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악동 감독’ 우베 볼 할리우드 떠난다

계속된 흥행 실패로 제작비 고갈, 저예산 영화로 전환

이재진(다크지니) 2008-01-17 13:41:56

게임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어 온 우베 볼(Uwe Boll, 42) 감독이 할리우드를 떠난다.

 

북미 영화매체 할리우드 리포터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우베볼 감독은 RPG <던전시지>를 원작으로 만든 새 영화 <왕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the King: A Dungeon Siege Tale)를 끝으로 할리우드를 떠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잇따른 흥행참패, 제작비 바닥났다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는 흥행 참패를 거듭했고, 제작비도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미국에서 개봉된 <왕의 이름으로>는 첫 주말에 330만 달러( 31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4위를 기록, 7천만 달러( 658억 원)나 투입된 제작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왕의 이름으로> <트랜스포터>의 액션스타 제이슨 스타뎀 <반지의 제왕>에서 김리 역을 맡았던 존 라이스-데이비스, 레이 리요타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평단의 혹평과 관객의 외면을 받으며 흥행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원작 게임 <던전시지>에서는 부제와 설정 정도만 빌려온, 밋밋한 중세 액션물로 평가받고 있다.

 

2006년에 자신의 영화를 혹평한 평론가들과 권투 시합을 벌여 줄줄이 KO를 시켰을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했던 우베 볼, 그의 악동 영화 <왕의 이름으로>를 끝으로 더 이상 할리우드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우베 볼의 신작 영화 <왕의 이름으로>의 한 장면.

 

 

◆ 우베 볼 저예산 영화에 집중하겠다

 

우베 볼은 할리우드를 떠나 저예산 영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는 <포스탈>과 같은 저예산 영화에 집중할 것이다. 저예산 영화들은 나의 진심과 열정을 대변해준다. 무엇보다 예산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제작할 영화의 사전판매를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는 옛날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할리우드의 쟁쟁한 스타들과 작업도 해봤고, 악명 높게 이름도 날렸지만 흥행실패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어 자금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왕의 이름으로>를 독일에 배급한 20세기 폭스사의 독일법인 관계자는 "우베볼의 (나쁜) 평판 때문에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베 볼은 지금까지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끊임없이 만들어왔지만, 완성도가 너무나 떨어져서 평론가와 관객들의 혹평을 받아왔다. 그가 할리우드에서 만든 게임 원작의 영화 <하우스 오브 데드> <얼론 인 더 다크>세계 최악의 영화 100 상위권에 선정됐을 정도다.

 

 

◆ 지금까지 무슨 돈으로 영화를 찍었나?

 

지금까지 우베 볼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해서 영화를 찍었을까? 답은 독일 정부에서 지원하던 세금피난처(Tax Shelter) 펀드’에 있다. 독일 정부는 영화 산업을 장려하기 위해서 세계로 나가는 독일 제작 영화에 전폭적인 세금 혜택을 지원해 왔다.

 

독일에서 만드는 모든 영화는 세금이 탕감되며, 심지어 빌린 돈으로 영화에 투자해도 수수료나 세금을 내지 않는다. 영화가 성공을 했을 경우에만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며, 실패하면 세금이 모두 감면된다. 우베 볼도 독일인이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합법적으로 활용해 영화에 투자한 금액의 50%를 정부로부터 돌려받는 엄청난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독일 정부의 의도와 달리 세금 혜택을 받은 자본은 대부분 할리우드로 흘러 들어갔다. 영화의 저작권을 독일 영화사가 갖고 있기만 하면 지원이 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 정부는 세금피난처 혜택을 폐지했다. 이로써 우베 볼의 자금 줄도 끊어진 셈이다.

 

우베 볼이 해놓은 게임 원작의 영화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파 크라이> <얼론 인 더 다크 2> <블러드레인3> <좀비 대학살> 등이 2010년까지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데, 사실상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저예산 영화로 촬영되거나, 새로운 제작자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자신의 영화를 혹평한 평론가들과 권투 시합을 벌이기도 했던 우베 볼 감독.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우베 볼의 할리우드 고별작 <왕의 이름으로>.

 

<왕의 이름으로>의 촬영 현장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는 우베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