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08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전날(17일)의 해외 전문가 중심의 발표와 달리 둘째날은 국내 발표자 위주로 강연이 진행됐는데요, 그 첫 주자로 NHN 정 욱 본부장이 국내 온라인 게임의 결산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 본부장은 국내 업체의 혁신을 강조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도약해야 한다고 주장 했는데요, 그가 생각하는 한국 온라인 게임의 현실과 미래를 들어보시죠.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이번 발표에서는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현황, 2007년 시장 결산, 2008년 시장 전망의 세 가지로 나눠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약 2조1천억 원으로 2년 뒤인 2009년에는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그 증가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시장은 새로운 게임에 의해 성장했으나 2005년 이후 신규 게임보다 비즈니스 모델의 고도화에 의해 매출 규모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급증하던 온라인 게임 이용자 규모는 2005년부터 정체되고 있습니다. 점점 레드 오션화가 진행 중이라는 거죠. 작년 하반기에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왜 게임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크게 2가지 이유가 나왔습니다.
첫째로 과몰입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너무 게임에 빠져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까봐 하지 않는다는 거죠. 두 번째는 시간 낭비 같다는 의견입니다. 게임이 유익하지 않고, 즐기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이용자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는 게임 산업 자체의 미션입니다. 이용자 규모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 신작은 많이 나왔지만, 변화는 없었다
지난 해 게임계의 주요 이슈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새로운 히트 게임의 부재, 둘째는 글로벌 경쟁의 심화, 셋째는 경쟁 구조의 다변화입니다. 정리하면 새로운 장르의 흥행이나 새로운 히트작이 없었던 반면, 외국 업체들의 국내 진출 및 플랫폼 사이의 경쟁이 치열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히트 게임 부재에 대해 살펴보죠. 2007년 PC방 이용 점유율을 보면 2006년 말 톱(TOP) 5였던 게임이 2007년 말까지 큰 변동 없이 그대로 이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든어택>의 독보적 1위는 계속 됐죠.
장르별로 봐도 예전 인기작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MMORPG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레이싱은 <카트라이더>, FPS는 <서든어택>, 스포츠는 <피파 온라인>, 아케이드는 <오디션> 등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기존의 흥행작을 뛰어넘을만한 새 게임이 없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시장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이야기고, 신작이 유저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온라인 게임은 일단 히트하면 오래가는 반면, 새로운 게임이 진입하기 힘들다는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그에 비해 콘솔은 100만개 이상 팔린 게임이라도 오래 가지 않아서 서서히 인기가 줄어들고 새로운 타이틀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또한 콘솔 게임은 개발자, 장르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생겨나는데 온라인 게임은 특정 타이틀로 커뮤니티가 형성되죠. <리니지>가 아직도 인기가 있는데 커뮤니티에서 굉장한 자산이 축적됐기 때문에 새로운 게임이 치고 들어오기 힘든 겁니다.
동일 장르에 유사한 게임이 다수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FPS는 15종 이상의 게임이 등장했는데 <아바>를 제외하고는 모두 흥행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족구, 스노보드, 비치발리볼 등 스포츠게임을 소재로 다양화를 시도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2007년에 등장할 예정이었던 <헬게이트:런던>, <아이온> 등의 대작 게임 출시가 연기됨에 따라 전반적인 시장의 활력이 감소했습니다.
2007년 ‘FPS 신작대란’에서 가장 돋보였던 <아바>.
◆ 외산 게임과 외국 게임사의 영향 증가
두 번째로 글로벌 경쟁의 심화입니다. 2007년은 외산 게임 국내 진출 확대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WoW> 이후 <완미세계>가 중국 게임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은 이례적이었습니다. 물론 <던전앤드래곤 온라인>처럼 오픈베타 8개월 만에 철수한 사례도 발생해 외산게임의 한국 진입이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재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 게임사들의 국내 사업도 본격화됐습니다. EA와 네오위즈게임즈가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CDC게임즈와 텐센트가 한국에서 게임 사업을 시작했으며,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의 직접배급을 사실상 확정지었죠.
반대로, 국내 업체의 해외 수출도 증가했습니다. <아이온>, <던전앤파이터> 등이 역대 최고 금액으로 중국에 수출되고 <실크로드 온라인>이나 <RF 온라인>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죠. 덕분에 게임 수출은 30% 정도 성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예당-나인유, 엠게임-CDC 등 해외 업체의 분쟁도 증가했습니다.
◆ 대기업의 진출, 콘솔의 위협 등 변수 많아
마지막으로 경쟁 구도의 다변화입니다. 콘솔 시장의 경쟁 구도가 NDS로 인해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됐는데요, 혁신적 기능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국내에서만 작년에 100만대 정도 판매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죠. 여기에 Xbox360, PS3, Wii 등의 차세대 콘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 업계에서는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작년 한 해 동안 신규 유저 증가를 시키지 못했는데요, NDS가 잠재적인 유저들을 흡수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Wii까지 출시되면 온라인 게임 시장이 어떻게 될지 그 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대기업들의 지속적 게임 사업 진출도 주목됩니다. 효성CTX, SK텔레콤 등이 이미 뛰어들었고 앞으로 신세계, KTF, 우림, 대림 등의 업체가 온라인 게임 사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물론 싸이더스, SK C&C, 인터파크 등의 업체는 철수했죠. 대기업 진출이 당장의 성과는 미미하지만 이로 인해 앞으로 국내 시장의 경쟁은 점차 심화될 것입니다.
