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은 지난 2014년 출시 이래, 지속적으로 '운빨' 게임이라는 말을 들으며 서비스를 계속해오고 있다. 반면 운에 좌우되는 요소가 없고 피지컬과 순발력 등 순전히 유저의 능력만으로 승부하는 게임들은 '실력' 게임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운' 과 ‘실력’은 서로 반대되는 말인 걸까?
성공한 게임들 중에는 ‘운’과 ‘실력’에 좌우되지 않는 게임들도 많다. 이런 게임들은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게임을 좌우하는 여러 요소들 중에 ‘실력’, ‘운’, ‘노력’은 과연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 걸까?
<마비노기 영웅전> 프로그래머로 일했으며, 현재 넥슨의 ‘A1 프로젝트’에 참가해 새로운 게임을 개발 중인 넥슨 코리아 하지훈 프로그래머와 함께 게임 플레이를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실력, 운, 노력을 비교해보자. / 디스이즈게임 황찬익 기자
# ‘라그나로스’로 명치를 때리려면 ‘실력’이 필요할까?
<하스스톤>을 플레이할 때, 덱에서 원하는 카드를 뽑으려면 ‘노오력’이 필요하고, 랜덤한 데미지가 명치에 꽃히기 위해서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둘 다 비꼬려고 만들어낸 말이지만, 이런 용어 선택 자체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저 어휘대로라면 실력의 반대말도 운이고, 노력의 반대말도 운이니까.
그런데 흥미롭게도 실력과 노력의 관계 역시 동일한 위치에 있지않다. <리그 오브 레전드> 상위 티어에 가려면 ‘실력’ 또는 ‘노력’ 둘 중에 하나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는 게임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강연에서는 세가지 요소, 실력, 운, 노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해보고자 한다.
# 게임은 곧 경쟁? 경쟁 속에서 확립되는 게임
여기서 게임이란 곧 ‘경쟁’이라고 정의한다. 모든 종류의 게임은 사실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구조로 되어있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래서 재미있다. 얼핏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게임이라도 사실은 경쟁 구도로 되어있다.
높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인 오락실 게임 역시 그렇다. 오락실 게임은 얼핏 봐서 나 자신과의 경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 스코어 보드에 기록된 모든 점수와 함께 경쟁한다. 눈 앞의 상대를 이겨야하는 대전게임이나 여러 유저가 한꺼번에 경쟁하는 온라인게임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는 이겨야 할 적을 지정해두고, 팀을 나눠 적과 싸우는 게임 역시 딜량으로 아군끼리 경쟁을 하는 구도다. <마인크래프트>처럼 자신의 작업량과 성취감이 중요한 게임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이뤄놓은 성취도를 비교하며 조용한 경쟁을 하기 때문에 게임이 재미있다.
예외는 있다. 여기서는 비주얼노벨을 (경쟁하는)게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비주얼노벨은 누가 플레이하더라도 결과가 다를 바 없고 유저들 간에 어떤 경쟁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소설이나 영화와 마찬가지라고 본다.
다만, 비주얼노벨 대표작 중 하나인 <쓰르라미 울 적에>의 작가가 게임에 대해 언급한 지점은 흥미롭다. 그는 "자신의 작품 자체가 게임은 아닐지라도 작품을 읽은 사람들끼리 서로 추리를 겨루거나 의견을 나누는 것은 하나의 게임일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다. 그 발언은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 본능적으로 느낀다, 게임은 재미있다고
집에서 혼자 만든 게임이 재미 없는 이유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가 해도 결과가 마찬가지인 게임 역시 재미가 없다. 결과를 알고 나면 게임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기들이 맞추는 장난감 퍼즐 같은 것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는 경쟁에서 이겼다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경쟁의 쾌감을 느끼는 유전자가 그렇지 않은 쪽보다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바로 앞서 말한 세 가지, 실력과 노력 그리고 운이 필요하다. 이 세가지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 성장의 쾌감이 즉각적인 실력 게임
실력게임은 ‘강한 사람이 이긴다’라고 알려준다. 그래서 경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실력이 늘면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인류는 진화해왔다. 예전보다 더 무거운 벤치프레스를 들게 됐을 때, 예전보다 더 성적이 좋아졌을 때, 그리고 이전보다 더 게임 ‘실력’이 좋아지게 됐을 때,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
게임에서 사용되는 실력의 종류는 크게 신체 능력과 두뇌 능력으로 나눌 수 있다. 신체 능력쪽에는 반응 속도, 빠르기, 정확성 등이 있고 두뇌 능력 쪽에는 탐색, 지식(기억력), 멀티태스킹, 문제해결능력 등이 있다.
