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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7] IP가 IP를 낳는다? '삼국지 명가'가 밝히는 30년 IP 운영방법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 '삼국지' IP 프로듀서 에치고야 카즈히로의 NDC 강연

장이슬(토망) 2017-04-26 22:12:40

게임 음악 일을 하고 싶었던 청년은 '같은 동네'라는 이유로 코에이에 입사했다. 그런데 전공이 전자통신전공이라 프로그래머 일을 하게 됐다. 

 

24년째 음악 일을 안 시켜준다고 투정을 부리는 그는 일본의 대형 게임사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에서 <삼국지> IP를 총괄하고 <무쌍> 시리즈의 메인 기획을 맡는 에치고야 카즈히로 프로듀서다. '삼국지 명가'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가 IP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에치고야 프로듀서의 증언을 들어보자.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의 에치고야 카즈히로 프로듀서

 

 

# 흥행 IP가 파생작을 낳고, 파생작이 또다시 흥행 IP를 낳는다

 

지금은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지만, 2008년 이전만 해도 '코에이'와 '테크모'는 별개의 게임사였다. 

 

2008년 두 회사가 경영 통합을 하여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가 된 이후 '시부사와 코우', '오메가포스', '팀 닌자', '가스트', '루비파티', '마이다스' 등 게임 스튜디오를 인수하면서 현재와 같은 브랜드 중심 게임사로 거듭났다. 각 스튜디오의 유명작만 나열해도 <삼국지>, <진삼국무쌍>, <대항해시대>, <인왕> 등 쟁쟁하다.

 

<삼국지>만 해도 첫 작품이 나온지 30년이 지났으며, 2017년에는 <삼국지 13 파워업키트> 한국어판이 출시될 예정이다. 30년 이상 IP를 지속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에치고야 프로듀서는 "IP의 창조와 전개에 일순위를 두는 경영방침"이라고 답했다. 

 

먼저 첫 번째 작품의 흥행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이미 성공한 작품의 후속작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신작을 계속 선보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 <토귀전>과 <인왕>이다.

 


 

흥행작을 본격적인 IP로 만들어 이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다. 단순히 같은 캐릭터가 다음 작품에서 등장하는 것만이 IP는 아니다. 게임 시스템, 사운드, CG 같은 리소스를 전부 포함한 것이 IP이며, 게임을 출시하는 플랫폼 등 전개 방식 또한 IP에 포함해 고려해야 한다.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가 특히 중요하시는 것은 전개 방식이다. <삼국지> 시리즈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해 정적인 게임의 단점을 장점으로 상쇄하려 했고, 장르를 다양화해 <삼국지 영걸전>과 같은 외전작을 낳기도 했다. 

 

또다른 인기 IP인 <요괴워치>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요괴삼국지>도 있다. 게임의 특성을 고려해 플랫폼, 장르 변주, 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하게 전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IP를 창조하는 순환 구조로 사업을 진행한다.

 

IP가 또다른 IP를 낳는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 류' 사업의 대표적인 예가 <진삼국무쌍>이다. 무장 한 명이 전장에서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 <진삼국무쌍>은 <삼국지>를 대전 격투 액션으로 재해석한 <삼국무쌍>을 이어받은 게임이다. 그리고 <진삼국무쌍>에 또다른 요소를 넣은 <전국무쌍>이 탄생했다.

 

"당시 저는 <삼국무쌍> 팀은 아니었지만, 그걸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전혀 다른 <삼국지>를 만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격투 액션이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뒤 저는 <전국무쌍> 시리즈의 첫 번째 메인 플래너가 되었습니다. 같은 무쌍이긴 하지만, <삼국무쌍>이나 <진삼국무쌍> <전국무쌍>은 액션이 동작하는 시스템 자체가 다릅니다. 이런 형태로 노력을 해서 IP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 코에이 테크모 류 IP 순환기! <삼국지> 집안의 족보

 

<삼국지>의 첫 번째 작품은 1985년 출시됐다. <삼국지>가 크게 흥행한 후 속편이 이어졌고, 1992년 출시한 <삼국지 3>는 닌텐도 게임보이로도 출시됐다. 첫 번째 플랫폼 확장이었다. 

 

<삼국지 4>, <삼국지 5>가 잇따라 흥행한 뒤 장르를 변주한 파생작, <삼국지 영걸전>이 등장한다. 전략 시뮬레이션인 <삼국지>에 롤플레잉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으로, 역시 흥행한 후 <삼국지 공명전>, <삼국지 조조전>이라는 후속편이 등장했다. <삼국지>로부터 <영걸전>이라는 독립된 브랜드가 태어난 것이다. 

 

이 시기에 함께 출시한 것이 <삼국무쌍>으로, 이 역시 독립된 브랜드가 된다.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의 IP 순환 사업은 첫 <삼국지>가 출시된 1985년부터, <삼국지 영걸전>과 <삼국무쌍>, 게임보이와 원더스완 버전이 출시된 1999년 사이에 정립됐다는 것이 에치고야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2000년이 되자 <삼국지> 시리즈 자체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군주 시점의 전략 시뮬레이션에서 RPG처럼 개별 장수 시점에서 진행하는 <삼국지 7>의 등장이다. 

 

"<삼국지>의 7편이지만 거의 다른 게임으로 보셔도 될 정도로 크게 변모했습니다. 제가 기획 회의에 참여했었는데, 내부에서도 찬반 양론이 있었습니다. 계속 전략 시뮬레이션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변해도 괜찮은가, 외전이 아니라 정식 넘버링 시리즈로 만들어도 되겠느냐. 논쟁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만, 많은 사람이 고군분투했던 타이틀입니다."

