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 레볼루션>이 지난 10일,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현금을 대체하는 사이버머니'(이하 캐시)만으로 유저 간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청소년 유해매체'인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 중개사이트와 흡사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이 결정에 <리니지2 레볼루션>처럼 '캐시 전용 거래소'를 가진 게임사 여럿이 긴장하고 있죠. 다음 타깃으로 자신들의 게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움직임은 '캐시 전용 경매장'에만 한정될까요?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와 이야기해 본 결과, 외부에 보이는 것보다 더 엄격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모바일게임계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킬지도 모르고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말해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판정의 구체적인 이유, 그리고 이것에 영향받을 수 있는 게임 생태계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 핵심은 '현금이 영향을 주는 아이템 거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10일, <리니지2 레볼루션>의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결정을 알리며 '청소년 유해 매체'인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 중개 사이트를 '모사'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 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거래소 시스템이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 중개 사이트와 흡사한 것은 사실입니다. 유저는 <리니지2 레볼루션>에서 다른 유저와 아이템을 거래할 때, 캐시인 '블루 다이아'만 사용할 수 있죠. 이 블루 다이아는 업적 보상 등으로도 얻을 수 없는 순도 100%(?) 캐시입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 속 유저 간 아이템 거래는 현실의 돈(으로 구입한 사이버머니)을 써 값을 지불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 사이트가 '청소년 유해매체'가 된 것은 2010년 대법원이 "게임 아이템이 환금성을 갖고 있고, 이에 유저들이 집착할 경우 사행성을 띨 수 있다"거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돈이 아이템 거래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환금성'과 이로 인한 집착이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의 이유였죠.
반면 모바일게임의 캐시 재화는 (규정을 지킨다는 가정 하에) 환금성이 없습니다. 따라서 <리니지2 레볼루션>의 캐시 전용 거래소는 청소년 유해매체의 주요 원인과는 조금 거리가 있죠.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설명에 따르면, <리니지2 레볼루션>의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은 환금성이 아니라 '현실의 재화로 얻을 수 있는 재화로 아이템을 거래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비록 모바일게임 특성 상 아이템을 현금화할 순 없지만, 현금으로 얻을 수 있는 재화로 유저 간 아이템을 거래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사행성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환금성과 별개로, 현실의 재화가 유저 간 거래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 자체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것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입장이죠.
# 청소년 이용 불가 = iOS 마켓 포기, 발등에 불 떨어진 넷마블
넷마블게임즈는 <리니지2 레볼루션>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자, 최대한 빨리 문제가 된 시스템을 수정해 기존 유저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넷마블게임즈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냉정히 따져보면 게임에 돈을 쓰는 유저 대다수가 '성인'인데 말이죠.
이것은 애플 앱스토어의 이용자 등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는 '성인 등급'이 없습니다. 최고 등급이 '17세 이용가'에 불과하죠. 이는 곧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유통될 수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만약 <리니지2 레볼루션>이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감수한다면, iOS 성인 유저들을 모두 포기해야만 하죠.
참고로 '2016년 무선인터넷 산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iOS의 시장 매출 점유율은 26.4%. 구글에 비하면 작지만, 포기하기엔 너무도 큰 비중입니다.
물론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문제가 된 '캐시 전용 경매장'을 수정한다는 얘기는 <리니지2 레볼루션>에서 유저들의 경쟁과 투자를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 중 하나를 포기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넷마블게임즈 입장에선 다른 시스템과 방식으로 이를 유도해야죠.
어떤 것을 찾든, 강화하든 간에 그 사이 시스템의 불균형은 감수해야 합니다. 게임의 시스템은 아무렇지 않게 넣었다 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어쩌면 이 때문에 유저가 이탈할지도 모르죠. 그렇다고 너무 신중을 기해 잠깐이라도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서비스되면 애플 앱스토어의 부재 때문에 매출의 25% 가량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넷마블게임즈는 힘든 상황에 처했죠.
그리고 이것은 넷마블게임즈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TOP 50위 안에는 <반지> <뮤오리진> <의천도룡기 for Kakao> 등 캐시 전용 경매장을 도입한 게임이 여럿 있습니다. 세부적인 방식은 다를지라도, <리니지2 레볼루션>처럼 캐시로 아이템을 거래한다는 큰 틀 자체는 같습니다. 그리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리니지2 레볼루션>와 유사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게임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