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07년 게임산업 총 매출이 전년 대비 43% 상승한 179억 달러(약 17조 760억 원)를 기록했다.
북미 시장조사 기관 NPD 그룹은 지난 18일 ‘미국 게임 산업 매출 보고서’를 발간하고, 2007년 미국 게임산업 총 매출이 179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6년의 125억 달러에 비해 무려 43%나 상승한 매출액이다.
NPD의 연구원 애니타 프레지어(Anita Frazier)는 북미 웹진 가마수트라(Gamasutra)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의 매출이 “전년도의 기록을 산산히 부수고 있다”고 표현하며 “2008년에도 비슷한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소프트웨어의 판매가 2007년에 비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만약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 이어진다면 하드웨어 판매가 계속해서 두드러질 것이나 이제 대세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액티비전, EA 제치고 1위 퍼블리셔 등극
이번 NPD 그룹의 보고서를 받아들고 가장 흐뭇해할 쪽은 아마도 액티비전일 것이다. 막강한 프랜차이즈의 선전을 통해 막강한 EA를 제치고 미국 시장에서 1위 퍼블리셔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액티비전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가 2007년 미국 콘솔 및 휴대용 게임 퍼블리셔 중 1위로 도약했다고 밝혔다. NPD 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액티비전의 시장 점유율은 17.7%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7.2% 상승한 수치다.
액티비전의 1위 등극에는 <콜오브듀티4>와 <기타히어로3>등 블록버스터급 타이틀의 공이 컸다. 인피니티 워드가 개발한 <콜오브듀티4>는 뛰어난 게임성으로 각종 게임 웹진들의 호평을 받으며 지난 해 304만 장이 팔리는 기염을 통했다. 또한 수많은 팬을 보유한 <기타히어로3>와 <기타히어로2>가 각각 272만 장과 189만 장이 팔려 베스트셀러 톱 10에 나란히 올랐다.
(출처: NPD Group)
그렇다면 2007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은 무엇일까? 바로 1천만 달러가 넘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었던 <헤일로3>로 482만 장이 팔렸다. 액티비전은 <콜오브듀티>와 <기타히어로>의 막강 프렌차이즈에 힘입어 10위 안에 3개의 게임을 포진시켰다.
이번에 액티비전에 왕좌를 내준 EA의 부진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지난 해 EA의 주요 라인업 중 하나였던 <크라이시스>는 최상급 그래픽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높은 사양 등의 이유로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스포어>까지 발매가 지연되면서 지난 해 톱10 게임에 <NFL 매든 08>만 올려놨을 뿐이다.
EA는 실적 부진이 예고됨에 따라 이미 지난 해 6월부터 4대 레이블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다고 밝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 체터시와 미국 시카고 스튜디오를 폐쇄하기도 했다.
바이오웨어와 팬더믹 인수를 통한 프랜차이즈 확보, <스포어>와 <워해머 온라인>의 출시 등 예고된 호재에도 불구하고 EA의 2008년 상황도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액티비전은 게임업계 사상 최대의 빅딜인 비벤디 게임즈와의 합병으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탄생이 예고된 상태다. 블리자드의 초강력 눈폭풍 <스타크래프트2>도 출시된다. EA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와의 대결에 대해 자신감을 표현했지만,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궁금해진다.
액티비전이 순수 게임 퍼블리셔로 1위를 차지했다면 2007년 미국 게임시장의 진정한 1인자는 닌텐도였다.
지난 해 전체 하드웨어 매출액은 약 70.4억 달러(약 6조 7,160억 원)로 전년대비 54%나 급신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 같은 하드웨어 판매의 호조는 닌텐도 DS와 Wii의 큰 인기에 힘입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해 미국에서 NDS는 850만 대, Wii는 629만 대가 판매됐다. 특히 크리스마스가 포함된 연말에는 NDS 400만 대, Wii 260만 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중 NDS는 2006년 대비 판매량이 60%가 증가했다. MS의 Xbox360은 462만 대를 팔아치우며 3위에 올랐고, 소니의 PS3 판매량은 256만 대에 그쳤다.
이 같은 선전으로 닌텐도의 하드웨어는 지난 해 미국 콘솔 판매량에서 무려 52%나 차지했다.
(출처: NPD Group)
닌텐도 관련 소프트웨어의 판매도 엄청나다. <Wii 플레이>는 412만 장이 판매되어 <헤일로3>에 이어 게임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수퍼 마리오 갤럭시>가 252만 장, <포켓몬 다이아몬드>가 248만 장이 팔려 각각 5, 6위를 기록했다. 1위부터 30위 가운데 반 이상이 NDS와 Wii용으로 발매된 게임일 정도다.
■ PS2 죽지않아~ PS3, PSP 보다 많이 팔려
한편, Wii, Xbox360, PS3와 같은 차세대 게임기가 차츰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PS2가 무려 397만 대나 판매되었다는 사실은 특이하다. 이는 소니의 최신 기종인 PSP의 382만 대, PS3의 256만 대보다 많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국 시장 조사기관 Wedbush Morgan의 유명 애널리스트 마이클 패쳐(Michael Pachter)는 가마수트라와의 인터뷰에서 “PS2의 연간 판매 감소량을 애초 41%로 예상했지만, 2007년에는 22%밖에 감소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2008년 초까지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분석기관 simExchange의 제시 딥니치(Jesse Divnich)는 “점점 퇴물이 되어가고 있으며 언론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PS2 용 게임 타이틀 중 <기타 히어로3>와 <매든 NFL 08>이 지난 해 톱10 게임 안에 포함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제시 딥니치는 PS2가 여전한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에 대해 “콘솔 제조사들이 좀더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올해의 성적이 콘솔 전쟁의 진정한 승자를 가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의 시장을 독식하다시피한 PS2의 영향력을 빼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출처: NPD Group)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PS2의 인기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PS3의 라인업이 지속적으로 확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탈기어 솔리드 4>나 <GTA IV> 등 대작 타이틀이 발매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블루레이 진영의 확대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클 패쳐는 “블루레이가 라이벌인 HD-DVD의 판매를 압도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소니가 올해 이후부터 이 같은 점을 강조하여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