 

한편, 같은 해에 <삼국무쌍>을 이어받은 <진삼국무쌍>이 출시된다. 기존의 <삼국무쌍> 팀에서 인원이 더 추가되었고, 에치고야 프로듀서도 투입되었다. 

 

"당시 저희 회사 안에는 개발 중 버전별로 게임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삼국무쌍>은 내부에서 '아이고, 재미있다'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정말 마지막까지 와서 제품판이 되기 직전에, 아주 작은 변화로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었습니다."

 

"너무 많이 말씀드리면 '오메가포스' 팀에게 혼나니까 간단히 말씀드리면, 개발 버전에서는 말을 타고 병사를 공 던지듯 넘어트리는 심플한 게임이었는데 아주 작은 변화를 줘서 지금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액션 게임이 되었습니다. 작은 차이에서 굉장히 다른 재미가 생기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삼국무쌍>이 흥행을 거두자 이듬해 2001년 <진삼국무쌍 2>가 나왔다. 판매량이 전작을 넘어설 뿐 아니라,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 통틀어 첫 밀리언 셀러 타이틀이 되었다. 이후 <진삼국무쌍>은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이후 PSP, NDS, 스마트폰 등 플랫폼의 다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삼국지> 시리즈도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에치고야 프로듀서는 특별히 <100만 인의 삼국지>를 인상 깊은 타이틀로 꼽았다. 스마트폰 게임이 본격화되기 전 있었던 소셜 게임으로 개발한 타이틀로, 지금까지도 플레이하는 유저가 있다고 밝혔다. 

 

<삼국지 13>이 출시된 2015년부터는 타 게임사와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고 있다. 레벨5의 '요괴워치'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요괴삼국지>, 넥슨 띵소프트와 제작한 모바일게임 <조조전 온라인> <진 삼국무쌍: 언리쉬드> 등이 출시됐다. 2017년에는 <삼국지 13 파워업키트> 한국어판이 출시될 예정이다. 

 


 

 

# 개성을 살려서 만들고, 색다르게 전개하라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의 IP 사업을 정리하면 세 가지 단계가 된다. 

 

먼저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IP를 창조한다. 여기엔 지금껏 보지 못한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 그 뒤에는 전개가 중요하다. 새로운 >IP가 자리를 잡으려면 많은 플랫폼으로 출시되거나 장르를 바꿔보고, 또 컬래버레이션도 시도해본다. 

 

이런 식으로 파생작이 되면서 새로운 IP가 태어나는 연쇄작용이 일어난다. <삼국지>에서 <삼국무쌍>이, <삼국무쌍>에서 <전국무쌍>이 나오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창조하고 연쇄를 일으키며 발전하는 것이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의 경영 방침.

 

에치고야 프로듀서는 <삼국지 조조전>과 <전국무쌍>의 예를 들어 성공하는 IP의 특징을 설명했다. 

 

"캐릭터가 개성적이고 시스템이 독특해야 합니다. '오리지널리티'라고 한 마디로 축약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삼국지>도, <노부나가의 야망>도 이미 코에이 테크모가 지금까지 그려왔던 이미지가 있거든요. 이걸 바꾸거나 새로운 걸 만들려면 보통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조조'라고 해도 <삼국지>의 조조와 <삼국지 조조전>의 조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삼국지>에서 캐릭터의 개성은 시스템상의 능력치로 표현되지만 <삼국지 조조전>의 조조는 이 게임만의 시스템와 시나리오에 따라 별개의 캐릭터성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다른 인물이 탄생하고, 다른 IP가 된다. 이런 이유로 캐릭터의 개성과 파생작의 시스템을 확실하고 독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국지>, <노부나가의 야망>은 전략 시뮬레이션이다. 파생작인 <진삼국무쌍>은 액션이다. 흔히 보이는 스테이지 클리어형 액션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타 군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면에서 다소의 전술이 가미된 액션이 되도록 제작했다. 이 시스템에 <노부나가의 야망>을 컬래버레이션해서 <전국무쌍>이 탄생했다. 

 

"<전국무쌍>은 액션 담당이던 기획자와 프로그래머와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버튼 연타와 난무기에 조금 더 연구를 해서 살벌함과 긴박함을 추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액션적으로도 적을 부순다는 느낌보다는 조금 더 절도가 있도록 해서 나온 것이 <전국무쌍>입니다."

 

"<진삼국무쌍>과는 다른 게임성을 지닌 액션 게임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고, 캐릭터도 <진삼국무쌍>과 다른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자리잡게 했습니다. 캐릭터만 바꾸고 액션을 그대로 뒀다면 독립적인 IP로 존재하지도 않고 단순한 스핀오프로 머물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실패하는 IP란 무엇일까? 에치고야 프로듀서는 차별화 여부가 관건이라고 보았다. 얼마나 차별화되고 독특한지가 중요하며, 또 IP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개 역시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에치고야 프로듀서는 "다른 IP와 접목하면 더 큰 것이 나와야 합니다. 컬래버레이션이 되어 다른 것과 만나면 또다른 맛을 낼 수 있어야지, 그렇지 못하면 그 IP는 거기가 한계입니다. 그만큼 캐릭터성이 있고, 독립적인가가 중요합니다. 결국 오리지널리티를 얼마나 실현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IP를 창조함에 있어서 중요해질 겁니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고 다른 방법론도 있겠지만, 유저분들에게 다른 IP로 받아들여지고 싶다면, 그만큼 철저히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해야 합니다." 라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