신체능력의 경우, <철권>같은 대전격투게임은 상대의 공격을 적절히 막을 수 있느냐 하는 순발력이 관건이다. 아니면 아예 대놓고 버튼을 빨리 연타하라고 요구하는 순발력 게임도 있다. FPS 역시, 화면상의 작은 부분을 얼마나 빨리 조준하느냐가 관건인 순발력 게임이다.
반면 두뇌능력이 필요한 <캔디크러시사가>의 경우 맞는 퍼즐을 화면에서 얼마나 빨리 탐색하느냐가 관건이다. 로그라이크류 게임들의 경우에는 내가 이 세계에대한 지식이 얼마나 많은지를 테스트하는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얼마나 다양한 병력들을 얼마나 한꺼번에 조합해서 싸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니 멀티태스킹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각각의 실력 요소들은 하다보면 조금씩 늘게 되어있다. 맨 처음에 잘 못하다가도 게임을 하다보면 ‘어라? 나 잘하나?’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오지 않나. 이런 순간들, 실력이 늘면서 얻는 그 쾌감이 바로 실력 게임이 제공하는 재미요소다.
# 게임에서 '운'이 좋아지려면?
반면 운 게임은 말 그대로 그냥 ‘운 좋은 사람’이 이긴다. 실력 게임과 달리 게임 내에서 이길 수있는 전략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력 게임 측면에서 보면 운 게임은 굉장히 재미 없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운 게임을 스릴있게 여기고는 한다.
왜냐하면 게임이 성립되는 운 게임들에는 하나같이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운 게임에 스릴이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상이 필요하다. 내 손에서 조금씩 쪼아보는 화투패, 마우스를 올려놓고 뒤집기 직전의 <하스스톤> 카드 뒷면이 짜릿한 이유는 모두 ‘걸려있는 돈’과 ‘혹시 나올지 모를 전설카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똑같은 게임이라도, 보상이 클수록 더 큰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돈 내기로 가위바위보는 흔히 하지만, 가위바위보 한 판에 상금이 오천만원이라고 생각해보라. 이 세상 어떤 가위바위보 보다 짜릿할 거다. 아, 물론 실제로 그런 대회가 있다.
# 티끌모아 태산, 노력으로 얻는 재미!
노력 게임은 사실, 자산이 많은 쪽이 이긴다. 자산이라 함은 유저가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과 노력을 뜻하고, 노력 게임은 유저끼리의 이 자산을 비교해서 우위를 겨루는 게임이다. 굳이 우위를 겨루지 않아도, 사람들은 자신의 게임 속 자산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어비스리움> 같은 방치형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는 늘어나는 하트와 수치, 물고기의 종류를 지켜보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경쟁과 마찬가지로 본능의 영역이라고 본다. 자산이 늘어나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존에 더 유리했을테니까.
결국 노력 게임이란 게임에 뭔가를 투자해서 결과물을 쌓아나가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 투자하는 대상은 시간이나 돈이 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유사하게 취급하는 형태가 노력 게임에서 자주 보이게 된다.
# 실력, 운, 노력 게임의 특징
각각의 게임들은 모두 플레이하면서 유저들이 즐거움을 얻지만, 각각의 게임들이 그리는 플레이 시간 대비 재미의 그래프는 모두 다른 모양이다.
