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신규 코너 '게임토론'을 선보입니다. 게임토론은 게임에 관련된 사건을 설명하고 다양한 토론거리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사건 브리핑 - <RiME>이 '데누보'를 포기하기까지
5월 26일, 테퀼라웍스(Tequila Works)가 개발하고 그레이박스(Gray Box)가 퍼블리싱한 <RiME>이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출시됐습니다. 아름다운 그래픽과 편안한 게임 진행으로 많은 유저분들이 기다렸던 작품이죠. 덕분에 <RiME>은 PS4, 닌텐도 스위치, Xbox One 뿐 아니라 스팀으로도 출시됐습니다.
특히 <RiME>의 스팀 버전에는 '데누보' 사의 불법 복제 방지 프로그램이 적용됐습니다. 데누보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복제 방지 프로그램을 만드는 업체로, 정품 게임을 해킹해 불법 복제판을 만들던 크래커들에게 강력한 장애물로 군림했습니다. 하지만 '최강의 방패' 타이틀도 한때. 지난해부터 크래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 데누보는 우회 방법이 알려지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데누보 프로그램이 적용된 <RiME>
그러던 중, <RiME>의 개발사 테퀼라웍스는 스팀 포럼을 통해 "<RiME>이 크래킹되면 데누보 프로그램을 해제한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겠다." 라고 말합니다. 언뜻 보면 불법 복제 유저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합니다. <RiME> PC 버전은 출시 후 내내 '게임이 부드럽지 않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그 원인 중 하나가 데누보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테퀼라웍스는 데누보에 대한 신뢰를 보였습니다. 테퀼라웍스의 코디 브래들리 리드 프로듀서는 데누보 프로그램이 게임을 보호할 수 있는 기간을 2주로 보았고,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며 유일한 옵션이라고 옹호했습니다. 데누보가 게임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무엇으로도 크래킹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죠.
결국 4일 만에 크래킹된 <RiME>은 데누보를 해제한 버전으로 게임을 업데이트합니다.
업데이트 전, 코니 브래들리 리드 프로듀서가 남긴 장문의 공지 (이미지 출처 : RiME 스팀 포럼)
# '방패'를 포기한 개발사, 유죄일까 무죄일까
<RiME> 스팀 포럼을 살펴보면 테퀼라웍스의 결정에 수많은 유저들이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먼저 테킬라웍스의 행동이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의견입니다. 일부 개발사는 게임 출시 전 데누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는 것을 홍보하곤 합니다. 근래 데누보의 실망스러운 행보에도 불구하고, 어떤 유저들에게는 정품 게임을 구입하는 동기가 된다는 것이죠. 이를 개발사 차원에서 포기한다는 것은 데누보와 개발사를 믿고 게임을 구입한 유저의 신뢰를 저버리고 박탈감을 주는 처사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개발사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최근 데누보 프로그램은 <RiME>이 예측한 2주는 커녕 사나흘 만에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방어도 하지 못했고, 게임 성능을 저해하면서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누보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또 여러 플랫폼으로 게임이 발매됐는데, 스팀 버전만 성능이 더 떨어진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데누보를 포기한 것은 이해하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좋을 것이 없다는 비판도 주목할 만 합니다. 테킬라웍스와 데누보가 어떤 계약 관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파트너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렇게 행동해선 안된다는 거죠. 또 크랙됐다고 해서 바로 제거하고 더 좋은 성능으로 게임을 업데이트한 사례를 남기면, 데누보를 표적으로 삼는 크래커가 더 늘어날 것이라 예측하는 유저도 있습니다.
한 개발사가 자사 게임의 보안을 포기한 것.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무척 복잡한 이해관계와 의견이 얽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전히 개발사에게 데누보 외의 다른 선택은 없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요.
점점 수명이 짧아지는 '방패', 그것을 포기한 개발사. 여러분은 <RiME>의 결정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