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치러진 지스타의 발전전략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미 드러났던 문제점을 재확인하는 자리였을뿐, 진정한 대안을 위한 토의는 없었다.
지난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는 ‘지스타의 발전전략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내 유일의 게임쇼 지스타의 발전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학계와 업계, 그리고 조직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예정됐던 일부 게임사의 패널들은 불참했고, 부하 직원을 대신 보내 형식적인 발표만 해서 아쉬움을 남겼다. 무성의했던 발표를 제외한, 내용이 있었던 이야기들만 정리했다.
◆ 지스타 2007, 16만명 중 유료관객은 3만명
토론회를 진행한 한양대학교 한창희 교수는 현황분석 자료를 통해 ‘지스타 2007’ 입장객 16만명 중 유료 관람객은 3만명에 불과해 부스 수입과 국고 지원이 수입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업체들의 불참 사유를 수렴한 결과, 장소와 비용의 문제, 참가효과 부족, 해외 업체의 참여 저조, 개최 시기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장소와 시기의 변경, 유저참여 강화를 위한 축제로의 전환, 유관 행사와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그는 외부 성공사례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고 집행위원장의 역량으로 합리적인 지원 및 조직위의 전문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영화제 후발주자로서 전략적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스탭 구성의 일관성과 참신성에 조화를 이뤘다는 설명이었다. 한 교수는 지스타에 이런 내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비용 대비 효과가 확실한 행사로 바꿔야 한다
네오위즈 송관용 부사장(왼쪽 사진)은 지스타 참가비용 대비 효과의 문제를 지적했다.
송 부사장은 “게임업계에서는 지스타 참가에 따른 비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 비용은 수익 대비 비용의 효과성 측면에서 봐야 한다. 돈이 많이 들어도 효과가 크면 투자하는 것이 기업이다. 반대로 효과가 없다면 투자가 꺼려진다. 현재 지스타의 전시형태는 비용 대비 효과의 측면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참가 기업을 대상으로 비용 대비 효과성을 측정하고, 극대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 부사장은 “이용자 입장에서 행사는 재미 있어야 한다. 보여주는 행사가 아닌 이용자 참여를 통한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지스타를 재점검하고 업체의 요구사항을 파악해 한국만의 게임문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소 개발사의 신작발표 기회를 줘야 한다
게임개발자협회(KGDA) 김광삼 회장은 퍼블리셔 위주의 신작 공개가 아닌, 중소형 게임사도 신작을 공개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퍼블리셔의 신작은 대부분 사전에 공개된 경우가 많아 전체적으로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김광삼 회장은 “지스타 이전에 열린 카멕스 시절을 돌이켜보면 당시 관객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온다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이전에는 중소형 게임사들도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퍼블리셔 위주다. 퍼블리셔를 거치지 않으면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참가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부스로 참가하지 않은 중소형 게임사의 신작도 발표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삼 회장은 “중소 업체의 이상적 성과는 B2B에서 퍼블리셔와 연결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스를 내지 않아도 신작 소개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설 부스가 아니라 돌아가면서 신작을 발표할 수 있는, 영화관으로 치면 연속 상영관 느낌의 발표의 장을 만들어 B2B와 연결해주는 등 중소기업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고민과 의견을 제시했던 게임개발자협회 김광삼 회장.
◆ 트렌드를 이끌고, 실질적인 B2B가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도 지스타가 게임산업과 문화의 트렌드를 이끌 수 있어야 하고, 현장에서 바로 구매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실효성 있는 B2B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훈 국장은 “100년 전만 해도 패션산업 트렌드를 이끌던 프랑스가 이태리에게 트렌드를 뺏긴 건 패션쇼 때문이다. 2~3년 뒤에 나올 패션 트렌드를 선보이고 실제로 나왔기 때문이다. 게임이 이전과는 다른 제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스타에서도 게임 소비 문화의 트렌드를 읽고 다양한 행사를 지스타의 상징으로 키워가야 한다”고 밝혔다.
아케이드 업계 패널로 등장한 예솜미디어 이재권 대표는 “해외에서는 1월에 영국, 7월에 대만, 11월에 라스베가스에서 아케이드 게임 전시회를 여는데 2년 전부터 참가를 예약해야 한다. 이들 행사가 히트를 치는 이유는 철저한 비즈니스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장터와 같아서 기계가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바로 돈이 되니 다들 앞다퉈 참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2B를 강조하려면 무엇보다 실속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권 대표는 “무엇보다 지스타 행사 하나만 보고 해외에서 한국에 들어오기가 어렵다. 해외에서는 여전히 콘솔게임의 규모가 더 크고 온라인게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차라리 도쿄게임쇼를 굳이 피하기보다 시기를 맞춰야 한다고 본다. 바이어들이 한국에 들렀다가 일본에 갈 수 있으면 더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모바일 업계 패널인 컴투스 강서구 팀장은 “대형 온라인게임 위주에서 아케이드, 모바일, 완구, 하드웨어 등의 유기적 구성이 필요하다. 저비용 참가 기회를 확대시키고 장소와 시기를 바꿔야 한다. 또한, UCC 및 UCG 공모전 병행 등의 사용자 참여행사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 정문경 국장.
◆ 업계별 문제만 재확인, 대안 토론은 없었다
이번 토론회는 다양한 주장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모바일·아케이드 각자 업계의 이야기만 했을뿐, 실질적인 대안에 대한 토론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원론적인 수준이나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 아닌, 올해 지스타부터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전략과 대안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발전전략에 대한 토론회가 아닌, 업계별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마무리된 자리였다.
지스타 조직위원회 정문경 국장은 토론회 말미에 “지스타에는 아케이드와 콘솔 전시관이 많이 필요하고 모바일쪽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 사용자, 업체 등 모든 쪽에서 많은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이번 토론회에서 좋은 이야기를 듣고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