실력 게임의 경우, 초기엔 실력이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실력의 증가가 멈추게 된다. 아케이드 게임의 하드한 스테이지에 도달하거나 리듬게임에서 어느 곡 만큼은 죽어도 클리어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개개인이 그렇게 도달하는 한계는 사람마다 도달 속도와 지점이 다르다. 따라서 실력 게임은 유저들이 어느 시점에 실력의 한계에 도달하게 되는지 출시 전에 파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실력 게임은 성장해나가는 내 실력이 가장 큰 재미요소이기 때문에, 유저가 한계 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더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게임이 오래 유지될수록 그렇게 느끼는 유저는 늘어나게 되고, 이런 유저들이 게임에서 점점 떨어져 나간다는 것도 실력 게임의 특징이다.
반면 운 게임은 시간에 따라 운이 증가하거나 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결과는 다를지라도 확률면에서는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 운 게임의 특성이다. 이렇기 때문에 개발자가 유저들이 게임에서 얻는 반응을 자기 원하는대로 설정할 수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실력 게임은 결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노력게임은 유저들의 반응이 파악하기 쉽다. 유저들은 노력을 한만큼 보상을 받고, 만족스러운 재미를 얻는다. 다만, 노력게임은 언젠가 노력으로 도달하는 성장의 끝에 도달하기 때문에 콘텐츠 완전 소모라는 한계를 가지게 된다.
어느 정도 성장을 하다보면 더이상 성장할 구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콘텐츠를 소모하는 속도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에는 최종적인 한계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실력 게임과 운 게임은 시간이 지나면 유저들이 얻는 재미의 형태가 안정되지만 노력 게임은 오히려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노력 게임들에서 ‘콘텐츠 업데이트’라는 것은 필수다. 유저들이 노력으로 성장하는 목표의 상한선을 계속 올려주기 위해서다. 이전 버전에서 가장 강하던 장비보다 더 강한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 이렇게 게임을 실력, 운, 노력 세 가지 요소로 나누어 설명해봤다. 이 요소들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 때 개발자는 어떤 점들을 유념해야 할까?
# 수명이 짧은 실력 게임! 운과 노력 요소를 더하자
첫째로, 실력 게임은 거의 수명이 짧다. 아까 말했듯 실력의 성장이 더뎌지는 시기가 오면 재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이상 늘지 않는 실력은 유저를 지치게 한다. 한계라고 생각하는 순간 게임은 재미가 없다.
그래서 실력 게임은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이 출시되고 나서 일정 기간이 되면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너무 벌어져 초보는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것들이 실력 게임의 수명을 짧게 만든다.
물론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는 조금 특이한데, 실력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긴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 게임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몇 가지 복합적인 요인을 게임에 섞었기 때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등록된 챔피언 수는 현재 136명이다. 아예 실력 발휘 요소의 가짓수를 늘려서 유저들이 계속 새로운 실력을 기르게 만든다. 아마 초창기 기획단계에서는 이렇게 많은 챔피언을 만들 생각이 없었을텐데, 실력 게임의 짧은 수명을 늘리려다 보니 챔피언의 개수가 충분히 많아져야 했다.
또 실력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는, 노력이나 운 적인 요소의 추가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운 적인 요소는 다름 아닌 ‘팀원’이다. 내 팀에 트롤이 있느냐 적 팀에 트롤이 있느냐가 굉장히 운 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데 한 몫 했다. ‘실력’만으로 게임을 이길 수 없다는 의외성이 유저들을 긴장하게 하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하나 더 알아야 할 점으로, 실력 게임은 ‘선점’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앞서 말했듯 실력 게임은 수명이 짧고 재미가 빨리 소진된다. 문제는 이렇게 소진된 재미가 같은 종류의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도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방 탈출 게임을 한참 하다가 질리면, 비슷한 종류의 게임을 해도 빨리 질리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 노력 게임은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도 처음부터 다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에버퀘스트를 오래 한사람도 와우 1렙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노력 게임은 선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게임들은 노력적인 요소들을 포함해 변주를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캔디 크러시 사가>의 히트는 굉장히 주목할 만하다. <캔디 크러시 사가>가 등장할 당시, 비슷한 방식의 매칭 퍼즐 게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그런데 <캔디 크러시 사가>는 그들과 차별화를 추구하기 위해 게임 속에 스테이지 시스템을 넣었다.
