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은 국내 비디오 게임 관계자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시간이었다. 구체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산업 규모가 팽창했다는 분위기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NDS나 PSP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많은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주요 경품으로 게임기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던 비디오 게임 업계, 그들의 위상을 높이는데 가장 앞장선 공신은 닌텐도다. 지난해 12월 말, 닌텐도 한국지사는 NDS의 국내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했다는 의미심장한 발표를 했다.
비디오 게임 인구의 저변 확대라는 성과를 거둔 닌텐도, 그리고 아마 닌텐도에게 고마워하고 있을 소니와 MS. 마침 지난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08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강희원 차장이 강단에 섰다. 그의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를 아래에 싣는다.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 포화상태의 국내시장, 플랫폼 다변화 필요
강희원 차장은 먼저 비디오 게임기 제조사들의 한국지사 설립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비디오 게임업계의 입장에서 온라인 게임 시장은 상당히 부러운 곳이다. 그러나 강 차장은 국내 게임 산업이 너무 온라인 게임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양한 플랫폼이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계 시장에서 PC 온라인 게임 시장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고 하는 한국 게임 시장이 올바르게 발전하려면 다양한 플랫폼이 같이 발전해야 합니다, 온라인 게임에 편중하기보다는 비디오 게임 쪽도 같이 성장해야 합니다.”
그는 중국이 한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가 더 이상 세계 1위가 아니라는 것. 최근 포화상태를 맞은 국내 게임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디오 게임을 비롯해서 다양한 플랫폼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비디오 게임기 제조사들이 모두 해외 업체라는 점을 들어 비디오 게임 시장의 발전을 외화 유출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강 차장은 이런 인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게임 정책 담당자를 만날 때 일본으로 돈이 가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소니의 PS2로 가장 많이 돈을 번 회사는 일본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미국 회사들이었습니다, EA가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비디오 게임기의 비즈니스를 플랫폼 비즈니스로 봐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치 PC와 인터넷의 보급이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을 지탱하고 있듯이 비디오 게임기의 보급 또한 플랫폼의 보급이란 관점에서 봐달라는 이야기다.
■ 2007년 시장규모 3,230억원, NDS·PSP 78% 점유
강희원 차장은 2007년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의 규모를 3,230억원으로 추산했다. 각 제조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량을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다.
강 차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중에서 하드웨어 판매는 2,120억이며, 소프트웨어 판매는 1,110억이라고 한다. 각각 전년(2006년) 대비 140%와 136% 상승한 수치다. 특히 전체 시장규모에서 휴대용 게임기가 78%를 차지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휴대용 게임기의 판매가 전체 비디오 게임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라이프 사이클 측면에서 2006년이 저점이었지만 100%가 넘는 성장은 고무적이다.
강 차장은 “2007년 비디오 게임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휴대용’(Portable)이었습니다, Xbox360이나 PS3의 판매량을 모두 합쳐도 NDS나 PSP의 판매량에 미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라고 말하며 휴대용 게임기의 판매가 성장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확장’(Extension)이란 단어도 2007년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사실 그 동안 한국의 비디오 게임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강 차장은 이러한 인식이 NDS의 등장으로 상당히 사라졌다고 보고 있었다.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오타쿠, 마니아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NDS로 인해 사라졌습니다, 특히 송혜교, 장동건 등의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라이트 유저층에게 휴대용 게임을 보급하는 저변의 확대를 이루었습니다, 인식의 변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NDS가 한국시장에서 매우 훌륭한 역할을 해낸 것입니다.”
■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불법복제’
국내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제대로 자리잡기란 쉽지 않다. 강 차장은 그 이유로 한국 내 게임 소프트웨어의 판매가 무척 저조하다는 사실을 들었다.
“기본적으로 비디오 게임기 제조사들은 플랫폼의 확산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게임기를 파는데 집중해왔습니다. 원가보다 싼값으로 게임기를 판매할 때마다 손실은 누적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손실은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보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습니다, 바로 불법 복제 때문입니다.”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불법 복제는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
강 차장은 2008년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을 밝게 전망하면서도 몇 가지 위험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닌텐도의 투자와 활약으로 상당히 누그러진 상태다. 그렇다면 가장 심각한 위협은? 바로 불법복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불법복제 문제입니다, PSP는 현실적으로 추산이 어려울 정도로 불법복제가 만연한 상태입니다, NDS도 마찬가지일 정도 입니다. 불법복제는 사용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유관기관,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나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계몽 캠페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강 차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판매가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강 차장은 비디오 게임 시장이 면도기의 사업모델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면도기를 많이 써야 면도날도 잘 팔리듯 하드웨어 판매가 많아야 소프트웨어가 많이 팔린다는 것이다. 자전거 바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두 바퀴가 맞물려서 돌아가야 정상적인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까지 하드웨어라는 바퀴만 잘 굴러갔으나 2007년에는 두 바퀴가 어느 정도 함께 잘 돌아간 것 같습니다, 규모의 경제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작년에는 비디오 게임 본래의 비즈니스 모델을 어느 정도 찾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2008년에는 2배 가까이 성장, 7천억 육박
강희원 차장은 2008년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 상황을 무척 낙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닌텐도 Wii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바라보았다. NDS가 비디오 게이머의 저변을 확대했듯이 Wii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또한, 메이저 영화사들의 블루레이 디스크 지원 공세가 PS3의 판매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사실, 블루레이 디스크 드라이브를 탑재한 소니의 PS3는 다른 하드웨어 제조사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Wii, Xbox360, PS3가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단지 게임을 하기 위해 비디오 게임기를 구입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PS3의 판매가 점차 낙관적일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SCEK와 KT가 함께 사이의 IPTV 서비스 또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강 차장은 2008년 비디오게임 시장이 전년대비 150~20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플랫폼의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수익성을 바라보고 여러 국내 개발사가 콘솔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국산 타이틀의 등장이 비디오 게임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데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SCEK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상파 DMB와 PSP와의 접목 또한 호재다. 강희원 차장은 “아마도 올해 중으로 정식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강희원 차장은 여러 가지 호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2008년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의 규모는 작년보다 더욱 큰 폭으로 커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