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강화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17일, 경기도 판교 글로벌 R&D 센터에서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시행기준 설명회’를 개최했다. 게임사들에게 강화된 자율규제안의 취지와 적용 방식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 개별 확률을 공개하지 못하면, 뽑기 내역이라도 공개해라
강화된 자율규제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정보 공개 방법 중 하나로 ‘아이템 개별 확률 공개’를 권하는 것이다. 새 자율규제안은 참여업체들에게 3가지 방식으로 확률을 공개할 것을 권한다.
▲ 첫 번째는 앞서 이야기 한 ‘개별 확률 공개’다. 협회는 자율규제에 참여하는 업체에게 유료 캡슐(뽑기) 상품에 포함된 ‘모든’ 아이템의 구성 비율(확률)을 공개할 것을 권한다. 이 때 공개되는 확률은 기존 자율규제안처럼 ‘매우 낮음’과 같은 구간 공개가 아니라, 0.5% 같은 명확한 수치여야 한다.
개별 확률 공개가 힘들면 ▲ 아이템 등급 별로 구체적인 확률을 공개하거나 (전설 등급 획득 확률 2% 같은 식) ▲ 등급 내 개별 아이템이 나올 최대/최소 확률을 표기할 수 있다. (전설 등급 0.5 ~ 1% 같은 식) 단, 이 두 방식으로 확률을 공개할 경우, 유저에게 보다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3가지 추가조치 중 하나를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추가조치는 구체적으로 ▲ 일정 횟수(혹은 액수) 이상 유료 뽑기 상품 구매 시 희귀 아이템 등 보상 지급 ▲ 희귀 아이템의 ‘구체적인’ 개별 획득 확률 공개 ▲ 일정 주기 별로 유저들이 희귀 아이템 얻은 횟수 공개다. (4월엔 전설 아이템 A 8번, 희귀 아이템 B 19번 등장 같은 식)
즉, 뽑기 결과물의 개별 획득 확률을 공개할 수 없다면, 어떤 식으로든 희귀 아이템의 획득 확률이나, 희귀 아이템을 얻는데 필요한 재화를 암시하라는 의미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희귀 아이템이란 게임 내 등급이 아니라, 캡슐에서 극히 낮은 확률로 등장하거나 게임 중 일반적인 방법으론 얻기 힘든 아이템을 뜻한다)
한편, 새로운 자율규제안에는 보다 구체화된 확률 공개 외에도, 기존에 특별히 명시되지 않았던 각종 이용자 보호 정책이 명문화되었다. 먼저 앞으로 사업자들은 유료 캡슐 상품을 판매할 경우 ▲ 유저가 결과물을 오인할 수 있는 표시 ▲ 뽑기 결과물로 ‘캐시’나 ‘꽝’ 존재 ▲ 뽑기 결과물 중 게임 진행에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 포함 등을 할 수 없다.
또한 사업자는 앞으로 유료 캡슐 아이템을 판매할 때 ▲ 뽑기 결과물은 해당 유료 캡슐 상품의 가치와 같거나 그 이상인 유료 아이템 ▲ 게임 내에 확률 정보를 공개하거나, 확률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을 안내 등의 내용을 지켜야 한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새로운 자율규제안에 대한 설명과 가이드를 끝마친 후, 업계 관계자들에게 “자율규제는 법적 규제보다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수단이다. 부디 많은 곳에서 자율 규제를 준수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은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7월 1일 이후, 자체 모니터링과 외부 인사들이 포함된 자율규제 평가 위원회 등을 열어 자율규제 준수 여부를 체크할 예정이다. 만약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아 3회 이상 경고를 받은 업체는 추후 미준수 업체로 공포될 예정이다.
# "모호한 부분은 최대한 유저 입장에서 판단해 달라"
다음은 새로운 자율규제안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진행된 협회와 업계 관계자들의 일문일답이다. 여러모로 규제안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질문이 인상적이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의 경우, 뽑기로 얻을 수 있는 선수가 매우 많다. 우리 게임의 경우, 등급 별 선수 획득 확률이 모두 같은데, 그렇다면 확률을 0.XXXX% 같이 길게 표기하지 않고, 1/XXX 같은 식으로 표기해도 되는가?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자율규제안은 기본적으로 유저들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잘 이해하는데 목적을 둔 제도다. 이왕이면 1/XXX가 숫자로는 어떻게 되는지 표기할 것을 권한다.
유료 캡슐 상품 결과물의 가치가 뽑기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상품에 따라 캐시로 얻을 수 있는 보상 외에 유저가 직접 ‘현금’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들어간 경우도 존재하는데, 이 경우 가치 기준은 어느 쪽을 따르는가? 캐시의 경우 얼마를 사느냐에 따라 1 캐시 당 가격이 다르지 않은가?
일단 원칙을 이야기하자면 캐시든 현금이든 하나의 기준을 설정할 것, 그리고 이 기준이 유저들이 오해하지 않을 보편 타당한 기준일 것이다. 질문한 내용의 경우 흔히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내부에서 검토한 후 추후 구체적인 가이드를 알려주도록 하겠다.
가이드 책자를 보니 1회 뽑기 상품은 결과물의 가치가 1회 뽑기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고 써 있고, 10회 연속 뽑기 상품은 ‘결과물들의 기대값’이 10회 연속 뽑기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10회 연속 뽑기의 경우, 개별 상품의 가치가 뽑기 1회분의 가격보다 낮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가이드 책자에 있는 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로 확률을 설정한 것이라 그런 항목이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에 이를 적용했을 경우엔 실제 확률 등으로 인해 질문한 현상이 나올 확률이 없을 것이다.
유료 캡슐 아이템 결과물로 단품으로 판매되지 않은 아이템이 존재할 경우, 그 가치는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가?
비슷한 수준의 아이템이 상점에 판매된다면, 그에 준하는 가격으로 책정하길 권한다.
최근 캐시로 골드(게임머니)를 살 수 있는 게임이 많다. 그렇다면 게임머니는 유료 아이템인가 무료 아이템인가? 만약 후자라면 유료 캡슐 상자 보상으로 넣을 수 있는가?
캡슐을 유료로도 얻을 수 있고 무료로도 얻을 수 있다면, 그 상품은 유료 아이템이다.
※ 작성자 주: 이 부분은 질의응답 시 질문에 맞는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행사 후 협회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기본적으로 골드를 유료 뽑기에 들어갈 수 있는 상품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은 가이드에 있는 ‘유료 아이템은 환불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 항목으로 커버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질문이 나온 만큼 추가 조사 후 이후 가이드를 수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별확률 공개가 힘들 경우, 유저가 일정 횟수 이상 뽑기를 했을 경우 희귀 아이템을 보상으로 줘야 한다고 가이드했다. 그런데 희귀 아이템이란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 유저는 전설 아이템만 희귀 아이템이라 생각할 수 있고 회사는 엘리트 아이템도 희귀 아이템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보상으로 엘리트 아이템을 줘도 되는 것인가?
사업자의 인식이 유저들에게 충분히 전달된다면 그것도 상관없다. 다만 부디 유저들의 평가를 고려해주길 바란다.
자율규제의 한계를 시험하는 질문이 계속되자 행사를 진행한 한국게임산업협회 안병도 선임연구원은 관계자들에게 "가이드에서 사업자가 임의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남겨뒀는데, 이것은 게임의 다양성 때문에 획일적인 규제가 힘들기 때문이다. 법적인 규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유저들이 게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다. 만약 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유저 입장에서 판단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