그렇게 들어간 스테이지 시스템은 남보다 더 많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겠다는 ‘노력’의 요소가 되었고, 이게 유저들 간의 경쟁심을 불러일으켜 성공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애니팡 2> 역시, 스테이지 시스템을 넣어 만들어낸 노력 게임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 순수한 ‘운 게임’은 없다, 야한 거(!)면 몰라도!
운 게임은 실력이나 노력 게임과는 달리, 재미를 느끼려면 필수적으로 보상이 요구된다. 게임에 걸려있는 것이 많을수록 게임이 재밌어지고, 걸려있는 게 없으면 흥미가 떨어진다. 현실의 운 게임들은 그래서 게임이 성립하기 위한 보상이 많다. 내기에 걸린 밥값이라던가, 룰렛에 걸어놓은 판돈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이런 운 게임이 비디오 게임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현실같은 보상을 제공하기가 어렵다. 컴퓨터 게임에서 이긴다고 현실의 보상을 얻는 일은 흔하지 않으니까.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게임 <리얼 팜>의 경우, 게임 내 농장을 경영해서 얻을 수 있는 최종 보상이 실제 농산물을 택배로 부쳐주는 거였다. 이런 방식도 가능하지만, 운 게임에 적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온라인으로 포커를 쳐서 이기면 보상으로 농산물을 보내준다? 단박에 게임에 대한 사행성 기준에 걸리게 된다.
비디오 게임이 현실의 보상을 주기에는 너무 어렵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딱 하나, 비디오 게임이 현실의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보상이 있다. 바로, ‘야한 거’다. 우리가 ‘운 게임’ 하면 떠오르는 게임들 중에 순수하게 운만 강조한 게임은 별로 떠오르지 않을 거다.
하지만 18금 게임은 순수한 운 게임이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그 운 게임으로 얻는 야한 것들은 충분히 현실적인 보상이니까. 하지만 물론 이 방법도 게임에 대한 선정성 기준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이렇게 현실적인 보상을 줄 게 아니라면 게임 내 보상, 즉 노력 게임에서 유저에게 재미를 주는 방식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렇게 되면 결국 뽑기형 게임으로 귀결되지만 말이다.
# 게임에 엔딩이 있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지금까지 얘기한 실력 게임, 운 게임, 노력 게임의 많은 문제는 사실 게임의 수명을 늘리려는 시도가 야기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엔딩 없는 게임을 무리하게 수명 유지하려 하지 말고, 엔딩을 만들어서 게임을 제 때 끝내면 위의 문제들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게임에 엔딩이 존재한다면, 높은 난이도의 실력 게임이라도 한 번 클리어하는 것으로 플레이가 마무리되니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되지도 않는다. 엔딩이 있는 노력 게임 역시, 콘텐츠를 추가로 공급해야하는 문제가 해결된다.
따라서 엔딩이 있는 실력과 노력, 약간의 운이 더해진 게임은 굉장히 이상적인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수익이 필요한 입장에서는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엔딩이 있는 게임은 지속적인 매출로 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하니까.
# 게임의 재미는 사실, 인생의 역경으로부터
계속 하는 얘기지만, 우리가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 실력 게임에서 내 실력이 성장해나가는 것도, 운 게임에서 무작위로 결정되는 것에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도, 게임 속 자산이 늘어나면 마음이 흐뭇해지는 것도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느끼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동시에, 저런 요소들은 우리 인류가 생존을 위해 견뎌야했던 위기와 역경의 형태들이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공부와 운동할 때 느껴보았 듯, 실력을 키우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행운과 불운의 경우, 내 손에서 해결되지 않는 영역일 때 받는 스트레스는 항상 엄청나다. 자산을 불리기 위한 노력이 힘들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런 고난과 역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순간, 그 때 느끼는 마음의 자세를 배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 앞으로도 게임을 열심히 하자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