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아이러브 스타크래프트’ 행사에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을 여름에 공개한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습니다. 사전부터 무성했던 소문이 실체화된 것이죠. 많은 이들이 환호했고 기대감을 가져왔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전반적인 퀄리티 업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게임의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1998년 출시 당시 선보였던 그래픽, UI, 네트워크 환경을 2017년 현재 환경에 맞게 전면 개선했죠. 유닛, 지형 등 게임 그래픽 개선은 물론입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공개가 가까워진 6월 27일, 블리자드는 게임 매체를 대상으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시연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아직 개발 중인 단계라 싱글 플레이, 캠페인은 체험할 수 없었고 멀티 플레이만 진행할 수 있었는데요. 시연 행사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1시간 동안 짧게나마 체험해 본 소감을 정리했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영록 기자
# 유닛의 손가락 수 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해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서 가장 크게 변화하고, 또 유저들에게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는 점은 단연 ‘그래픽과 화질’입니다. 기존에 최대 640x480 해상도만 지원하던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모니터에 따라 최대 4K UHD해상도에 300Hz 주사율까지 제공합니다.
현장에서는 모니터 기종 탓에 4K 해상도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1920x1080 해상도만으로도 향상된 그래픽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뿌옇게 먼지 낀 유리창 밖의 풍경을 보는 것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 같은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게임은 여기에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자유롭게 전환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는데요. F5키를 누르면 화면 점멸이나 딜레이 없이 곧바로 자연스럽게 두 버전의 <스타크래프트>를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게임 메뉴 선택 화면부터 옵션, 게임 플레이를 비롯해 게임 종료 후 전적 데이터를 확인하는 장면까지 어느 곳에서나 실시간으로 변경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16:9 화면 비율을 제공하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와 달리 <스타크래프트>는 4:3 화면 비율까지만 제공하기에 시야 범위가 좁아져 화면 양쪽에 검은 띠가 생기는 부분만 눈에 띌 정도였죠.
덕분에 기존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두 버전의 그래픽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저그를 상징하는 유닛 ‘저글링’은 흐릿하게만 보이던 ‘손’과 ‘물갈퀴’가 선명하게 보이고, 대략 인간의 형체만 확인 할 수 있던 테란의 ‘마린’은 어떤 무장을 갖추고 있는지 상세하게 확인 할 수 있을 정도죠. <스타크래프트>에서는 그다지 징그럽게 느껴지지 않았던 ‘저그’ 종족이 징그럽다고 느껴질 만큼, ‘테란’ 종족의 특성을 게임 화면만 보고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화질이 선명해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서는 유닛, 건물, 배경뿐만 아니라 초상화도 리마스터 됐습니다. 흐릿했던 유닛, 건물들의 모습이 뚜렷해지고 몇몇 초상화들은 ‘정변’했다고 할 만큼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특히, 산소가 적은 우주에서 활동하기 위해 진화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늠름한 콧대와 콧구멍, 그리고 입 크기를 자랑하던 SCV의 초상화는 제법 사람답게(?) 변경됐고 흐릿하게 형체만을 알아볼 수 있던 아칸, 다크 아칸의 초상화는 마치 <디아블로3>의 말티엘을 연상하게 하는 듯한 모습으로 바뀌었죠.
리마스터로 화질이 선명해지고 그래픽을 더 디테일하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테란의 기계 무장, 프로토스만의 신비함, 그리고 저그의 진화 콘셉트를 선명하게 보고 느끼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죠.
다만, 아직 개발 단계인 탓인지 몇몇 유닛들의 애니메이션이 어색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하이템플러가 움직일 때 남기는 잔상이 기존과 달리 너무 선명하게 깜빡거려서 눈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유닛이 지형 위에 섰을 때 그래픽도 조금 이질감이 느껴졌고요. 그리고, 지형, 유닛 등 전반적인 게임 그래픽이 퀄리티 업이 된 것은 맞지만 리마스터 이전 버전보다 프레임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 내 입맛대로 커스텀하는 단축키, 단축키 설정 기능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서는 그래픽, 해상도만 최신에 맞게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원하던 편의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먼저 5월 19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됐던 ‘단축키 설정’ 기능입니다. 유저들이 <스타크래프트>에서 조작할 수 있는 개별 유닛, 건물의 모든 단축키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설정할 수 있게 됐죠. SCV의 기본 건물 생산 단축키 B를 S로 변경하고, 서플라이 디팟의 단축키를 B로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유닛, 건물 생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닛의 스킬이나 공격 단축키도 모두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경한 단축키는 계정 단위로 서버에 저장돼 어디서든 로그인하면 정보를 불러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오랜만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플레이 때문인지 <스타크래프트2>와 단축키를 헷갈려 하시는 기자분들도 많았는데요. <스타크래프트2>를 즐기던 유저나 새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즐기고자 하는 유저, 또는 기존 단축키가 불편했던 유저들 모두 ‘핫키 설정’ 기능을 활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겠네요.
#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로 다시 ‘스타 리그’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핫키 이후에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게임 설정(옵션)을 들여다봤습니다. 기존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별도의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게임 시작 전 설정을 바꿀 수 있어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었는데요. 옵션 변경 UI를 메인 화면에 내놓은 것만으로도 매우 편리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러 옵션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사전 예약 특전 스킨 보기/안보기’ 옵션이었습니다. 확정 짓기는 어렵지만 이 옵션을 통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에는 사전 예약 구매 시 특전 스킨을 획득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죠.
이외에 주목할 부분은 싱글/관전 모드에서 확대/축소 보기를 할 수 있는 ’카메라 앵글’ 기능과, 관전 모드에서 게임의 플레이어가 어느 장소를 보고 있는지 맵에 표시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었습니다. 게임을 더 좁거나 넓게 볼 수 있게 하면서도, 플레이어의 전략과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게 돼 ‘보는 재미’가 더 극대화된 셈입니다. 오는 8월 15일 출시가 확정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다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