 문제는 유저를 조연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유저 중심의 스토리가 아닌, NPC 중심의 스토리를 전개시켜 유저를 사건의 주체로 만들지 못했다. 결국 그들에게 게임을 진행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못하게 했다.

 


 

다채로운 이야기 전개를 위해 여러명의 NPC를 스토리에 개입시킨 것 역시 잘못된 선택이었다. 우리는 같은 NPC가 같은 형식의 미션을 제공하는 것이 유저를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NPC를 이용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스토리 전개의 통일성을 해쳤다. 다양한 NPC들이 각자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그들은 스토리 전개에 따라 유저에게 퀘스트를 부여한다. NPC들의 모든 스토리가 메인 퀘스트로 자리하자 메인 스토리 역시 중구난방이 된것이다.

 

마지막 문제로는 보상 아이템에 대한 감성적 가치의 부재다. 한 때 가장 강력했던 아이템도 더 좋은 아이템이 업데이트되면 버려지기 쉽상이다. <와우>의 무기 중에는 성능은 뛰어나지 않아도 유저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무기들이 있다.

 

이는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히스토리와 상징성이 유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감성을 담은 보상 아이템을 유저에게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콘텐츠 생명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

 






 

 

# 유저를 주연으로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장치

 

​먼저 유저를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바꿨다. NPC 중심으로 흘러갔던 스토리를 전부 유저 중심으로 흘러가도록 전개시켜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목적성'과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을 동시에 제공했다.

 

그리고 주요 NPC들과 유저간의 직접적 관계를 설정했다. 리스타트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된 NPC​ '이슈라' 가 대표적인 예다. '이슈라'는 유저의 스승이라는 설정으로 추가된 NPC로 실제로 유저들은 다른 NPC보다 '이슈라'와 관련된 사건, 스토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고 스토리 전반에 대한 몰입감을 키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유저에 걸맞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주적을 추가했다. 게임의 주인공이 유저라면, 유저에게는 그에 걸맞는 적이 필요하다. 적은 나보다 지나치게 약하면 좋지 않다.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강한 상대가 주적으로 세팅되어야 유저에게 '성장 동기'와 '목표', '성취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저에게 공공의 적은 또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만약 공공의 적이 없다면 유저들끼리 우위를 가리는 상황 생겨나고, 소수의 강자만이 게임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다수의 약자는 게임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된다. 유저에게 주적, 공공의 적은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 많은 유저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장치이다. ​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유저들이 게임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는 유저들이 '게임의 스토리'를 어떠한 형태로 즐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 것이다.​ 

 

이미 서비스중인 게임의 시나리오 리뉴얼. 끔찍하게 들리는 사람들도 분명이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더 발전적인 반응을 위해 장기적인 시점에서 바라보는 기업의 지원과 동료들의 희생정신, <메이플스토리 2>를 믿고 기다려준 유저분들의 애정과 인내가 잇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멀지 않은 시일내에 더 흥미로운 요소들로 살을 붙여 유저분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아마 우리의 대부분의 작업은 분명 비효율적인 작업임이 맞다. 실리적인 부분만 따져서는 진행하지 않는 것이 100% 옳다. 하지만 게임이 더 좋은 작품이 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꼭 필요했고 뜻 깊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