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와우 유저였습니다.
제가 게임이 무엇인지 알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는 절 무릎에 앉히고 와우를 하시곤 했습니다. 비록 아버지가 설명해주는 것들을 정확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함께 콧노래를 부르며 당신의 온기를 느꼈던 그 시간은 제게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당시엔 몰랐습니다.
그 때의 달콤했던 시간들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갈줄이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수년이 흐른 지금, 제 안에서 아버지가 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아버지가 흥얼거리던 노랫가락부터 웃음소리, 함께했던 추억까지도요.
저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전 지금 희미한 기억들을 붙잡고 와우 세계를 떠돌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어떤 분들과 함께했는지, 그분들과 어떤 추억을 나눴는지, 아버지가 어떤 세상을 살아오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몇 가지 이야기들을 이곳에 남겨둡니다.
위 이야기는 지난 5월 웨이보에 올라온 16살 소년, 소칠의 이야기입니다. 본인 자신도 도움이 안되리라 생각한 사소한 이야기들뿐이지만, 소칠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자신의 사연을 웨이보에 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소칠이 글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답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소칠: 어느 날은 무슨... 송곳니? 라는 장비를 얻으셨는데, 그 날 아버지가 무척 기뻐하셧던 일이 생각나요.
유저A: 송곳니? 혹시 아버님 직업이 도적은 아니었나요? 아버지의 송곳니라는 장비를 사용하면 등에 날개가 생기고 공중에서 천천히 떨어져요.
소칠: 아! 맞아요. 그 날 유독 아버지가 들뜨셨고 제게 길상삼보를 불러주시던 게 생각나요.
유저들은 소년의 작은 이야기에서 단서들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아버지의 지인들을 찾기 위해 서로 수소문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본인 일인 마냥 소칠의 아버지를 간절히 찾아다니던 유저들은 놀랍게도 단 3일 만에 아버지의 지인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번 소칠을 놀라게 한 소식이 들려옵니다. 바로 아버지가 살아생전 사용했던 계정 역시 발견됐다는 것. 소칠은 캐릭터 인벤토리에서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볼 수 있었고, 지인들의 입을 통해 아버지의 모험담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블리자드 역시 소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몇 가지 서류만 제출한다면 아버지의 계정을 양도해드리겠습니다."
소칠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고, 한 소년을 위한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따뜻한 응원 역시 전 세계의 와우 유저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아버지의 계정 양도 절차를 밟기 시작한 소칠은 웨이보를 통해 또 한 번 메시지를 남깁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버지를 찾기 위한 이 여정은 순탄치 않았을 겁니다.
계정 양도 절차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아버지의 다른 친구분들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저는 잘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있다면 전하러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