결국 경쟁이 심화되고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정리가 됩니다 .푸른 색깔이라 생각했던 게임 시장에 붉은 빛이 돌고 있는 거죠. 이는 동양적 사상으로 난세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난세에는 영웅이 나타나 평정을 하곤 하는데요, 그동안의 역사가 말해주지만 기존 세력들이 난세를 평정할 확률은 떨어집니다. 언제나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해서 난세를 평정하죠. 게임 시장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 개발비 증가, 신작출시 20% 이상 감소추세
이제 2008년 게임 시장을 전망할 차례군요. 2008년에는 소재 발굴 단계에서의 ‘검증된 IP’, 개발/기획 단계에서의 ‘탈 장르’, 유통 단계에서의 ‘무한 경쟁’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컨텐츠의 소재 발굴에서 기획과 개발, 유통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재도약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에 대한 핵심 단어는 바로 ‘리스크’입니다. 이 리스크를 어떻게 벗어날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
그럼 첫 번째 키워드인 검증된 IP에 대해 말해보죠. 게임을 개발하는 기간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투입 인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60~70% 정도 증가했는데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신작의 제작 편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매년 20% 이상 줄어들고 있는데요, 업계 종사자들이 요즘 많이 하는 얘기가 ‘앞으로 대박은 없다’입니다. 심지어 다른 회사에서라도 대박을 쳐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합니다.
대박은 나오지 않고 개발비가 증가하는 상황이 계속 된다면 게임 시장이 어떻게 바뀔까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오히려 시장의 구조조정이 필요해지는 수준까지 온 것 같습니다.
영화 산업을 예로 보면 점점 제작비는 늘어나지만, 성공과 실패를 미리 판단할 순 없습니다.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점점 IP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유명 배우가 흥행을 보장한다는 스타 시스템도 건재하죠. 따라서 게임도 검증된 IP가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성공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그렇다면 검증된 양질의 IP를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요? 여기에도 3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첫째, 기존의 검증된 IP를 활용하는 거죠. 블리자드에서 많이 하는 식인데요, 기존의 성공 게임의 후속작이나 그 세계관을 활용한 외전 형태의 게임을 개발하는 겁니다.
둘째, 아예 새로운 IP를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또는 연계를 통해 개발하는 것인데요, 돌아오는 이익은 크지만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그리고 셋째, 타 매체의 검증된 IP를 획득하는 겁니다. 소설이나 만화 등 다른 매체에서 성공한 IP를 도입하는 거죠.
◆ 혼합 장르만으론 부족,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
검증된 IP를 통해 내년에 국내에 선보이는 게임의 사례는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반지의 제왕 온라인>, 꾸준한 인기를 누린 <프리스톤테일>의 후속작 <프리스톤테일 2>,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캐릭터를 활용한 <크레이지슈팅 버블파이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래곤볼 온라인>입니다.
연이은 대작의 속편 제작과 해외 유명 IP의 게임화는 향후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IP의 중요성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입니다. 물론 IP 확보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지 않을까 예측도 해봅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탈 장르’입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장르의 발전은 장르 개척과 성숙의 반복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 새 장르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정작 임원이나 개발진들은 그렇게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요즘 추세는 캐주얼 RPG, MMOFPS 등의 하이브리드 장르죠. 하지만 앞으로 장르만으로는 힘들지 않을까요? 이용자 규모가 정체된 상황에서 새 장르가 나와도 기존 게임 시장 안에서 게임하는 유저들 안에서 기존 게임을 대체하는 효과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신규 유저를 끌어내긴 힘듭니다. 결국은 하나의 연못에 기존에 잡히던 고기를 잡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콘솔 시장의 획기적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닌텐도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시도를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그들은 비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두뇌 게임이나 운동 게임, 생활 게임, 와인 게임,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게임 같은 것들 말이죠.
특히 Wii는 과거 패러다임인 빠르고 화려하고 방대한 게임을 따르지 않고 다른 접근을 시도해 경쟁의 룰 자체를 바꿔버리고 있습니다. 산업 혁신 사례는 비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에서 나옵니다. 그런 것들을 닌텐도가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국내 온라인 게임계에서도 이를 많이 참조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 마디로 그동안 세상이 바뀌는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했다는 거죠. 그래도 앞으론 따라가지 않을까요?
◆ 무한경쟁 시대, 새로운 유저를 창출하자
마지막 키워드는 무한 경쟁입니다. 이제 국내 업체끼리 나눠갖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2005년~2006년 사이에 수출은 30% 증가한 반면, 수입은 약 300% 정도 증가했습니다. 특히 대형 외산 온라인 게임의 국내 진출이 활발합니다. 이로 인해 2008년은 국산 게임과 해외 게임의 대결 구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온> <프리우스 온라인> <드래고니카> <SP1> <레드블러드 온라인> 같은 국산 게임과 <반지의 제왕 온라인> <워해머 온라인> <진삼국무쌍 온라인>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헬게이트: 런던> 등 2008년은 국산 대작과 외산 게임의 치열한 경쟁과 함께 진정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를 여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기존에 가진 생각과 패러다임이나 방식, 룰을 가지고 2008년부터 경쟁을 한다고 하면 힘들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가장 주목해야할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온라인 게임 이용자 규모가 정체됐다는 것입니다.
이를 늘리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가장 큰 고민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고객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이냐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고, 많은 회사들이 올해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퍼블리셔 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사에서도 잠재적인 고객에 대한 연구를 빨리 시작해야할 것입니다. 혁신을 통해 재도약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